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때, 난 모범생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학교에서 금지하는 건 물론이고 남들 눈에 안좋게 보이는 걸 두려워했다.
대학에 간 뒤에도 그 잔재가 남아 있어서,
난 당구를 치지 않았고, 담배를 배우지 않았다.
나이트에서 춤을 추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나이트가 문제가 됐다.
써클에서 여름방학 때 하는 봉사활동을 마친 뒤 각 기별로 흩어져서 놀았는데
우리 기는 하필이면 나이트를 갔다 (그때는 부킹이 없이 춤만 추던 시절이었다).
생전 처음 가보는 나이트에 앉아 몸을 흔드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스스로가 한심했고, 평생의 동지처럼 생각했던 우리 기 애들도 멀게 느껴졌다.
같이 춤을 추자는 권유를 뿌리치고 술만 마시고 있으니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몇 시간 놀지도 못한 채 떨떠름한 기분으로 헤어져야 했다.
나중엔 그 일을 후회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좋아했던 여학생이 나한테 실망했다고 했기 때문이었지,
춤을 안춘 내 행동을 후회한 건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상하게 춤을 출 기회가 많아졌다.
그것도 나이트가 아닌, 그냥 친목 모임에서.
평소 유머를 강조했던 터라 사람들은 내가 춤도 잘 출 거라고 지레짐작했는데,
난 그런 그들을 번번이 실망시켰다.
상황은 더 악화됐다.
방송에 나가게 되면서 춤을 춰야 하는 상황이 점점 더 많아졌으니 말이다.
드디어 난 춤에 대해서 적대적이던 내 지난날을 반성하게 됐다.
지금이라도 춤을 배우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지만,
요즘같은 스케쥴에 춤을 배울 짬이 날 것같진 않다.
얘기하다 보니까 20대들에게 “나이트에 가라!”고 호소하는 글이 된 것 같지만,
삶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건 큰 자산이고,
그 경험들은 기회가 있을 때 챙겨야지 나중에 하려면 늦다는 게 이 글의 요지다.
20일쯤 전, 베란다쇼에서 만든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http://www.youtube.com/watch?v=ccv8p6cVrnA
연기도 그렇지만 특히 춤에서, 난 같이 나오는 박지훈 변호사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내가 이렇게 뮤직비디오에 나올 줄 미리 알았더라면
대학 때부터 춤바람 난 것처럼 나이트에 다녔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