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과 이 책이 얼마나 관계있는지 모르겠다^^

친구의 권유로 한강다리 중간에 있는 테니스 클럽에 가입한 건 작년 11월, 소심한 성격상 한달간 낯가림을 한 뒤, 난 이내 테니스 클럽을 이끌어갈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실력이야 보잘 것 없지만, 나이가 젊고 술을 곧잘 마시기 때문. 짬짬이 테니스를 치고 술을 마시면서, 난 그들과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중지도에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우리는 3월 31일까지 코트를 비워줘야 했다. 테니스를 치는 날이 주로 주말이니, 오늘 열린 테니스 대회가 그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는 마지막 무대였다. 홍콩 영화인들이 중국 반환의 불안함을 ‘홍콩 느와르’로 승화시켰듯, 나는 ‘테니스를 통한 10킬로 감량’의 꿈이 좌절된 슬픔을 공에 담아 넘겨냈다. 대회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오늘 역시 전패를 했지만, 경기에 져서가 아니라 앞으로는 어디가서 테니스를 쳐야 하나는 생각 때문에 우울하기만 했다.


“앞으로 어디 가서 칠 거예요?”

최근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난 아직 모른다고 대답했다. 사람들 대부분도 나처럼 갈팡질팡이다. 누구 하나 공식적으로 나서서 진로를 결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 큰 어른들이니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하지만, 우리가 회장과 총무를 뽑은 것은 이럴 때 믿고 의지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집들도 다 다르고, 중지도처럼 많은 코트를 거느린 곳이 없는 이상, 우리가 우르르 한 곳으로 옮겨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회장단이 “각자 갈 길을 갑시다”라고 해체 선언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회장단은 공식 일정이 끝나는 오늘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총무의 말에 의하면, 클럽 사람들 중 마음에 안맞는 사람은 떼어놓고 옮길 거라, 공식적인 얘기를 안하는 거란다.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걸로 보아 내가 그 ‘마음이 안맞는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어찌되었건 씁쓸하다. 우리가 운동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이긴 해도, 사람이란 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으러 다니면서 쌓인 정도 있을텐데. 이렇다할 멘트도 없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울적했다.


코트 바깥에서는 석쇠에 고기가 구워졌고, 막걸리와 소주, 파전을 동반한 잔치가 벌어졌다. 고기는 언제나 맛있었고, 클럽에서 맛들인 막걸리는 여전히 달았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시간이 감에 따라 한사람 한사람씩 집에 갔다. 다시 볼 수 없을 이별이지만, 사람들은 평소 헤어지던 것처럼 집에 갔다. 진한 포옹까지는 아니더라도, 악수라도 하고 헤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위기가 닥쳐 봐야 인간성을 안다며 집행부를 성토하던 30대의 젊은 피도 집에 갔다. 그는 내게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고, 내 휴대폰 번호를 적어갔다.

“전화 드릴께요. 언제 소주나 한잔 하지요”

나는 안다. 그가 전화를 안할 것임을. 어쩌다 전화를 한다해도, 술을 마실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군대 때 동기를 사회 나가서 안만나는 것처럼, 운동이라는 매개가 없어진다면 안만나지는 게 세상이라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클럽 사람들은 이명박을 욕한다. 괜히 뽑았다고, 대선 때 나오면 절대로 안뽑을 거라고. 말은 그렇게 해도 그들은 대선 때 이명박이 나오면 그에게 투표하리라. 좋은 차를 타고, 평소 노무현만 나오면 TV 채널을 돌리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옹호해줄 자에게 표를 던지는 것 역시 인지상정이니까. 개발독재 시대의 인물인 이명박이 시장이 되지 않았더라도, 중지도 코트는 없어질 땅이었다. 한강 옆에 위치한 천혜의 땅이 몇몇 사람들의 테니스 코트로만 이용되는 건 분명 아까운 일이니까. 이명박의 당선은 그걸 몇 년 앞당겼을 뿐이다.


글을 쓰다말고 내 배를 본다. 테니스를 친지 4개월, 아무리 봐도 배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테니스를 통한 10킬로 감량은 원래부터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테니스라도 쳤으니 배가 더 안나온 게 아니겠냐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머리가 멍하고 아무 생각도 안나는 걸로 보아, 아직 술이 덜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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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5-03-2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님 몸무게를 알고 있어용 ㅋㄷ

panda78 2005-03-2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마태님 그때 뵜을 땐 그리 통통하지 않으시던데... ;; 지금 몇 키로? 에피님, 갈쳐 줘요- ^^

2005-03-27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3-27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도 먹지 않았는데 테니스장이 없어진다니 제 마음이 쓰리군요..

비연 2005-03-2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지도에 오페라하우스가 생긴다고 좋아했는데..이런 아픔이 있네요...ㅠ.ㅠ

LAYLA 2005-03-2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마태우스님과 부리의 글이 다 슬퍼요. 저도 일요일에 외로움을 느꼈기 때문인지......

클리오 2005-03-2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엉뚱하게 석쇠에 고기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드는걸까요.. 배가 고픈가? --;;

부리 2005-03-27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너 23위더라? 30위가 불안할 것 같아 일단 추천한다.

부리 2005-03-2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야, 윗 글, 서재 주인보기로 한다는 거 깜빡했다. 미안!!!

히나 2005-03-2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폴 베타니 때문에 영화 '윔블던'을 보고 (평소 아저씨들이 쳐서 관심도 없었는데) 그만 테니스의 매력에 빠져버렸답니다 어찌나 멋지던지 ^^;

엔리꼬 2005-03-28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의 키어스틴은 윔블던에서 얼마나 멋지게 나올까?

마태우스 2005-03-2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우님/저도 윔블던 봐야 하는데... 다음주에도 하려나요?
서림님/키어스턴이 남자에요 여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