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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상식 - 좌파 자유주의자 변정수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2
변정수 지음 / 모티브북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오후로 예정된 출판기념회에 가기 위해 교봉에 들렸다.
“변정수 씨 책 찾는데요”라고 했더니 교봉 직원은 육아나 에세이 쪽에 가보란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탤런트 변정수 맞죠?”
이럴 수가 있는가. 방송국이나 미장원에서라면 미시 탤런트 변정수를 말한 것일 수 있지만, 서점에서 변정수를 찾는다면 당연히 유명 라디오 패널이자 ‘좌파 자유주의자 변정수’를 지칭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교봉 직원의 대응은 지극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결국 난 정치 쪽 신간란에서 변정수의 새 책 <그들만의 상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신촌에서 있었던 출간기념회. 난 그전에 나온 책 두권과 새로 산 책 한권을 품에 안고 사인회에 갔다. 저자에게 인사를 하고 싸인을 받고 있는데, 낯익은 분이 그 장면을 카메라로 찍는다. 저자의 말이다. “어, 저분 알지? 내가 찍사 좀 해달라고 부탁했어”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분은 <헌법의 풍경>을 쓴 김두식 씨였다. 유명 칼럼니스트인 그분이 사진사를 자처할 정도면 저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들만의 상식>이라는 멋진 제목의 이 책은 ‘정치’란으로 분류된 것과는 달리 문화에 관한 저자의 글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미니홈피의 유행과 신드롬의 남발, 인터넷 언어와 전자책 등 여러 주제를 다루면서 문화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데, 평소 그의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시종일관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변정수 책의 매력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2’라는 책의 부제처럼 시선이 소수자를 향해 있다는 것. 저자 자신은 탄핵에 반대하지만,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반대의 슬로건을 전유함으로써” 탄핵에 찬성하는 5분의 1 가량의 국민들을 “졸지에 비국민으로 내모는 것”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일 수 있음을 일깨워 주고,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지적 능력을 무작정 폄하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한다. 경제위기를 이유로 성매매특별법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도둑질을 못하게 단속하는 바람에 장물거래 시장이 위축된다고는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 난 문장 하나를 다 읽을 때까지 숨을 참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만연체가 주를 이룬다. 그게 특히나 심했던 게 128쪽인데, 문장들이 다 열줄이 넘고, 페이지 전체가 단 세문장으로 구성될 정도라 읽다가 호흡이 가빴다.
파시즘을 옹호하는 이모 소설가를 보면서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올바르지 못한 생각을 가질 경우 그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다행히도 변정수는 탁월한 글솜씨에 걸맞는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향한 저자의 말걸기가 성황리에 계속되기를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