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운동장에서 운전을 하던 여인이 아이를 치었다.
소리만 지를 뿐 악셀레이터를 계속 밟아댄 여인의 모습은 엽기적이었다.
사고 후 대처 과정에서 문제가 많긴 했지만,
그리고 피해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주위를 전혀 살피지 않은 채 차 앞으로 걸어온 여학생에게도 일련의 책임은 있다.
그 여학생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지만
학교 안에서 운전을 하다보면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는 학생들이 어찌나 많은지,
운전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고가 나겠구나 싶다.

DMB를 보면서 운전을 하던 25톤 화물차가 싸이클 선수단을 덮쳤다.
꽃다운 여자선수 세명-19세, 24세, 25세-이 죽고 네명이 다친 참변이었다.
운전자는 싸이클 선수들의 뒤에서 달리던 감독승합차를 받은 뒤 선수들을 잇따라 차로 치었는데,
선수단을 덮친 후에도 화물트럭은 101미터를 더 나가고서야 겨우 멈췄다.
운전사는 DMB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선수단과의 거리가 좁혀진 것도 몰랐다고 했다.
차 사이에 낀 여학생의 모습도 엽기적이긴 하지만,
자전거와 선수들을 트럭에 낀 채 100미터를 더 달리는 트럭의 모습이 훨씬 더 소름끼친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사건이고, 피해규모는 화물차 쪽이 훨씬 컸지만,
네티즌의 비난은 오직 운동장 여인에게만 쏟아졌다.
화물차 사건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얘기만 있을 뿐
트럭 운전사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엔 물론 영상의 힘도 있을 거다.
손바닥을 자로 맞았다는 걸 기사로 읽는 것보다 동영상으로 보면 훨씬 더 파문이 커지기 마련이듯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걸핏하면 올라오는 진상녀 시리즈로 추측컨대,
운동장 여인을 비난하는 거센 목소리 안에는 여성에 대한 비하가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살인행위'라 불리는 음주운전 사고의 가해자가 대부분 남성이지만,
이들의 신상이 털리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여자가 술을 먹고 택시에서 꼬장을 부리면 곧바로 인터넷에 올려져 인민재판을 받는다.
우리 사회가 여성을 욕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사회가 되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안그래도 여자로 사는 건 힘든 일이건만,
스마트폰과 블랙박스 등 동영상 촬영장비가 발달한 탓에
여성의 삶은 이전보다 더 힘들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