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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책에도 생각이라는 게 있다면, 내 수중에 있는 다른 책들은 정혜신이 쓴 <사람 vs 사람>을 싫어할 것 같다. 책의 목적은 읽히는 것, 주인인 내게 읽히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린 다른 책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배달되자마자 주인의 총애를 받는 것도 배가 아플테고, 주인의 밤잠을 설치게 할 뿐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뒤에는 당분간 어떤 책을 읽어도 눈에 안찰 거라는 비교의 설움마저 겪어야 한다. 그러니 이 책이 ‘책들이 뽑은 얄미운 책’ 1위에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우리 사회의 명망가 16명을 뽑아 테마별로 두명씩 매치플레이를 시킨다. 예컨대 아버지 콤플렉스를 주제로 문성근과 박근혜를 묶는 식인데, 그게 어찌나 절묘한지 읽다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다른 인물평처럼 살아온 여정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정신과의사답게 인물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분석을 해버린다. 정몽준이 자기가 아는 현실만 현실이라고 믿다가 완전히 감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도 그렇고, 이인화에 관한 다음과 같은 지적도 공감이 간다.
“나는 그때뿐 아니라 그 이후 이인화의 삶이 천재를 흉내내기 위한 시도들과 그 부작용들로 채워졌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인물평 전문가다운 저자의 성실상을 드러내는 대목.
‘나는 이인화라는 사람에 관련된 거의 모든 자료를 섭렵했다’
‘나는 한국 영화의 거의 전부를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하는 편이다(박찬욱 평을 쓰면서)’
‘나는 80년대 초부터 2004년에 이르기까지 김대중이 쓴 수백편의 칼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저자의 비유력 또한 가히 예술이다. 하는 일마다 오해를 받는 김민기를 정혜신은 이렇게 표현한다.
“빗자루를 다른 곳에 치워놓기 위해 빗자루를 집으면 세상을 청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박수를 친다”
김훈의 글에서 느껴지는 허무주의를 이렇게 비유하기도 한다.
“점심 메뉴같은 구체적인 문제에 골몰하고 있는 장동건의 옆모습에서 우수가 느껴진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여인의 한숨 같은 것이다”
저자는 박근혜와 문성근의 대중적 흡인력을 예찬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그보다 훨씬 더 강하게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러니 일이 바쁘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분은 이 책을 집지 말지어다. 섣불리 집었다간 시험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