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8월 8일(월)

누구와: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와

마신 양: 돼지갈비로 시작해 감자탕까지, 무지하게 마셨다

좋았던 점: 내가 이겼다...친구는 중간에 잤다

나빴던 점: 친구가 내기로 한 2차를, 그가 자는 바람에 내가 냈다.



"여대생이 룸살롱에 나가면 비난을 받지만, 호스티스가 대학에 가면 박수를 받는다“

철학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했던 이 말은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가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취지지만, 이 경우에도 판단의 근거는 존재한다. 즉 대학생이 된 게 먼저라면 전자에 속할테고, 몇 년간 룸살롱 생활을 하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대학에 간다면 후자에 속하는, 박수를 받을 일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게 술만 퍼마시면서 언제 책을 썼느냐고. 하지만 이건 사실과 다르다. 난 술을 먹었기 때문에 책을 쓴 게 아니라, 책을 썼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거니까. 술먹는 걸 합리화하기 위해 억지를 부린다고 할까봐, <괴짜경제학>에서 배운대로 산뜻한 통계 몇 개를 제시해본다.


1. 작년 한해동안 178번의 술을 마셨는데, 그 중 책과 관련된 술자리, 즉 책을 주기 위해 지인을 만났거나, 사재기를 해준 데 대한 답례로, 혹은 출판사 분들과 만나서 마신 경우가 무려 71차례(40.8%)나 됐다.


2. <대통령과...>라는 책이 나온 2월 12일부터 5월 11일까지의 3개월간-책 주간이라고 부르자-71번 중 61번이 집중되었다.


3. 물론 내 성향으로 보아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꾸준하게 술을 마셨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책 주간 3개월을 제외한 나머지 9개월 동안 난 107번의 술을 마셨는데, 평균 2.5일마다 한번씩 술을 마신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책 주간 3개월간 36회의 술자리를 가졌을테니, 연간으로 환산하면 143회라는, 비교적 준수한 숫자가 나온다. 그러니까 책에 의한 술의 순증가분은 무려 35회다.


4. 2005년 현재, 98번의 술을 마셨는데, 책이 나오고 난 뒤 어제까지, 목금토일월 5일 연속으로 술을 마셨다. 올해 들어 5일 연속 마신 것은 단 한차례밖에 없었다.


5. 올해 6월까지 내가 마신 횟수는 68번에 불과한데, 연간으로 환산하면 136번이라는 꿈의 숫자가 나온다. 작년보다 확실히 술을 줄였다는 걸 알 수 있는데, 7월에 갑자기 횟수가 늘어난 이유는 사재기에 대비한 조직 다지기 탓이 크다. 책이 나와버린 8월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가요. 책이 나왔기 때문에 술을 마신다는 제 말이 믿어지지요?


부록: 진실 혹은 구라

-철학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야구선수입니다. 거짓!

-2004년 178번 마신 것: 진실!

-책과 관련된 술자리가 71번: 안세봤다. 아마도 그렇게까진 안될거다. 거짓!

-그 나머지 통계들은 책 때문에 마신 게 71번으로 가정한 거니 모조리 거짓.

-종합적으로 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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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0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마태우스님. 너무 웃겨요. ^-^ 정말 대단하십니다~
근데요. 술자리가 자신의 사회적인 업무와 인간관계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술자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단, 술에 중독되어서 술을 찾는것이 아니라면요. ^-^ 마태님은 아니시겠죠?! ㅋㅋ

비로그인 2005-08-0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제 서재에 알라디너가 좋아하는 술은? 이라는 투표에 참여하셨나요?
마태님을 위해 참이슬을 올려놓았습니다만. 불참하신것 같다는 생각이.어여 오세요

비로그인 2005-08-0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뜻한 통계에 깜찍한 구라올시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딸기엄마 2005-08-0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속지 않으리라 다짐하다가도 너무나 그럴 듯해 또 속고 말았어요. ㅠㅠ

moonnight 2005-08-0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대단하신 마태우스님 ^^; 이번엔 통계까지 동원하시다니. 또 속았네. -_ㅠ

ceylontea 2005-08-0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벌써 올해 98번째라는 거예요?? 술대신.. 맛있는 음식과 차는 어떨까요?? 음... 건강하셔야해요..

토토랑 2005-08-0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깜찍한 반전이라니 ^^:;;

하루(春) 2005-08-0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끝까지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 했군요.

클리오 2005-08-09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어떤 결과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는... ^^;;;

마늘빵 2005-08-09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렉스 로드리게스 구라!! 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