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머리가 안좋다고 말하면 화를 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난 머리가 나쁜 것 같다. '미션 임파서블' 1편이 내겐 난해한 영화로 분류되어 있듯이 난 영화 줄거리를 파악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말귀도 잘 못알아먹는다. 내게 S대라는 타이틀마저 없었다면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남들이 다 '뭔가 있겠지'라고 생각을 하던데, 그걸로 버티고 있다)
그래도 난 연예인들보다는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이건 사실 편견이다). 난 공부를 쭉 하면서 머리를 훈련시킨 반면, 그들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평소 <브레인 서바이벌>에 나오는 문제들을 틀리면서도 "흥, 내가 밥먹으면서 봐서 그런 거지, 집중하면 다 맞춘다고!"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엊그제, 무슨 생각에서인지 난 TV 앞에 쭈그리고 앉아 <브레인 서바이벌>을 집중해서 봤다. 결과는 비참했다. 단 한명만 틀릴 정도로 쉬운 문제는 물론이고 절반이 틀린 문제, 대부분 틀린 문제 등 난이도를 가리지 않고 틀렸다. 애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화면을 보여준 뒤 "여기 나오지 않은 동작은?"이라고 묻는 질문도 틀렸고, 호빵 안먹은 용만이는 연거푸 틀렸으며, 글자 조합하는 것도 홍경민보다 한참 느렸다. 그러고나니 프로가 끝난 뒤에도 멍하니 앉아 '난 왜 이럴까?'를 생각해야 했다.
어제 아침엔 갑자기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급행을 타려면 7시 50분 신도림 역에 가야 하는데, 내가 도착한 시각은 7시 47분. 그때 주안행 급행이 왔다. 일단 탔다. 자리가 비어서 앉았다. 방송이 나온다. "이건 주안행이니 천안 갈 사람은 다음 역에서 내리라"고. 생각을 해봤다. 어차피 주안을 지나 천안에 가는 건데, 주안까지라도 앉아서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안내리고 버텼다. 전철은 미끄러지듯 달렸다 (급행이니까). 앞으로 몇정거나 더 가야하나 세려고 가방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꺼낸 나, 기절할 뻔했다. 천안까지 가는 노선은 수원 쪽이고, 주안.인천 방면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던 것.
황급히 전철에서 내린 나는 다시 신도림 역을 가기 위해 반대편 전철을 탔고, 빼곡이 들어찬 사람들 틈에서 몇정거를 가느라 거의 녹초가 되었다. 결국 난 영등포 역에서 기차를 타고 천안에 가야 했는데, 예약을 했던 기차는 이미 떠난지 오래라 입석으로 한시간여를 달려야 했다. 이 바보. 천안.병점.수원인데 그걸 왜 천안.주안.신도림으로 알고 있었담? 어제 아침의 해프닝은 머리가 나쁘면 고생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