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7월 2일(토)
누구와: 써클 애들과
마신 양; 아직 모른다
애인이 있는데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적이 없어서 그런 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지만, 약속이 더블되었을 때 얼마나 미안한지는 잘 알고 있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다.
사실 약속을 중복되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여러 명이 모이는 모임 두개가 오늘로 잡혀버린 것. 하나는 영화 사이트에서 알게 된 분들 집들이었고, 또 하나는 써클 동기들 모임이었다. 고민을 하던 끝에 난 후자 모임에 가기로 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영화 사이트 분들은 자주 보지만, 동기 모임은 근 1년만이다. 게다가 난 여친과 헤어졌다는 이유로 지난 2월 스키장에 가자는 애타는 호소를 외면했었다.
2) 그 친구들 중 성공한 친구 하나가 그 유명한 센트레빌에 산다. 1차 끝나고 집을 구경시켜 줄지도 모른단다. 이때가 아니면 내가 그 비싼 집을 언제 또 구경하겠는가.
3) 영화 사이트 분들은 한분 빼고 다 남자지만, 써클 동기 모임은 남녀 비율이 거의 1대 1, 비록 40줄에 접어든 나이지만, 여자랑 노는 게 더 재미있지 않는가.
이렇게 마음을 정한 뒤, 집들이를 하기로 한 분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저 서민인데요, 정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뭐라고 말씀
-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저를 신의없는 놈이라고 여기셔도 좋습니다. 저에게
-해삼 문어 말미잘 오리너구리라고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변비환자라고 놀려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용서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떤 말도 감수하겠습니다. 정말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
여섯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무렵,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용서해 줄테니 그만 보내도 된다”고. 그분과, 오늘 만나기로 했던 다른 분들께 다시금 미안함을 전한다.
* 오늘 웬만하면 일찍 집에 갈 생각이다. 어제 못잤더니 비몽사몽이고, 오늘 밤 10시부터 MBC ESPN에서 윔블던 테니스 여자 결승전을 중계해 준단다.
** 부부동반이니 뭐 그렇게 늦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가족을 팽개치고 혼자 온 친구가 있어서 “오늘 한번 죽어 보자!”고 날 붙잡는다면.... 부인들이여, 남편을 포기하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