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만원짜리 한 장을 축의금으로 내본 적은 4번 있다.

-학생 때, 우리과 친구가 결혼을 했다. 버스타고 대전에 가면서 단체로 1만원을 걷었다. 그러면서도 수십명이 가서 음식을 먹어댔으니 너무 젊어서 결혼하면 금전적으로는 손해다.

-졸업 후 조교로 들어왔을 때, 내 친한 친구가 결혼한다기에 1만원 냈다. 다른 친구가 2만원을 낼 때 “와 대단하다” 그랬다. 그때 난 월급을 받기 전이었다.

-위와 비슷한 시기, 친했지만 소원해진 여자애가 결혼을 했다. 만원 냈다. 그때 만원은 내게 큰돈이었다.

-한달 뒤, 여전히 월급을 못받았을 때(난 1월부터 조교 생활을 했고 월급은 3월 17일에 처음 받았다) 후배 결혼식이 광주에서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준다는 좋은 조건이라 “그래도 비행기값 만큼은 내야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난 만원만 냈다. 버스비 들여가며 광주까지 간 게 어디냐면서.


지금은 물론 1만원을 내는 경우는 없다. 안친한 사람은 3만원, 친한 친구는 5만원을 낸다. 그 이상 낼 경우도 있다.

-고교 친구들끼리 모임이 있는데, 규정이 무조건 20만원이다.

-내 심복이 여수에서 결혼할 때 10만원 냈다.

-전주서 결혼하는 여자애한테 “못가서 미안하다”면서 10만원을 줬다.


조의금은 다르다. 슬픔에 젖은 유가족에게 3만원을 건네는 건 예의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다. 그래서 한단계 씩 올려서 안친하면 5만원, 친하면 10만원을 낸다. 이번에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친구들은 다들 10만원을 냈다.


친한 친구가 다 장가를 가서 해당이 안되지만, 인플레가 서서히 진행된 지금은 친한 친구가 결혼하는 경우에도 10만원을 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들의 자제가 결혼을 할 때가 되면 10만원은 당연한 거겠지. 궁금한 것은 왜 3만원--> 5만원 다음에 10만원으로 뛰는가이다. 5와 10사이에 7도 있고 8도 있건만, 아무도 7만원을 내는 사람은 없다. 우리 조상들은 술을 시킬 때 한병, 세병, 다섯병 이렇게 홀수로 술을 시켰는데, 7만원을 못낼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30세를 전후했을 무렵, 정말 많은 청첩장이 날라왔었다. 그때의 난 결혼을 축하하기보다, 축의금을 낼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지금은 안다. 4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난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위로와 조의금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당장 낼 돈이 부담이 되어도,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이 부담으로 다가올지라도 나중에 다 돌려받을 돈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낸다. 돌려받지 못하면 좀 어떠랴. 그가 내게 고마워하면 그걸로 족한 게 아닐까.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3, 5 다음에 7을 거쳐가면 왜 안되는 것일까. 10 다음에 15를 거쳐 20이 되면 좋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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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05-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삼,오,칠이 되면 좋으련만 ;;

줄리 2005-05-2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늘 구여운 생각과 의문이 넘치시는군요. 근데요 전 한국에서 직장 생활할때 뿌린 축의금, 조의금 정말 수억(거짓말 조금 보태서요)인데 너무 멀리 있어 돌려받지 못했어요. 억울하냐구요. 아니예요. 마태님 말씀따나 제게 고마와 하실 그분들 생각하면 만족합니다. 진짜루 만족할랍니다... 어차피 돌려 받을 생각하면서 한거는 절대 아니었으니까요.

세실 2005-05-2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심오하십니다. "그가 내게 고마워하면 그걸로 족한게 아닐까"...
앞으로는 저도 그 맘으로 흔쾌히 내야겠습니다.
친척을 제외하고 아직 10만원은 내본적이 없네요~ 최대가 5만원~~~

바람돌이 2005-05-2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내는 기준 액수가 저랑 똑같군요. 저역시 5에서 10은 너무 슬퍼요. 5만원 내기는 좀 그렇고 10만원은 너무 부담스러울 때도 있거든요.
마태님 글을 보며 든 생각 " 내가 세상을 바꾸리라,... 과감하게 7만원짜리 봉투를 준비하리라....."ㅋㅋ

2005-05-25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25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5-05-2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둘이가면 5만원 혼자가면 3만원내요... 기준이 뭐냐면요? 흐흐흐 요즘 뷔페가면 기본이 2만원대잖아요...그러니깐 밥값하고 조금은 남겨드려야한다는 생각에...

그런데 전 왜 저런거 낼때 손떨릴까요?

날개 2005-05-2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7 이 필요해요...ㅠ.ㅠ 근데, 왜 그렇게 7만원 넣는건 이상한지..

panda78 2005-05-2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만원 낼까 하다가 다 5만원 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ㅋㅋ
2만원,4만원 이렇게 짝수로 내는 건 안된다고 하던데 왜 그런가요?

노부후사 2005-05-2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삼 오 칠이 그뜻이었군요. 전 또 뭐라고...

아영엄마 2005-05-2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남편 주위 분들의 결혼부주, 자녀 돌잔치 부주하느라 허리가 휘청합니다...쩝~ 정작 우리 아그들은 돌잔치란 걸 해주질 않아서 그런 걸 별로 받아보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 다음에 저희도 도움 받을 날이 있으리란 생각이 드네요...

깍두기 2005-05-25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보세요. 빨리 결혼해서 그거 다 도로 돌려받을 생각은 안하고 뻘소리만......

진주 2005-05-2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3, 4월엔 왜들 그렇게 결혼하고 돌잔치를 하던지! 축의금이 두 달 다 40만원이 넘었어요 ㅠㅠ 그리고 4월엔 초상난 집이 있어 10만원 추가 되었어요. 연이어 5월이라 애들 생일에 어버이날이라 흑..거의 파산지경입니다. 에고..허리펴고 살 날이 언제리요?

2005-05-26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5-26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사, 사십만원이라구요.... 으아... 5월은 원래 돈쓰는 날이고... 진주님,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 집에 있는 진주라도 갖다드릴까요?
깍두기님/흐음, 맨날 결론이 그렇게 귀착되는 걸 보니 깍두기님도 중년이군요^^
아영엄마님/나이대별로 경조사는 끊이지 않네요. 전 뭐, 지금은 휴지기인 것 같은데... 결혼도 다 했고, 돌도 다 치뤘으니까요
에피님/제목을 수상쩍게 적어야 사람이 많이 오는 법입니다 으하하
판다님/이유는 저도 모르죠. 그냥 홀수를 좋아했답니다. 예비군 훈련 가는 날 십분 남은 걸 이용해 댓글을 달고 있는 저는 진정한 폐인!
날개님/관행으로 정착시키려면 많은 분들이 과감히 7만원을 내야 합니다 날개님이 시작해 주세요
인터라겐님/맞다! 부부끼리 혹은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면 본전은 되는거죠! 전 늘 시라소니처럼 혼자 가서 말입니다..
바람돌이님/용기를 잃지 마세요. 날개님과 바람돌이님, 그리고 달밤님과 함께 세상을 바꾸도록 해요
세실님/님은 참석만 해주시면 다들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따우님/맞아요 1도 있군요!

2005-05-26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