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의 제목은 본문과 겁나게 관계 많음
“모기가 너무 많다”
주위에서 이런 하소연을 하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그걸 뼈저리게 느낀다. 우리집은 물론이고 학교에도 모기들이 바글바글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더구나 그 모기들은 우리가 예전에 알던 모기는 아니다. 모기 50여마리를 잡아 해부.분석한 결과 난 그 모기들이 그전 모기와 다르다는 걸 밝혀냈는데, 그 결과를 여기서 말하고자 한다.
1. 영악해졌다
과거의 모기는 직선코스로 날라갔다. 그래서 모기의 위치를 미리 예측하는 게 가능했고, 별다른 도구 없이, 심지어 손으로 모기를 잡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금의 모기는 결코 직선으로 날지 않는다. 분자들의 운동인 ‘브라운 운동’까지는 아닐지라도, 나는 중간중간에 쉴새없이 방향을 바꾸니, 기다렸다가 모기를 잡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한곳에 오래 앉아 있지도 않는 등 위기감지 능력도 뛰어나, 맨손은 고사하고 두꺼운 노트를 아무리 휘둘러도 잡는 게 쉽지 않다.
2. 강해졌다!
바퀴 약에 바퀴벌레가 죽지 않는 것처럼, 모기를 위해 만들어진 에프킬러는 요즘 모기를 죽일 수 없다. 에프킬러보다 더 강력한 모기약이 몇 개 나왔지만, 몇 번 사용해본 결과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컴퓨터 방에다 한통의 4분의 1 가량을 쏟아부어, 컴퓨터를 하는 내가 숨이 막히고 착한 벤지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었지만, 모기는 유유히 내 살을 뜯어먹는다. 이 엄청난 내성으로 보건대 소나 말이 죽을 정도의 강력한 약이 아니면 모기를 죽일 수 없을 것같은 생각이 든다.
3. 빨라졌다!
십오일째 모기를 연구해온 배리 본즈 박사는 요즘 모기의 시속이 그전에 비해 훨씬 빨라졌다고 발표했다. 그전 모기의 속도는 평균 12킬로 정도인데 반해 요즘 모기는 30킬로에 조금 못미친다는 것. 갈지자로 나는데다 속도까지 빠르니 웬만한 무기로 잡기가 힘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배리본즈 박사는 모기 50마리를 해부해 본 결과 모기 날개의 근육이 예전 것들보다 70% 이상 두꺼워진 것을 발견했는데, 그 정도라면 기존 모기의 반경인 6킬로를 넘어서 10킬로 정도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5층에 살아서 비교적 모기의 습격을 덜 받던 나였지만, 요즘 모기는 5층은 물론이고 15층까지도 문제없이 날아올라갈 날개를 가진 것. 고층은 더 이상 모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4. 추위를 안탄다
모기가 나오는 시기는 6월에서 9월이 피크며, 10월 초 정도면 다음 해 봄까지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던 게 지난날의 경험이었다. 이런 통계는 이제 무의미해졌고, 우리가 체감으로 느끼는 모기의 숫자는 10월이 더 많을 지경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지구의 온난화 탓에 10월에도 25도가 넘는 날씨가 지속되기 때문이지만, 추위에 대한 모기의 내성이 증가한 탓도 있다. 배리 본즈 박사에 의하면 기존 모기는 섭씨 18도가 되면 동면을 시작했지만, 지금 모기는 10도가 되어도 유유히 하늘을 난다고 한다. 겨울에도 10도가 넘는 우리나라이니, 앞으론 일녀내내 모기와 더불어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5. 악독해졌다
기존 모기는 피를 한번 빨면 그걸로 족했다. 배를 두드리며 벽에 붙어 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아니면 사람 눈에 안띄는 은밀한 장소로 날아가 훗날을 도모했다. 하지만 지금 모기는 한번에 만족하지 않는다. 두 번, 세 번, 네 번 물고도 만족하지 않는다. 밀폐된 곳에서 잠을 자던 새미 소사라는 사람은 하룻밤 새 12번을 물렸는데, 그게 다 한 마리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걸 알고 경악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배리본즈 박사는 모기가 흡혈을 하는 이유가 변했다고 한다. 즉 기존 모기는 피를 먹어 배를 채웠지만, 지금 모기는 순전히 사람을 괴롭힐 목적으로 피를 빤다는 것이다. 피를 빨자마자 도로 뱉어 버리고 다시금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 배리본즈 박사는 그 증거로 방바닥에 뿌려진 미세한 핏방울들을 제시해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모기의 성질이 왜 이렇게 포악해져 버린 걸까. 종교단체에서는 하느님의 창조물인 모기를 인류가 너무 탄압하기만 했다며 ‘모기와 더불어 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기도 하지만, 배리본즈 박사는 그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의 항변이다.
“모기보다 더 혹사당하는 동물이 많다. 소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왜 소는 악독해지기는커녕 갈수록 온순해지는가”
그렇다면 본즈 박사의 견해는 뭘까.
“지금 나오는 모기는 모기가 아닙니다. 전혀 새로운 종이죠. 우리는 이 곤충을 ‘모기’라 부리는 대신 ‘모오기’라 부를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모기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인 것이다. 그 곤충의 이름이 꼭 ‘모오기’일 필요는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적합한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 이름이 있어야 대비책이 생기는 법이니까 말이다. 이 새로운 종을 뭐라고 부를지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