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스틸러가 주연한 <미트 페어런츠>는 아버지가 전직 CIA 요원인 여인을 좋아하는 남자의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그 영화가 개봉할 즈음, 평소 안보던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 영화에 대한 소개가 나왔다. 재밌겠다 싶어 영화를 보러갔다. 이럴 수가. 좀 웃기는 장면은 죄다 TV에서 본 것, 영화를 보는 내내 난 한번도 웃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영화의 재미를 현저히 떨어뜨린다고.
그래서 난 내가 봐야겠다는 영화는 신문의 리뷰도, TV에 나오는 영화 소개도, 심지어 다른 사람이 쓴 영화평도 웬만해선 보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을 때 더 재미있는 법이니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그 영화가 절대 보지 말아야 할, 예컨대 <낭만자객>같은 3류 영화라면? 이럴 경우에 대비해서 영화 사이트마다 별점을 매기는 게 아닌가. 알바들이 기승을 부리긴 하지만, 모집단이 수천명쯤 된다면 조작하는 건 불가능한 법, 지금까지 결과로 볼 때 맥스무비의 별점 순위는 꽤 신뢰할 만한 자료다.

<노브레인 레이스>를 보러 갔다. 미스터 빈을 비롯해서 좀 웃긴다는 사람이 다 나오고, 더구나 <총알탄 사나이>의 감독이 만든 영화니 더더욱 열광할 법했다. 하지만 네군데를 돌아다녀봐도 그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없었다. 지난주에 봤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꾸물거렸다. 그냥 돌아가기 뭐해서 본 게 바로 <빌리지>였다. 공포영화라는 것만 알고 영화를 봤는데, 음산한 음악과는 달리 하나도 안무서웠다. 수많은 괴물들에 단련된 내가 괴물 이야기에 왜 무서워하겠는가? 어찌나 안무서운지 졸리기까지 했는데, 나중에야, 아주 나중에야 그 영화가 꽤 재미있는 영화라는 걸 알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 난 제법 포만감까지 느껴가면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까 마냐님이 쓰신 영화평을 읽은 기억이 났다. 이 영화의 감독이 식스센스를 만든 사람이고, 그 영화 이후 사람들로 하여금 반전이 없으면 영화가 아닌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 나쁜 감독이라는 걸. 그리고 여기저기서 리뷰를 읽다보니까 마지막 결말이 뭔지 미리 다 알아버렸다는 것도.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비결은 역시 나처럼 아무것도 모른 체 영화를 보는 거다. 한가지 더. 영화평을 읽었던 걸로 보아 난 <빌리지>를 볼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연히 보는 영화가 재미있기는 힘든 법이지만, <빌리지>는 예외였다. 그, 그런데 이 영화의 맥스무비 별점이 6.5로 하위권이다.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