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입니다. 제 생각과 다른 분들의 반론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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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테니스를 치러 가는 차 안에서 친구 둘과 얘기를 했다. 미국에서 10년간 유학을 했던 한 친구는, 당연한 귀결이지만 애 둘이 모두 미국 국적이다. 또 다른 친구는 산전검사로 아들임이 확인되자 원정출산을 했다. 자신은 끝끝내 반대했지만, 부인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단다. 요즘 홍준표 의원이 총대를 맨, 미국 국적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에 대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첫 번째 친구: 그게 문제시되는 게 다 군대 때문이잖아. 난 애들 국적이 어떻든 군대는 보낼 거야.
두 번째 친구: 원정 출산한 애들 불이익 주는 건 당연하다. 달게 받겠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고, 국적을 어떻게 취득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대부분이 군대를 빼기 위한 것이겠지만, 전두환 치하에서 할 수 없이 망명을 한, 그래서 자녀가 다 미국 국적을 가진 정연주(KBS 사장)처럼 사연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라도 개인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하며, 우리 국적을 안가졌다고 불이익을 주자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고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문제는 군대다. 사고사를 포함, 해마다 수백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고, 한창 머리좋을 사람들을 돌로 만든다. 많이 좋아졌다 해도 구타나 기합도 없진 않을테고, ‘할머니도 예뻐 보인다’고 할 정도로 욕구불만에 시달린다. 그런 군대에서 자기 자식을 2년 반 동안 썩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수천만원이 드는 원정출산과 미국국적 취득을 유행으로 만들고 있는 거다. 사정이 이럴진대 왜 우리는 군대 문제를 개선하는 대신, 군대에 안가려는 사람을 벌하려는 발상만 나오는 걸까. 하지만 홍준표의 발의는 군대를 간, 혹은 가야 할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에서 군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너도 나도 다 빠져 버리면 나라는 누가 지키냐는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억지로 군에 끌려가야 하고, 군대 때의 경험이 평생의 굴레가 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런 군대가 얼마나 사기가 높을까 생각해 보자.
군 체제의 개선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전에도 쓴 얘기지만, 내 생각을 두가지만 말해본다.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게 돈주고 군대 빼는 걸 합법화시키는 거다. 군대 뺄 사람은 돈내고 빼고, 군에 가는 사람은 5년 혹은 10년씩 복무하게 한다. 물론 월급은 준다. 이 말만 나오면 사람들은 “돈이 어디 있냐”고 펄쩍 뛴다. 하지만 원정출산 비용이 5천만원이니, 1억씩 내고 군대 가지 말라면 낼 사람 많다. 원정출산이 편법이고 산모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걸 감안한다면 1억은 그리 비싼 게 아니다. 만명씩만 빼도 매년 1조원이 걷힌다. 있는 집 자식은 다 안가니, 위화감이 생긴다고? 당장 돈이 없는데 군에 가기 싫은 경우, 10년의 기한을 주고 1억을 갚으라고 한다면 되지 않을까. 그런 식이면 누가 군에 가겠냐고 하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군대 체질인 애가 몇 명 있다. 그리고 계속된 취업난을 생각해볼 때, 군대도 그리 나쁜 직장만은 아닐 거다.
둘째, 그게 아니면 군 복무 기간을 대폭 줄이는 거다. 이라크전 같은 데서 보듯 우리가 60만 대군을 운용할 필요는 사실 없다. 우리 국방비가 20조를 웃돌지만, 애들 밥값과 옷값, 그리고 얼마 안되지만 월급-1만원씩 잡아도 60만이면 매달 60억이다-을 주고나면 전력증강에 쓸 돈이 어디 있겠는가. 현대전은 첨단 무기가 판을 치는 곳이니 중요한 건 족수가 아니라 장비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20세가 된 모든 남자는 1개월씩 군사훈련을 받는다 (대학생이면 방학 중...). 훈련이 끝난 뒤, 다음 해부터 3박4일씩 예비군 훈련을 십년간 받는데, 훈련은 지금처럼 설렁설렁이 아니라 정말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즉, 일본처럼 우리나라 군도 장교와 예비군 위주로 운영되며, 유사시 예비군이 소집되어 전투에 임한다.
이 두가지는 평소 지론을 적은 거다.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보면 더 좋은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군 체제의 개선이지, 우리 국적을 포기한 애들한테 쩨쩨하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장의 감정보다는 이성을 내세우는 우리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