일시: 8월 29일(월)
누구와: 좀 복잡하다...조교 둘과 마시다가 28세 미녀와...
마신 양: 기본만. 소주 한병과 맥주 두병으로 마무리
1. 조교 둘
내 심복에 가까운 조교, 그리고 한때 내 조교였던 여인과 더불어 술을 마셨다. 그네들의 말에 의하면 내가 옛날에는 같이 술자리도 많이 했는데 2년 전부터인가 사람이 변해서 자기들에게 무관심하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찌된 것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바빠져-마음의 여유만 없는 게 아니라 몸의 여유도 없어져-조교들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던 것. 심복 조교는 “이제 앞으로 택배 안받아 줄거예요”라고 협박을 하고, 다른 조교-앞으로 미녀조교라고 부른다-는 자기가 다른 대학에 있다가 온 지가 석달인데 환영회 한번 안해줬다고 삐지려고 해, 월요일의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미녀 조교 얘기를 잠깐만 한다. 2000년, 내가 그때는 모교에 가서 실험을 하느라 학교를 거의 안나갈 때였는데, 전화가 왔다. 새 조교를 알아서 뽑아달라고 부탁을 해놨던 교수의 전화였다.
“아주 예쁘고 참한 사람으로 뽑았어요”
고맙다고 거듭 당부를 했다.
나중에 학교를 가보니 미녀가 없다. 그래서 물었다. “새 조교선생은 어디 있나요?”
“전데요”
“어, 예쁘다고 들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 상처 많이 받았다.
그땐 내가 뭘 몰랐다. 하지만 지내놓고 보니 그 조교선생, 5% 안에는 충분히 들 정도의 미녀였다. 난 왜 그녀의 미모를 몰랐을까. 기억은 안나도 엄청난 일이 있어서 머리에 충격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2. 다른 미녀
그들과 2차까지 함께 하려 했지만, 사정이 생겼다. 내 컴퓨터를 엉터리로 고친 기사 얘기를 들은 미녀 하나가 “내가 고쳐주겠다!”고 나선 것. 방년 28세인 그녀는 대단한 수준의 컴퓨터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내 주위에는 왜 이렇게 미녀가 많은 걸까. 그녀나 나나 그날밖에 시간이 없기에 서둘러 상경했다. 그녀의 말이다.
“제가 보기엔 용량을 잡아먹는 바이러스가 있어서 그리 된건데, 괜한 파일들만 지웠군요”
그랬다. 유니 사진은 사실 지울 필요가 없었다. 한글 파일들도. 그것들이 용량을 차지하면 얼마나 차지한다고.
전문가답게 그녀는 무려 24기가의 용량을 지닌 바이러스 파일을 찾아냈다. 하지만 휴지통에 넣으려니 너무 크다고 나오고, 그냥 삭제를 누르려니 사용중이란다. 미녀답게 그녀는 집요한 데가 있어서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했고(지우기--> 용량이 커서 휴지통에 못버려--> 삭제--> 사용중) 내가 나서서 흥분한 그녀를 말렸다.
“저, 성질 죽이고 맥주나 먹으러 가죠”
그녀가 몸상태가 안좋다기에 딱 두병만 마셨고, 그녀는 집에 갔다. 컴퓨터는 못고쳤지만 날 위해 달려와준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맙다. 아름다운 외모, 아름다운 마음.
사족: 그녀의 가방에 있는 그림이 뭉크의 그림이었다. “뭉크네?” 그랬더니 무지하게 놀란다. 어떻게 알았냐며 존경하는 눈초리로 쳐다본다. “우리 회사 사람들 중 아무도 그거 아는 사람 없어요”
클래식 음악이 나왔을 때 “월광이네?”라고 하면 사람이 달라져 보이는 것처럼, 예술을 안다는 건 미녀를 감복시킬 수 있다. 내가 요즘 부쩍 예술에 조예를 갖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