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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시’다운 인생이란 무엇일까. ‘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의 경우 ‘은유’와 ‘아름다움’이다.
대상을 대상에 빗대 표현하는 은유는 시의 핵심이자 모든 것이다. 직유는 명료하지만 사유를 제한한다. 은유는 모호해 보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열어낸다. 똑같은 사건과 감정을 경험해도 사람은 각각 다르게 기억하고 해석한다. 인간의 사고는 직유가 아니라 은유에 가깝다. 이런 은유로 온 세상의 모든 것을, 심지어 슬픔까지도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을 나는 ‘시’라고 생각한다.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는 삶과 시에 보내는 격정적 은유다. 행복, 기쁨, 열정 같은 아름다움은 인생에서 찰나에 불과하다. 지루함을 반복하고 수없이 좌절하면서, 자주 상처받고 가끔 웃으면서 대부분의 삶을 버텨낸다. 시시하고 치열하게 살아내는 우리에게 인생은 ‘시’답지 않다. 그래서 애써, 시다움을 찾아야 하고 아름다움을 느껴야 한다.

18번 _ <당신은 흰 종이 위에 기거하는 문자들의 불안한 침묵입니다> 중에서
시집에는 모두 30명의 ‘당신’이 등장한다.
그 당신들에게 시인은 은유적 위로를 건넨다.
당신은 아름다운 그리움이고,
당신은 꿋꿋하게 절망을 버티는 희망이며
당신은 삶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혁명가라 말한다.
그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낸 그 당신들의 삶을 격려한다.

26번_ <당신은 머리가 심장으로 들어간 열정적인 질문입니다> 중에서
30명의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채찍질의 ‘시’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느끼게 된다.
당신은 시인 자신이고, 또 독자이며, 독자가 스스로 자기 자신과 대화하도록 시인이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말이다.
이 시집의 백미는 바로 ‘에필로그’이다.
빈한하고 장대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독자에게 시인은 결론처럼 높은 밀도로 당부한다.
내 삶의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지금 당장 여기서 경이롭고 황홀한 순간을 느끼라고.

에필로그 _ <사랑하세요, 당신의 전부를 걸고> 중에서
삶이 시답지 않아도 사람은 시답게 살라고 시인은 권한다.
시답게 인생의 은유를 찾아내고
시답게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시답게 오늘을 사랑하라고 위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