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10월 14일(목)
누구랑: 고교 동문들과
마신 양: 치사량을 먹었다. 집에온 기억 하나도 안남
퇴근 준비로 가슴이 부풀어 있는데 전화가 온다.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고교 선배다.
“오늘 모이자는데 시간 괜찮아?”
지갑을 보니 돈이 5만원밖에 없었다. 돈을 찾을까 하다가 월급날 하루 전이라 통장에 돈이 얼마 없는 걸 상기하고는 그냥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 장소가 횟집이다. <강릉집>이라고, 간판이 겁나게 크고 사람도 바글바글한. 평소 그 앞을 몇 번 지나가보기만 했는데, 사람이 많은 걸로 보아 맛도 있고 값도 좀 비쌀 것으로 생각했었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횟집이면 한사람당 4만원 정도는 내야 할텐데, 집에는 어떻게 가지?’
기차값에다 택시비(보나마나 정신을 잃을테니)까지 하면 1만5천원은 있어야 하는데...
미리 예약한 자리로 가서 주문을 했다. 예약 안했으면 앉지도 못했을만큼 사람이 많았다.
선배: 저희 여섯명인데 중(中)으로 할까요?
종업원: 대는 시켜야죠.
선배: 그럼 대 주세요. (우릴 보면서) 이집이 네명이서 중 짜리 하나 시키면 다 못먹어.
가격표를 보니 이렇게 써있다. [대: 5만원, 중: 4만원, 소: 3만원]
놀래서 물어봤다. “이게 일인당 5만원이란 소린가요?”
종업원, “아니요”
이렇게 싼 회가 있다니, 정말이지 놀랄 일이 아닌가? 여섯명이 5만원으로 배불리 먹다니? 하지만 막상 접시에 나온 회를 보니 “그럼 그렇지!”란 말이 나왔다. 접시엔 맵게 양념이 된 야채만 한아름 있었고, 군데군데 회가 몇점 박혀 있었다. 양이 많아서 다 못먹는 게 아니라, 맛이 없어서 남기는 거다. 어느 선배의 말이다.
“이거 뭐야? 하나도 싼 게 아니네? 야채 5만원어치 쌓아 봐라. 이것밖에 안되나”
나중에 나온 찌개도 별반 맛이 없어서, 난 그날 술만 잔뜩 마시다 정신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집에 사람이 많은 이유는 뭘까? 내 생각인데, 그건 싸게 회를 먹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회가 예전보다는 많이 싸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회는 비싼 음식이다. 그런데, 일인당 1만원도 안되는 돈을 내고 회 맛이라도 볼 수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그 집은 그런 면에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좋은 식당인 것 같다. 생각을 해보니, 그집 미역국이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커다란 항아리에 담아서 떠먹게 하는데, 우린 그 항아리를 네 번이나 더 추가했으니 본전은 충분히 뺀 거다. 1차는 2만원씩 내고, 2차는 아들이 수시에서 대학에 붙은 선배가 냈으니 싸게 막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