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검침원이 벨을 눌렀을 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다시 오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돌아서려는데, 그는 희미한 울음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 사람과 함께 문을 따고 들어간 그는 방에 갇힌 채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아이는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고, 어찌나 맞았는지 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아이의 부모는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그녀를 두들겨 팼다고 한다. 열 살도 안된 아이를. 검침원의 예민한 청각이 한 아이를 구한 것이지만, 글쎄다. 그런 상처를 받은 애가 과연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수업의 일환으로, 아동학대 센터에서 나온 분의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주로 학대 사례들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는데, 그걸 보다가 난 몇 번이고 눈을 가려야 했다.

-화상을 입은 아이; 다리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아이 엄마는 실수로 뜨거운 물이 튀었다고 했지만, 아이의 증언은 그게 아니었고, 다른 곳에도 상처가 많았다.

-아빠를 그리라고 하니까 군복 입고 자신을 때리는 장면을 그린다. 제목을 ‘나를 괴롭히는 사람; 아빠’라고 붙였다. 눈꼬리가 올라간 채 자신에게 야단을 치는 엄마를 그린 아이도 있었다.

-아이 둘을 남기고 엄마가 가출을 했다. 아이는 결국 굶어 죽은 채로 발견이 되었는데, 눈을 감기 전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목욕탕에 있는 시커먼 덩어리들을 가리키며 강사가 뭔지 아냐고 묻는다. 바닥 전체를 덮은 그건 똥이었는데,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직원이 들어갔다 오래 못버티고 나와 버렸단다. 먹은 게 없어도 대변은 나오고, 대변은 뭘 먹었는지에 무관하게 냄새가 난다. 그나저나 그 엄마아빠, 꼭 잡아서 족쳤으면 좋겠다.

-아이가 말한다. “때리더라도 제 말을 좀 들어보고 때렸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버님도 날 때릴 때 그냥 때리셨는데...


강사는 아동학대의 기준을 설명해 준다. 그 기준이란 게 선진국 수준이라 ‘숙제 안도와주는 것’도 아동학대라고 한다. 그런 높은 기준은 안지켜도 좋으니까 제발 때리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우연히 알게 된 의사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애가 유난히 얌전해 보이기에 기특하다고 했더니 그 부인이 했던 말, “베란다 밖에 5분만 세워두면 말을 아주 잘들어요” 밖이 추울수록 효과가 좋다나 어쩐다나. 아동학대 센터에서 보기엔 그 집 엄마도 격리의 대상이 아닐까.


콩쥐팥쥐의 신화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선 계모의 학대가 더 일반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동학대의 90% 이상이 친부모에 의해서 이루어진단다. 아니 그럴 걸 왜 퍼질러 낳아가지고 애를 고생시킨담? 애를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걸까.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성폭행범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게 논의되고 있던데, 그보다 먼저 아동학대를 일삼는 부모의 손에 팔찌를 채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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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05-0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의 부리학대도 심각한 문제다!

노부후사 2005-05-0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전자팔찌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현실에 적응할 것도 아닌 다음에야 미래에 일어날 일을 상정해 두고 한 사람에게 "성범죄자야"라고 주입시키는 건 또 하나의 낙인이 아닐까요? 한국같이 개인정보가 아무렇지 않게 유통되는 사회에서 말이에요.
그리고 학대사례를 굳이 동영상으로 보여줘야 될까요? 만약 제가 그런일을 당했는데, 제 추레한 꼴이 남에게 보여지는 것, 그것도 언론을 통하여 유포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예전에 여중생 압사사건 때 진중권이 이런 말을 했었지요. 視奸이라고.

노부후사 2005-05-0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역시 마태님이 부리님을 학대하고 있었군요.

부리 2005-05-0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님/저도 전자팔찌는 실현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요즘 이슈가 되고 있어서 써먹어 봤어요. 글구 학대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5-0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아동학대의 경우에는 그것이 대개 불특정 다수의 아동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녀를 학대하는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전자팔찌까지 채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단지 그런 부모들을 엄벌하고, 아이들과 격리한다거나, 또는 주기적으로 검사를 할 필요는 있겠지만요. 하지만 성범죄자의 경우에는 신중하게 도입을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기준의 엄격화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요.

