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명화 <사운드 어브 뮤직>은 언제 봐도 재미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봤을 때는 폰트랩 대령 일가가 왜 산으로 도망가는지 이해가 안갔는데, 얼마 전 보니까 나치를 피해서 간 거였다. 으음, 그렇구나... 나이가 들어서 보니까 거기 나오는 애들도 어쩌면 그렇게들 귀여운지,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궁금하다. “손가락을 다쳐서 노래를 못한다”고 말했던 귀여운 꼬마는 중년의 여인이 되어 있을테고, ‘I am sixteen going on seventeen'을 멋들어지게 불렀던 첫째는 환갑이 다 된 미모의 할머니 쯤 되지 않았을까.


영화 속에서 폰트랩 대령은 아내와 사별한 채 애들 일곱을 기르며 사는데, 겁나게 부자다. 그는 그해 여름에 역시 돈이 겁나게 많은데다 미모까지 뛰어난 남작 부인과 결혼할 예정이었는데, 마리아라는 새로온 가정교사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폰트랩을 놓고 남작부인과 마리아가 벌이는 사투가 이 영화의 핵심 주제인데, 다들 알다시피 최후의 승리는 노래로 아이들을 사로잡은 마리아의 것으로 귀결된다. 과연 폰트랩이 그렇게 전력을 다해 싸울만한 킹카일까? 내 생각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첫째, 애들이 일곱이나?

애가 딸린 남자와 결혼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그 아이가 새로운 엄마를 ‘엄마’로 인정할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을테고, 새엄마가 아무리 잘한다 해도 원래 어머니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 둘 사이에서 새로운 애가 태어나기라도 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그런데 폰트랩은 애들이 무려 일곱이나 있다. 아무리 가정교사를 둔다해도 애들에 치여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전 남편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재산을 물려받은 남작부인이 굳이 그런 집에 가서 마음고생을 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이건 마리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 노래를 잘불러 아이들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가정교사로서의 마리아와 어머니로서의 마리아는 다르기 마련이며, 결혼 후에는 이런저런 마음고생에 시달릴 것 같다.


둘째, 폰트랩은 군인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군인은 여자들이 선호하는 남자로서의 직업에서 당당 2위란다. 그럼 1위는? 답은 민간인이다. 모두가 아는 썰렁한 유머를 언급하는 이유는 군인이 그만큼 안좋은 직업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다. 폰트랩이 아무리 돈이 많다해도, 그는 ‘돈은 많고 잘생겼지만 군인’에 불과할 뿐이다. 군인은 근무지를 자주 옮겨야 하고 언제 비상이 떨어질지 모른다. 늘 긴장 상태에 살기 때문에 쉬이 늙는다. 결정적으로 사망 확률이 민간인보다 높은데, 당시가 2차 대전을 앞두고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그녀들의 선택은 그다지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셋째, 성깔

나치의 위협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던 시절, 폰트랩은 자기 집에 초대받은 나치의 실력자에게 오스트리아의 가치를 역설하고, 발코니에다 오스트리아 국기를 걸어 놓는다. 그 점 때문에 그는 요주의 인물이 되어 집중적인 감시를 받는데, 다행히 탈출에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안그랬다면 고생 깨나 할 뻔했다.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잘 살고 있는 반면 독립투사와 그들의 후손은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객사하고 마는 작금의 현실로 보건대, 불의를 보면 못참는 꼬장꼬장한 성격은 배우자와 아이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된다. 성격으로 보아 탈출을 못했다면 레지스탕스에 가담해 나치와 싸웠을테고, 그 많은 재산도 다 빼앗기지 않았을까 싶다.


