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제목이 '음식점, 유흥업소, 프랜차이즈 세금 줄이기'다...
일시: 3월 16일(목)
마신 양: 폭탄주 여덟잔, 그리고 양주 몇잔...
내게는 단란 친구들이 있다. 만날 때마다 단란주점에 가는 친구들. 늘 말하지만 난 단란주점을 좋아하지 않는다. 파트너를 끼고 집단으로 여자를 더듬으면서 우정을 확인해야 할 이유가 대체 뭐가 있을까? 그럼에도 난 늘 그들에게 끌려갔고, 사람 수대로 나눈 몫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나름대로 저항도 열심히 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고, 작년부터 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 친구들과 계속 사귀어야 하는가에 대해. 추구하는 즐거움이 다르다면 내 소원대로 날 집에 가게 해주고 자기들끼리 놀던가, 아니면 모두가 만족하는 그런 곳에 가던지 해야 되는데, 그들은 언제나 내가 일방적으로 희생하기를 바랐다. 그게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른다.
어제도 그랬다. 모임 장소를 우리가 잘가는 단란주점 근처로 잡은 것만 봐도, 2차를 어디 갈지 뻔할 뻔자였다. 그럼에도 친구는 “2차 어디 갈까?”라는 형식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내가 “찻집 가서 얘기나 하자”고 답하자 모두 웃었다. 결국 우리는 늘 가던 단란주점에 가서 앉았고, 팁값이라도 줄여보려고 파트너를 안부르겠다는 내 요구도 묵살되었다. 내가 단란주점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인 파트너 고르기. 들어온 여자들이 한줄로 서고, 남자들은 “너 이리와 앉아” 하면서 여자를 찍는다. 그런대로 예쁜 여자들이 들어왔다. 대충 고르고 술이나 마실 것이지 우리 친구들은 어찌나 까다로운지 웨이터를 보고 “장난하냐”며 화를 냈다. 몇 번에 걸쳐 여자들이 들어와 앞에 섰다. 마치 노예시장에 팔려온 노예들처럼. 돈 때문에 하는 거겠지만 얼마나 모욕감이 들까. 덩치가 좀 큰 여인이 들어왔을 때는 애들이 노골적으로 비아냥댔다.
“우리가 언제 머슴 불렀냐”
“젖소부인 같다”
필경 그녀는 손님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여자이리라. 난 그녀를 내 파트너로 앉혔다. 애들이 난리를 쳤다.
“지금 그게 말이 돼?”
“이왕 돈 내는 건데 예쁜 여자 골라야지!”
“눈이 삐었냐 너?”
다행히 내 의사는 존중되었고, 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그러는 동안 여자들은 계속 들어와 포즈를 취했고, 우리 다섯명 중 두명은 끝내 높은 눈에 걸맞는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그 두명이 문제였다. 파트너가 있었으면 더듬느라 내게 신경을 껐을 애들이건만, 남자 혼자 뻘쭘하게 앉아 있으려니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그 중 한명이 파트너와 얘기를 나누던 내게 다가왔다.
친구1: 너 그렇게 잘났어?
나: ....
친구1: 난 옛날의 니가 그리워. 고1 때, 미술 숙제로 모자이크를 해가야 했었지. 눈앞이 캄캄해 있었는데, 니가 우리집에 달려와 숙제를 같이 해줬지.
나: 나도 그때의 니가 그리워. 그때 우리는 우리끼리 소주먹고 맥주 마셔도 즐겁기만 했잖아. 이제 우리는 여자를 부르지 않으면 술도 못마시는 사람이 되어 버렸지.
친구1: 야, 우리 나이에 안그러는 사람이 어디 있냐?
나: 그래, 가끔 그럴 때도 있어야지. 그런데 한번쯤은 내가 하고 싶은대로 놀아주는 배려도 필요하지 않아?
친구1: 니가 만나자고 먼저 전화한 적이라도 있어?
