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번째: 만만한 상대는 없다
일시: 6월 20일(월)
누구와: 비밀이다
마신 양: 맛이 갈 때까지
그 여자분과 두 번 술자리를 한 적이 있다. 그녀는 두 번 다 취해 버렸고, 집에 잘 가셨을까 걱정이 되었었다. 그래서 난 술에 있어서는 그녀가 내게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술이라는 게 몸에 골고루 퍼지기 마련인데, 가냘픈 그녀가 먹어봤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세 번째 술을 마셨다. 4명이 시작했고, 나중에는 그녀와 나만 남았다.
“한잔 더 해야죠?”란 말에 난 그러자고 했지만, 마음은 불안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술이 올라와서였다. 난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설마 내가 지겠어? 그런데.
졌다. 참치찌개를 앞에 놓고 소주를 마시면서, 난 솔직히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잠은 쏟아졌고, 소주 한잔이 무척이나 많게 느껴졌다. 테이블을 붙잡고 버티는 날 보며 그녀가 말했다.
“일어날까요?”
원인은 방심이었다, 고 생각한다. 내가 더 세다는 생각에 자만해 버렸고, 그 바람에 장의 혈관에 머물러야 할 술이 뇌까지 올라온 것. 사자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진부한 얘기를 다시금 떠올리면서, 그녀와의 네 번째 만남을 기약하련다. 2승 1패입니다, xxx 님.
70번째: 후회
일시: 6월 22일(수)
누구와: 미녀와
마신 양: 그냥 기본만....
빈대떡 전문점에서 소주를 마셨다. 빈대떡은 원래 막걸리가 어울리지만, 미녀와 막걸리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사람은 미어터졌고,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 때문에 다리 한번 뻗는 것도 어려웠다. 이제와서 하는 소리지만, 파전 시킬 걸 그랬다. 난 빈대떡보다 파전을 훨씬 더 좋아한다.
파전이건 빈대떡이건 이날 마심으로써 난 올해 70번의 술을 마셨다. 후회가 밀려온다. 지난번에 한도를 상향조정할 때, 왜 100번으로 했을까 하는 후회감. 올 시즌 술 마시는 횟수가 50번 이하인 걸 목표로 했을 때,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40번을 넘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100번으로 올렸는데, 다른 사람은 그것도 반신반의했지만 나만은 그걸 믿었다. 일년의 반환점을 돌기 전인 지금, 난 벌써 73번의 술을 마셨다. 남은 6개월을 27번으로 버틴다는 것은 1년 목표를 50번으로 정하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이왕 올릴 거, 좀 왕창 해둘 것을 그랬다. 한 150번 정도로. 한번 올리고 나중에 또 올리면 사람들이 나에게 불신감을 갖는데. 일단 세운 목표니 100번 이내로 해보도록 노력은 해봐야지. 술일기를 쓰는 이유가 술을 많이 마시기 위한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줌으로써 술을 덜마시게 하는 것이니까.
72번째: 미녀 둘과 술을
일시: 6월 25일(토)
누구와: 제목대로
마신 양: 그래도 꽤 마셨죠...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이 주는 이상하게 여자랑만 술을 마셨다. 정리하면
월요일: 여자 셋
화요일: 여자 둘
수요일: 여자 하나
목요일: 여자 하나
금요일: 안마시고
토요일: 여자 둘
아까도 말했지만 난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자 남자 무관하게 친구로서 만나 술을 마시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주는 정말 이상한 주였다. 남자 구경조차 못하다니 말이다.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닌데.
솔직히 말해서 아주 편한 친구들을 제외한다면, 여자랑 마시는 게 더 재미있긴 하다. 이날 역시 그랬다. 그래도...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73번째: 안마시려 했는데
일시: 6월 27일(월)
누구와: 여자랑
마신 양: 아주 많이
새벽 3시에 일어났다. 박찬호가 던지는 모습을 보러. 야구를 보다가 골프를 봤다. 골프가 더 재미있고 극적이었다.
일찍 일어난 탓에, 게다가 내 몸이 옛날같지 않은터라, 이날 하루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집에 가서 빨리 자야지, 라는 마음뿐이었다. 술도 먹기 싫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게 꼭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어서, 난 미인의 부름을 받고 결국 술을 마셨다.
내가 미인에게 약한 이유를 생각해 봤다.
1) 내가 추남이라 2) 내가 아는 미녀들이 좀 강한 타입이라 3) 기타
답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