넷째, 바람기

돈 많고 잘생기기까지 해서 그런지 폰트랩은 굉장한 자만심에 차 있는 듯하다. 우수에 젖은 듯한 그 눈매는 많은 여자를 울려왔음을 증명해 주는데, 그는 “내가 찍어서 안넘어갈 사람이 있겠냐”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해 여름에 남작부인과 결혼할 예정인 걸로 보아 둘 사이는 아마도 애인 사이인 듯한데,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나타난, 풋풋한 매력으로 무장한 마리아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마리아의 출현에 남작 부인이 긴장하고, 마리아을 결국 쫓아내는 걸 영화에서는 교활하고 술수에 능한 것처럼 그려 놨는데, 그건 자기 남자를 빼앗길 위기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리라. 노래 한소절로 그리 쉽게 사랑이 움직인다면, 결혼 후 섹시한 매력을 가진 여자가 접근했을 때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그밖에도 애들을 가정교사에게 맡긴 채 남작 부인을 만나러 한달씩 집을 비우는 등 자녀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으며,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영화에서 낭만적인 시각으로 그려진 것과는 달리 폰트랩은 그다지 좋은 신랑감이 아니라는 데 한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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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12-29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전 폰트랩이 좋아요. 첫째, 애들이 일곱- 요즘 아이가 많은 것은 부의 상징이라는 것을 모르시나요? 둘째,군인이다. 에이~ 군인도 군인 나름이지요.결혼후보 2위인것은 군인이 아닌 '군바리' 인것입니다. 우리의 폰트랩님은 애국심이 강한 부자 대령입니다. 여자들이 원래 제복에 약한거 모르시나요? 셋째, 성깔 - 애국심이라고 해두지요. 그거, 책에도 많이 나오고, 영화에도 많이 나오는데, 멋있는거거든요. 넷째, 바람기.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아마도 대령이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아이들의 엄마를 만들어주기 위함이 아니였던가요? 그리고, 에휴- 어쩌겠어요. 잘생겨서 얼굴값 한다는데. 그래도 미모와 돈과 명예보다는 우리의 마리아를 선택하니 얼마나 순수합니까?

사운드 오브 뮤직의 추억을 떠올려주셨으니 제가 노래 불러드리고 가겠습니다. 흠흠



Edelweiss, 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

Small and white, clean and bright

You look happy to meet me

Blossom of snow may you bloom and grow

Bloom and grow forever

Edelweiss, Edelweiss

Bless my homeland forever




하얀마녀 2004-12-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운 분석입니다. 그런데 돈 많고 잘생겼다는 것이 네가지 단점을 뒤집어 엎고도 남음이 있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네요.

날개 2004-12-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콩깍지가 씌이면 원래 다른건 아무것도 안보이는 법이죠..^^*

가을산 2004-12-2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세상 물정 모르는 마리아나 되니까 구제해 준거죠. ^^

플라시보 2004-12-2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가을산님 의견에 공감^^

sooninara 2004-12-2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말에 동감..

마태우스 2004-12-2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저도 가을산님 말씀에 공감하렵니다

플라시보님/님까지 그러시니 더더욱 공감할래요

가을산님/역시 인생의 산전수전을 겪으신 분답게 촌철살인의 댓글을...^^

날개님/하기사, 폰트랩 정도면 콩깍지가 쓰일 만하죠...^^

마녀님/그, 그런가요??? 그렇군요.

하이드님/음, 하이드님의 취향을 알겠습니다. 폰트랩스러운 사람을 보면 꼭 님께 소개 올리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12-2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폰트랩대령 전 무지 멋있던데요 ^^

marine 2004-12-3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이드님 생각에 적극 동의!! 엊그제 TV로 사운드 오브 뮤직 봤는데요, 정말 아물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너무 재밌는 영화더군요 거기서 폰 트랩 대령은 왜 그렇게 멋지게 나오는지... 일단 생긴 것부터 너무 잘 생기지 않았어요?

마태우스 2004-12-30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님도 보셨군요! 저도 봤는데... 정말 잘 생겼어요!

고양이님/앗 폰트랩스러운 사람 만나면 하이드님 소개해 주기로 했는데...

안녕, 토토 2005-02-05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는 폰트랩 대령보면 드라큐라 생각나서 너무 무서웠어요.
얼굴은 하얗고 핏기없고 무서운 표정이고 T.T
아. 농담이고 사운드오브뮤직 그 이후 이야기도 책으로 나왔었어요. 저자가 마리아였고 미국으로 와서 고생고생한 이야기, (일단 전재산 몰수되고 몸만 토낀거였기땜에) 대령의 스트레스, 그 와중에 마리아와 폰트랩사이에도 아이가 있었고 미국내에서 순회공연 이야기등 영화 그이후의 이야기-그런 내용이이었어요. 왠지 그 담번에는 폰트랩이 사람 냄새가 좀 더 나는것처럼 보였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