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단란한 곳
9시 조금 못되서부터 10시 반까지, 우린 단란한 곳에 있었다. 하필이면 그곳은 좀 심하게 노는-여자들이-곳이어서 난 할수없이 땅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 때가 많았다. 그 한시간 반을 난 그냥 버텨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이들과 처음 그런 곳에 갔을 때 십분만에 도망나온 과거를 되새겨보면 ‘발전했다’ 혹은 ‘타락했다’는 말이 어울리겠지만.
올해 4월인가, 단란한 곳 문제로 다른 그룹의 친구와 싸운 적이 있다. 난 단란한 곳이 싫다고 난리를 치면서, 니들은 돈이 썩어서 이런 데 다니냐고 집에 갔었는데, 그 이후 그들과 무척이나 서먹서먹해졌다. 그때보다 더한 곳에 갔으면서 이번에는 말없이 따라간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단란한 곳이 싫었다기보다, 같이 간 사람이 싫었던 거였다.
4월의 친구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녔다.
-맨날 간다. 그들은 남자들끼리 즐겁게 노는 법을 아예 잃어버렸다.
-나오는 여자들을 겁나게 무시한다: 파트너 선택시 못생겼다는 이유로 “장난하냐? 당장 나가!”라며 면박을 주고, 가슴이 크다고 “너 젖소냐”라고 한다.
-여자들이 지나다닐 때마다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더듬고, 사용하는 언어도 폭력적이다.
-나에게 특정 행위를 강요한다; 앉아서 수다만 떨고 있으면 왜 블루스를 안추냐고 괴롭히고, 안예쁜 파트너를 골랐다고 “같은 돈 내고 노는 건데 왜그러냐 넌??”
하지만 엊그제 친구들은
-정말 몇 년만에 그런 곳에 갔다
-파트너를 선택할 때 까다롭지 않았다.
-내가 누구를 고르던 개의치 않았고, 여자랑 내내 수다만 떨고 있어도 존중해 줬다.
그래서 난 4월엔 마음이 한없이 불편했고, 엊그젠 약간 힘들긴 했지만 버틸 수 있었다. 참고로 내가 단란한 곳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곳이 남성 중심주의가 관철되는 장이라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난 탁 트인 공간에서 단체로 그러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결혼해서 거기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그들과 달리, 난 양심에 철판을 깔면 20대 여자도 만날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잠시 자랑을 좀 하자면, 이번 목요일에 난 0.1%의 미녀를 만난다. 데이트 신청을 한 건 바로 그녀^^
어찌되었건 단란한 곳을 중심으로 한 남자들의 문화는 바뀔 필요가 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아내들은 콩나물값을 아끼려고 아등바등 사는데, 남자들은 불과 한시간여를 놀면서 무지막지한 돈을 쓰고 있으며, 아내들은 남편 이외의 남자를 만나기 어려운 반면 남자들은 20대의 어여쁜 미녀와 한바탕 놀고 나서도 바람이 아니라고 우긴다. 어제 잠깐 생각해본 결과 남자들의 밤문화가 지속되는 까닭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여자들이 잘 모르기 때문인 바, 그 밤문화를 체험해본 내가 그 실태를 고발하는 책을 하나 써볼까 싶다. 문제 해결은 현실을 바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그냥 해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