부리 2005-05-0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말한 팔찌는요 그냥 수갑을 말한 거라고 생각해 주심 안될까요요요

하루(春) 2005-05-0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심난한 글 올리셨군요. 저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말을 전적으로 믿는데요. 이 시대의 부모들 자식들 결혼하길 바라기 전에, 현명하고 정말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을 먼저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너무 엉뚱한가요? ^^;

울보 2005-05-0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동학대 정말 아주 큰문제인데,,,해결방안이 없는것이 문제가 아닌가요,,

인터라겐 2005-05-0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큰 문제는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것 같아요... 내자식 내맘대로 한다는데 웬 참견이냐구 하면 대부분이 그냥 지자식 지맘대로 한데이러면서 돌아서잖아요... 전 학대 받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낳아놓고 그냥 버리는 부모들이 더 싫어요...노량진에 있는 아기집이에 아주 조금이지만 매달 간식비를 보내고있는데 정기적으로 오는 우편물을 보면 눈물나요... 아침방송에서 어떤 분이 나와서 그러시더라구요...아이는 무턱대고 낳는다고 다 부모가 되는것이 아니다..최소한 내 아이는 어떻게 키우겠다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들때 아이를 낳는것이 바람직하다구요..
그렇지 않으면 낳았으니 키우는것이지 라고 너무도 당당히 말을 한데요..아이 입장에선 누가 낳으라고 했냐구요......아동학대 이런 말이 더이상 들리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네요...

딸기 2005-05-07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섬찟하네요. 아직 정리된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인권에도 여러 종류(예를 들면 학대받는 아동의 당연한 인권, 에피메테우스님께서 제기하신 것 같은 가해자 인권과 초상권;; 등등)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딱히 뭐라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저도 제 아이를 마구 두들겨패준-_-;;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아주 어린 꼬마였지요. 서양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감옥가야 할 수준이었겠고, 우리나라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애들 안 때리고 어떻게 키우냐' 이런 수준으로 때려줬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동학대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겠더군요.
아주 단순해요. 아이는 '약자'라는 겁니다. 남편이건 친구이건 부모형제건, 내가 누구한테 그렇게 소리소리지르고 막말하고 때려주고 그러겠나, 다만 얘는 지금 나랑 단 둘이 있고, 말도 잘 못하니까 내가 때려줘도 누구한테 이르지도 못하고, 내가 찍어누르면 울기만 하지 저항을 못하니깐, 그러니까 때리는 거다-- 그리고 우습게도, 아주아주 조금(아이 입장에서 보면 공포스럽겠지만) 가학심리 같은 것이 생기더군요.
그렇다고 뭐 제가 특별히 '폭력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보니 대부분 엄마들이 저같은 고민을 하더라고요. 아이를 때리거나 심한 소리를 퍼부은 다음에 '보통 엄마'들은 자책을 하고 자기 자신에게 회의를 느낍니다. 그리고 다시 자상한 엄마로 돌아가는 거지요.
여기의 어느 고리인가가 끊어지면 폭력부모가 되는 것이겠지요.

2005-05-07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07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도나라 2005-05-0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 님 말씀에 동감~ 별 5개...
우리나라는 선진국 어쩌구 떠들기 전에 "사람"이라는 존재와 "인격"이라는 것에 대한 고찰과 교육부터 시급한 것이 현실...
근데 부리 님과 마태 님...
아주 사람 헷갈리게들 하시네요...
처음엔 그냥 사이들이 안 좋으신 건가 했는데... 생각한 저만 바보되고 있는 듯...ㅡㅡㅋ...
두 분은 동일 인물이거나 동반자 관계라는 것에 점점 확신이 가네여...

2005-05-08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5-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딸기님 같은 생각의 고리를 느껴봤더랍니다. 엄마는 어느순간, 폭정을 펼치는 권력자가 되고, 화들짝 놀라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건, 정말 정말 엄마의 인격적 수양이 마더테레사 정도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

마태우스 2005-05-08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벤지는 안때려도 말 잘듣던데....
하이드님/저두요
여행자의 노래님/앗 저와 부리의 관계가 밝혀지려나봐요 그럼 안되는데....
딸기님/좋은 댓글 감사드려요. 하여간 전 딸기님 편이어요
인터라겐님/부모 자격 없는 분들이 정말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울보님/사회가 책임지는 건 우리나라 상황에서 한계가 있겠죠....
하루님/아니요. 그런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로렌초님, 그리고 에피님/팔찌 얘기 죄송합니다. 괜히 그 얘기 썼다는 생각이....저도 전자팔찌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