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서 "저딴 걸 누가 봐?"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올라오는 영화평을 보니 재미와 감동을 주느니 어쩌니, 난리가 아니다. 친구 둘과 적당히 술을 마시고 영화를 봤다. 소주 3분의 2병 정도를 마셨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번도 자고 싶단 생각을 안한 걸 보면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수 있을게다. 특히 탁구를 치는 장면에서는 너무 웃겨서 배가 땡겼고, 손을 앞으로 내저으며 "그만! 그만!"을 외치기까지 했다. 배가 아플 정도로 웃어본 적은 최근 3년 사이에 처음인 듯. (그럼 3년 전엔 뭣땜에 웃었을까?)

바로 이장면이 탁구 치는 씬...
'굿바이 레닌'이란 영화가 있다.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당원인 어머님이 두달간 의식불명으로 입원 중인 동안 동서독이 통일이 되고, 깨어난 어머님이 충격을 받으면 안된다는 말에 통일이 안된 것처럼 자식들이 별의별 쇼를 다하는 그런 영화. 이 영화에서도 자식들은 그와 비슷한 쇼를 하지만, 늦게 나온 영화가 다 그렇듯이 훨씬 더 재미있다. 어쩌면 우리 정서에 더 잘 맞아서 재미있게 생각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예고편만 보고 이 영화를 안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예고편에 속아서 후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면서 왜 나는 예고편만 보고 이 영화를 안보려고 생각했을까. 따지고 보면 예고편이라는 건 한 인간의 겉으로 드러나는 면-그러니까 학벌이나 집안, 직업?-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좋은 조건을 갖추었으면서 영 인간이 안된 사람이 아주 많다. 사람의 됨됨이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한번 만나야 하는 것처럼 진실은 본 영화에 있는 법, 예고편만 보고 좋은 영화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한가지 더. 하지만 사람을 만나기 전에도 그가 인간 말종임을 알게 해주는 척도가 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강도강간 3회, 노상방뇨 2회, 사기 3회의 전과가 있다면 굳이 그를 만나볼 필요가 있을까? 그와 비슷하게 영화 예고편에도 전과 10범임을 드러내주는 그런 것들이 있다. <내사랑 싸가지>라든지 <낭만자객>의 예고편은 그 영화가 연쇄살인마임을 말해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바의 꼬임에 빠져 <낭만자객>을 본 나는 일상생활에서도 사기 같은 걸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