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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출세하기 - 박창식 기자의 이해찬 비평
박창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해찬이 불법 U턴을 하다 걸렸다. 의경은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그를 알아봤고, 그냥 가시라고 했다. 그러자 이해찬은 왜 규정대로 스티커를 발부하지 않느냐며 마포경찰서에 인계했고, 의경은 결국 열흘간 영창 신세를 졌다. 아버지와 친구인 충남도지사를 잘 봐달라며 아버지가 부탁을 했을 때, 이해찬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다음날 국감에서 지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그는 결국 지사 자리에서 쫓겨났다” 교육부장관 시절 자기 집에서 두시간을 기다린 기자를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았다며 쫓아 내보낸 일까지 포함해서, 우리가 느끼는 이해찬의 모습은 ‘인덕’과는 거리가 멀다. 지나치게 원리원칙을 따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정말 피곤하기 그지없다. 좋은 게 좋은 것, 이러면서 살면 세상이 훨씬 아름다울 수 있는데 말이다.
그가 기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하는 것도, 내 지인들 중 이해찬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동료 정치인들 또한 그를 싫어해, 이해찬은 장관.정책위의장. 총리 등 임명직으로는 잘나갔지만, 국회의원을 제외하곤 어떠한 선출직에서도 당선된 적이 없다.
하지만 책에 나온 이해찬은 참 능력있는 정치인이었다. 13, 14, 15대 내리 1위를 했던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을 포함해서, 그는 언제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그의 노선은 ‘실용주의’ 그 자체다. 실용주의를 부르짖는 정동영처럼 특정한 이념도 없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라, 방향은 개혁적이면서 일의 완급을 조절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정책방향은 굽히지 않되 정책의 시기는 조절했다. 해고자 복직 문제로 재계와 부수 진영이 난리를 치니 소나기는 피하고 볼 일이었다...파업 타결 때는 해고자 복직을 제외시켰고...두달쯤 지나 잠잠해지자 해고자 40명 중 일부를 1단계로 조용히 복직시켰다]
정치인은 대개 “실리보다는 명분을 주장해 정치적 입지를 높여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해찬은 그 반대라는 거다. “대중성이 없고...능력은 있는데 인덕이 없다는 말을 합니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해찬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그런 걸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그런 평판에 신경쓰기보다는 내가 하는 일을 할 뿐입니다...다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요?‘
그렇다. 이해찬이 인덕이 없는 건 사실일 테지만, 그는 내 친구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고, 우리가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게 인덕이 아니라 ‘원리원칙에 충실’한 게 아닐까.
그가 미움을 받는 것은 교육부장관 시절 내놓은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게한다”는 정책일 것이다. ‘이해찬 세대’라는 말까지 만들어질 만큼 그가 우리나라 교육을 총체적으로 부실화시켰다는 거다. 글쎄다. 과연 그럴까. 한 사람이 일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렇게 큰일을 할 수 있을까? 안그래도 총체적 난맥상에 빠진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들을 그에게 돌리는 것은 아닐까. 다른 이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는 장관 재직 시절 사립학교 분규를 여럿 해결하는 등 나름의 업적을 남겼으며, 교육부직원들도 그를 ‘좋은 장관’으로 기억한다.
인물비평의 효시는 아마도 강준만일 것이다. 강준만의 비평이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본 자료들을 종합한 것이라면, 박창식은 자신이 오래동안 취재.관찰해온 이해찬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분석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런 점 말고도, 그간 이해찬에 대해 안좋은 기사만 접해와서 그런지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서 이해찬을 좋아하게 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