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산 컴퓨터에는 Norton이라는 백신 프로그램이 깔려 있었다. 난 그걸 믿었지만 그는 날 배신했다. 몇 달쯤 지난 뒤 내 컴은 바이러스에 걸렸고, 윈도우를 다시 깔아야 할 지경이 되었다. 충격을 받은 나는 당장 안철수 연구소의 V3를 신청했고, 그 이후부터는 바이러스 걱정을 안해도 되겠구나 생각을 했다.
하지만 V3는 만능이 아니었다. V3는 악성코드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PC지기라는 프로그램으로 내 컴을 진단했을 때, 난 그 사실을 깨달았다. 발견된 악성코드가 20개가 넘는다는 걸 PC지기는 가르쳐 주었다. 도대체 돈주고 산 V3는 뭘 하고 있는 걸까? 난 돈을 내고 악성코드를 치료했다. 그 뒤에도 악성코드는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
그러던 중 ‘다잡아’라는 무료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뭐하러 돈을 내?”라는 지인의 말대로 난 다잡아를 컴에 깔았고, 이제 바이러스 걱정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 잡아준 건 별로 없었다. 게다가 끈질기기까지 했다. 마음에 안들어 지우려 했지만 죽어도 지워지지가 않는 거다. 수없이 ‘삭제’를 눌렀지만, 정작 그게 삭제된 건 이번에 컴퓨터를 고치면서다. V3를 2004 버전으로 바꾸고 틈나는대로 업데이트를 하면서 바이러스에 대비해 왔건만, 어느 순간 바이러스에 심하게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 V3로 검사를 시행하려 해도 검사가 수행되지 못할 정도. PC지기의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역시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날라올 뿐이었다.
결국 A/S를 불렀다. 그는 내 컴퓨터가 91개의 악성코드에 걸려 있음을 확인해 줬다. 바탕화면에 'PC-Clean'을 깔아준 그는 “매일 이거 한번씩 돌려주면 걱정할 거 없어요”라고 한다.
“V3 역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제기능을 못합니다”
아,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단 말인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시점, 내 하드 드라이버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뜨기 시작했다. 30기가 용량의 내 컴퓨터에 남은 용량이 없다는 게 참으로 놀라웠다. 그저 인터넷만 하고, 저장하는 것도 한글이 대부분인데.
“지금 보세요. 저장할 공간이 거의 없잖아요?”
AS 기사는 필요없는 프로그램을 다 지워나갔다. 내 한글파일 모두를 지웠고, 사진을 다 지웠다.
“이거 필요없죠?”
유니 사진만 잔뜩 들어있는 ‘My pictures'를 보면서 기사가 말했을 때, 난 안타깝지만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유니, 잘가!
한글 97도 지웠고, 남동생이 다운받아 놓은 게임 프로그램도 지웠다.
“게임 용량이 꽤 크거든요”
기사의 설명에 난 앞으로 동생한테 게임을 못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울 걸 다 지운 결과 200MB 정도의 용량이 확보되었는데, 나머지 29.9기가는 도대체 무엇으로 채워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고, AS를 받고 난 후인 지금도 ‘용량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는 끈질기게 뜬다. 컴퓨터는 내게 더 이상 없어서는 안될 존재지만, 가끔씩 날 무섭게 한다.
* 이 글을 쓰고나서 컴퓨터가 다시금 맛이 갔습니다. 글이 밀려서 할수없이 피씨방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