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그의 쾌유를 바랐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거다. 차기 교황 자리가 유력시되는 추기경이라면 그의 입원에 가슴이 설레지 않았을까? 일개 교회의 장을 선출할 때도 엄청난 액수의 돈이 뿌려지는와중에, 교황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얼마나 클까? 속세의 희노애락에 초연한 성직자라 해도 그런 것에 초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네이버에서 알아보니 교황은 추기경단의 선거회(conclave)를 통해 선출된다고 한다. 카톨릭 신도면 누구나 피선거권이 있지만 실상은 추기경 중에서 선출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1978년 교황이 된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는 28년째 교황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데, 몇년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로 84세라고 한다. 연배도 연배지만 불치병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게도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교황은 종신제다. 죽을 때까지 한다. 그러니 교황이 건강해서 장수하기만 한다면 50년도 할 수 있고, 그 밑이 추기경들은 ‘언제쯤....’이라며 점을 치느라 바쁠 것이다. 종신제인 것은 추기경도 마찬가지다. 69년부터 했으니 우리나라의 김수환 추기경도 꽤 오랜 기간 집권하고 있는데, 그 밑의 추기경 후보들은 “언제나...”라며 마음을 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수환 추기경처럼 모든 이로부터 존경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추기경은 그 존경에 값하는 일을 많이 하셨다. 특히 5공화국의 엄혹한 시절, 추기경이 내뱉은 쓴소리들은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시원하게 해줬던가. 하지만 요즘 추기경의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악법 중의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고, 박근혜를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을 믿을 수 없다’며 적화침략을 걱정하기도 했단다. 공무원 파업에 대해서는 국민을 볼모로 파업하는 건 옳지 못하다며 반대를 표했다. 이 말들에 찬성할 사람도 많이 있겠지만, 이런 건 내가 아는 추기경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5공 때와는 달리 언론의 자유가 만개한 상황, 소외받는 계층을 대변한다면 모를까, 조중동이 제 목소리를 내는 와중에 추기경까지 나서서 거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전의 추기경님은 그런 분이 아니셨다고 믿기에, 요즘 그분의 모습을 보는 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필경 나이가 들어 총기가 흐려지신 탓, 종신제의 폐해는 이런 데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