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제목은 본문 내용과 아주 밀접한 관계임
지난주 회의 때 예과 교과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학장은 이렇게 말했다.
-교과목 강좌의 강의는 가급적이면 본교 교수가 해야 한다
-외부 강사가 책임교수인 경우, 강의는 외부강사가 하더라도 책임교수는 본교교수 이름으로 해야 한다. 예) <심리학>과 <의사학>은 외부강사가 책임교수임,
-강의는 원칙적으로 교수가 해야 한다 예) 의학물리학, 기사가 강의하고 있음. 이 대목에서 학장은 “기사가 강의를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놀랐음.
학장님 말씀은 원칙적으로 맞다. 하지만 대학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것, 해당 분야를 잘 알고 열의도 있는 사람이 와서 강의를 하는 게 나쁠 이유는 없다. 신지식인으로 날릴 무렵의 심형래 씨도 강의를 했던 것처럼, 연예인들 중 강단에 선 사람은 꽤 많다. 이렇듯 개방이 시대적 대세인 이때, ‘교수자격’을 지나치게 따지는 건 너무 고리타분해 보인다. 명색이 교수라도 나처럼 실력없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적당히 버텨볼까 생각하다가 엊그제 학장님 차에 기스를 낸 기억이 떠올라 할수없이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먼저 심리학 외부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의예과장을 맡고 있는 마태...아니 서민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죄송합니다만 선생님 강좌의 담당교수를 저희 학교 교수님으로 하면 안될까요?”
그녀의 대답, “안그래도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잘됐네요”
그랬다. 자신이 책임교수에서 빠진다는 건 이렇듯 민감한 것이었다. 그다음, <의학물리학>을 담당하는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저 정말 죄송한데요..... 담당교수만 다른 분으로 하면 안될까요?”
그의 대답, “그러면 제가 강의를 할 이유가 없지요”
이럼으로써 기사 분이 열의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던 그 과목은 다른 선생님에게 넘어갔다. 이 두건의 사례를 보고 내 대선배인 의사학 담당 교수님께는 차마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 전화를 드렸다면 그분 역시 “나 안해!”를 외쳤으리라.
학교 내에 심리학과가 없어서, 심리학 강좌를 누구에게 맡길까 고민했다. 서울 캠퍼스서 내려와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은 학교라 강사료도 지급 안되는데 여기까지 올 교수님이 과연 있을까. 할수없이 인문대 교수님들을 수소문해 강의를 부탁했다. 다행히 ‘사망학’에 관심있는 교수님을 구해 내년부터 강의를 하기로 하셨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아쉽다. 오랜 기간 예과 애들에게 강의를 해주신 분들을 이렇게 서운한 맘으로 그만두게 하다니. 내가 그 악역을 맡아야 했던 것도 마음이 아프다. 그 기사 분은 원래 시간강사를 하다가 교수자리가 난망하자 병원에 기사로 들어온 거였는데, 그리고 그 강의를 함으로써 보람을 느꼈었는데, 내가 그분의 보람을 날려버린 셈이다.
교수, 과연 교수란 뭘까.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차만 안박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