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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다 눈뜨다 - 인터뷰 한국사회 탐구
지승호 지음 / 그린비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인터뷰의 대가 지승호는 책을 총 다섯권 냈었는데, ‘한국사회 탐구’라는 부제가 붙은 <마주치다 눈뜨다>가 여섯 번째 책이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난 지금까지 지승호가 낸 책 중 이 책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다른 책에 비해 ‘인터뷰이’의 숫자가 적은 편이고, 그 결과 인터뷰 대상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점, 김어준, 손석희처럼 내가 평소 궁금해 하던 사람의 인터뷰가 실렸다는 것 등이 이유인 것 같다. 거두절미해서 말의 논지를 왜곡하는 인터뷰가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 그 사람이 한 모든 말을 꼼꼼하게 적은 인터뷰를 읽는 재미는 제법 쏠쏠했다. 인터뷰 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지승호의 성실함은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는데, 평소보다 질문이 짧았고, 듣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도 재미를 더해준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에서 느낀 점을 몇가지 쓴다.
1)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천박성을 드러내는 대목.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가 말해 줍니다’ 따위의 광고가 토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그걸 수용하고 있다는 것...어떻게 ‘대한민국 1%의 힘’ 이런 따위의 광고를 용납하고 있느냐는 겁니다(홍세화, 160쪽)]
[파병 얘기가 나오자마자 국익론, 경제실리론 등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지 않았습니까?...논쟁의 중심점이 ‘파병이 오늘날 이라크의 비극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느냐’의 문제가 되었어야 했는데요....(정욱식, 258쪽)]
2) 그다지 이해되지 않는 대목.
[보통 토론에 많이 나오는 유시민 의원이나 노회찬 의원, 전여옥 의원 이런 분들을 토론을 잘한다고 평가하는데요 (지승호, 364쪽)]
전여옥이 하는 게 토론인가? 우격다짐이 아니고?
[예컨대 유시민씨만 하더라도 이회창이 대통령이 됐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홍세화, 151쪽)]
고양에서 유시민은 사랑받고 있는 것 같던데, 이회창이 됐다면 부정선거를 해서 유시민을 낙선시킨다는 뜻일까?
3) 다시 진중권
내가 좋아하는 진중권, 하지만 그의 인터뷰는 언제나 짜증난다. 인터뷰를 읽는 이유가 그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함인데, 진중권은 늘 인터뷰 지면을 빌려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 바쁘니까. 인터뷰 중 그는 자신이 누굴 지지하는가에 따라 판단기준이 달라지는 걸 개탄한다. “열린우리당 지지하고 싶으면 하라는 거예요. 민주노동당 지지할 수도 있죠. 문제는...그것 때문에 판단 기준이라는 게 딱 거기서 그치잖아요..무슨 박테리압니까? 아메밥니까?(240쪽)”
맞는 말이다. 노무현이 한다고 무조건 옳다는 사람이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역량에 비해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있다는 최장집의 말에 진중권이 한 대답은 나를 아연하게 한다.
“최장집씨나 조희연씨 같은 경우 친정부적이잖아요?(204쪽)”
‘친정부적’이라는 이유로 최장집의 비판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게 되어 버리다니, 진중권은 박테리아인가? 그가 동아일보에 연재를 했던 것에 대해 묻자 진중권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땜빵 원고였던 것 같아요. 일부러 좀 썼고...(190쪽)]
안티조선이 동아에 글을 쓰는 걸 부역자처럼 보는 풍토에 저항하고자 그랬다는 거다. 그 말만 하면 될텐데 다음 말은 왜하는지 모르겠다.
“유시민도 동아일보에 연재까지 했잖아요(192쪽)”
지승호가 “그때하고 상황이 달라진 부분은 있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없죠. 뭐가 달라졌어요. 동아일보는 김대중 정권 등장할 때부터 삐져서 맛이 가기 시작한 거 아닙니까. 유시민 씨는 들어가서 김대중 대통령 각하 비판을 했다는 말이죠...2년 동안 연재를 했죠(192쪽)]
유시민이 썼으니 자기도 쓴다? 그런 논리도 이해가 안가지만, 동아일보가 유시민이 연재하던 시절과 다를 게 없다는 대목도 어이가 없다. 많은 사람들은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대구 부산엔 추석이 없다’는 뜬금없는 기사를 1면에 내면서부터 동아일보가 변했다고 하던데 말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동아일보는 읽을만한 신문이었으며, 민주당 경선 때의 편파보도가 나로 하여금 그 신문을 끊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었는데.
유시민이 잘못한 게 없진 않지만, 진중권은 그를 절대악으로 보는 듯하다.
[진보를 팔아서 개인적 입지를 지킨다는 것의 비도덕성...제가 볼 때 그 사람 일 칩니다. 위험한 사람이거든요. 앞으로 계속 마크가 들어가야 될 것 같아요.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되죠(206쪽)]
제가 좋아하는 진중권님, 마크 열심히 하세요. 참고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유시민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더군요.
[유시민 의원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은...낭만주의자죠...그 양반에 대한 많은 비판에 대해 많은 부분 동의하지만, 그 비판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플러스를 내잖아요....저는 그 양반 하는 거 보통 사람은 절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308쪽)]
누구의 평가가 옳은지는 그 이후의 행보가 말해 주지 않을까. 진중권의 건투를 빈다.
4) 결론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좋은 책이지만, 진중권 인터뷰는 앞으로 뺐으면 좋겠다. 그분 얘기는 이미 몇 번이나 들어서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