나: 만나면 단란주점 갈 게 뻔한데, 내가 어떻게 전화를 해?
친구1: 니 친구들은 그런 데 안가니?
나: 가는 애들도 있어. 하지만 우리처럼 매번 가지는 않아. 너 어제도 여기 왔었다고 자랑했지? 월급이 석달치 밀렸다고 해놓고서 기어이 여길 와야 돼?
친구1: 우리는 돈이 없는데도 오는데, 넌 제일 여유있는 놈이 왜 안온다는 거야?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친구1은 열이 받아 술을 마시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조금 있다가 친구 2가 내게 얘기를 꺼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참고로 난 그 친구와 어이없는, 명백히 그가 잘못한 일로 2년 전 크게 다투었었다. 친구들의 권유로 화해를 하던 날, 난 그에게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 친구, 잘못이 훨씬 더 큰 그는 오만한 자세로 내 사과를 받았다. 난 100대 0의 게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둘이 싸웠다면, 잘못의 크기는 다를지언정 1%라도 한쪽의 잘못은 있다고. 내가 미안하다는 건 그 부분이었지만, 그는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와 악수를 했지만, 진심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내게 바르게 살라니.
나: 우리는, 추구하는 쾌락이 다른 거야. 니들이 즐겁기 위해 내가 불쾌한 시간을 참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한두번이야. 내가 단란주점 올 때마다 술먹고 뻗은 이유를 알아?
친구2: 요즘은 안그러잖아 너.
나: 그래. 몸 생각해서 안그러기로 했어. 대신 나름대로 버티는 법을 찾았어. 그런데 니네는 왜 나한테 “노래 안한다” “부르스 안춘다”고 뭐라고 하는거지? 너 지난번에 나한테 이사비용 꿔달라고 한 적 있지. 그때 못꿔줘서 미안해. 그런데 넌 돈도 없으면서 왜 이런 데 와?
니 부인이 이런 거 알아?
친구2: 알아.
나: 여자 끼고 노는 것도?
친구 2: 알아.
필경 그건 거짓말이리라. 정말 안다면, 그러고도 아무 말 않는다면 그게 정상일까. 사업에 망한지 3년째, 재기하려고 발버둥치는 애가 두시간 노느라 30만원을 쓴다는 게 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친구 2: 너, 우리만한 친구 있어?
나: ....
친구 2: 말 못하는 거 보니까 있나보지? 니가 아무리 친구가 많다해도 그래서는 안돼. 우리가 사귄지 몇 년이지?
올해는 우리 모임이 결성된 지 20년 되는 해지만, 그중 대부분은 그 전부터 나와 알고 지낸 애들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불편했다. 말도 잘 안통하고, 이념도 다르고... 오래 사귄다는 게 그만큼의 친밀함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리라. 난 가방을 챙겨 그곳을 나왔다. “니들 내얼굴 볼 생각 하지 마”라고 말하면서.
몇 명이 모임을 가질 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좋을 수는 없다. 더 좋고 덜 좋은, 아니 싫은 애가 있기 마련이지만, 마음에 안드는 애라고 해도 그냥 웃으면서 평온하게 지내야 하는 게 친구들 모임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든 싫어하는 애와 한바탕 하게 된다면, 그것도 정도가 심하다면, 모임 전체를 버려야 한다. 모임 중 몇몇 애들이 여전히 보고싶고 좋아도. 어제 날 따라나와 “둘이 한번 보자”고 했던 친구와, “왜 그런 말을 이제야 하느냐”고 했던 또다른 친구들은 내가 오랫동안 아끼던 친구들이었고 지금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이 나를 만나겠다는 것이 나를 다시금 모임에 합류시키고자 하는, 그래서 다시금 단란주점을 같이 가는 게 뻔한 일이므로 그를 다시 안봤으면 한다.
그들과 내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 그리고 앞으로 안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나니 허전하다. 연륜이란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