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무뇌'로 읽지 말 것.

 

‘좌파’라고 하면 왠지 쿨해 보이는 세상이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가 풍겼던 좌파적인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우파와 좌파를 구분한다면 사실 좌파가 옳은 구석이 더 많다. 우파와 좌파를 비교한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을 했는데, 몇 개만 예를 들어 보려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이런이런.


좌파가 쿨해 보이고 정당성도 가지고 있지만, 난 결코 좌파가 아니다. 되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스웨덴처럼 버는 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 뒤 없이 사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남들한테 술도 사고 인심도 팍팍 쓰면서 폼을 잡고 싶다. “10억만 있으면 아파트도 사고 차도 사고 남부럽지 않게 살겠다”고 말했다는 노무현 역시 전형적인 우파이리라. (노무현이 10억이 없겠느냐는 말은 하지 마시길. 논지는 그게 아니니까).


그래도 난 민노당에 호의적이다. 그들이 어서 빨리 성장해 큰 목소리를 내기를, 그래서 주류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주기를 바란다. 한나라, 열린우리, 조중동,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서 걱정이지 않는가. 좌파가 아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민노당의 집권 가능성이 당장은 희박해서일 것이다. 민노당이 지난 대선 때 부유세를 걷는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내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것도 그게 실현될 가망성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부유세가 시행되면 5만명으로부터 10조인가 하는 돈이 들어온다고 한다. 1인당 2천만원꼴을 토해 내야 한다. moneyrank.com에 들어가본 적이 있다. 내 이름을 쳤더니 5만126등, 아직은 여유가 좀 있다. 하지만 126명이 이사를 가버려 5만명에 포함이 된다든지, 지하실에 숨겨놓은 2천만원짜리 도자기를 세무서에서 찾아낸다든지, 벽에 걸린 고흐의 그림이 진품이란 걸 알아챈다든지 하면 곧바로 순위가 급상승, 난 꼼짝없이 부유세를 내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내가 총선 때 정당투표를 민노당에 한 것은 여동생 말대로 “제정신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다수당이 될 확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말은 “민노당이 좋아요!”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이것저것 다 재가면서 행동을 하는 난 그러니까 ‘무늬만 좌파’다.


어제 같이 피자를 먹던 사람은 “좌파인 노무현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다”라며 피자를 튀겨가며 열변을 토했다. 조선일보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좌파인 노무현 때문에 경제가 폐허가 돼 이민자가 급증한다나? 내 친구야 잘 몰라서 그런다 쳐도, 배울만큼 배운 조선일보 얘들은 도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걸까. 노무현이 좌파라면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 좌파란 말인가. 토론회에 나온 한나라당 의원에게 유시민이 질문을 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참여정부가 편 정책 중에서 좌파적인 정책이 있습니까?” 한나라당 의원의 답은 이랬다.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 대통령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고 떠드는 조선일보를 보면 참으로 갑갑하다. 이라크파병을 통해 노무현의 반미가 ‘무늬만’이었음이 드러난 것처럼, “성장과 분배를 병행하겠다”거나 없는 사람을 위한다는 그의 언행들도 순전히 허상이었음이 그간의 노동자 죽이기를 통해 낱낱이 밝혀진 마당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조선일보와 노무현은 지금 가짜 싸움을 하고 있다. 노무현은 여전히 좌파 이미지를 풍기면서 인기를 얻으려 하고, 조선일보는 그런 노무현을 공격함으로써 ‘우파’의 중심이 되고자 한다. 서로 못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대면서 상호간의 이득을 취하는 걸 ‘적대적 공존’이라고 한다면, 조선일보와 노무현은 지금 사이좋게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는거다. 이런 걸 가리켜 옛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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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03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비로그인 2004-09-0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컨은 신문(언론?)과 싸우지 않았다 라는 책제목이 떠오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4-09-0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마태우스님은 저와 생각이 이리 비슷하신지...... 민노당이 집권하면 상속세가 오르고, 제 꿈이 조각날지 모른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물론 몇푼되지 않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비례대표는 민노당!'을 외쳤고, 아버지는 '네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찍었다."고 말씀을...... 마태우스님 말씀대로 저 역시 그 가능성의 희박함을 상식으로써 보증하니 말이죠.
어쩌면 노무현은 양심있는 우파죠. 로마의 티베리우스 황제 말대로 좌파와 일반 시민들을 '고기째 잡아먹는 양(羊)'이 아니라, '털을 깎는 양', 곧 대화를 하면서 적당히 벗겨먹을 존재로라도 여기는 것 같으니까요.(아닌가요????)

깍두기 2004-09-0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좌파할래. 상속받을 것도 없고, 부유세 낼 일도 없으니까.
마태님 같은 분을 제외한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랑 비슷한 처지인걸로 아는데, 왜 이렇게 좌파가 적은 거지??

Fithele 2004-09-0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파가 적은 이유 중 하나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제대로 된 좌파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마태님 말씀대로 '적대적 공존'이란 정말 놀라운 생존 계책입니다. 정권의 정체성을 입놀림 하나로 호도하면서 진정한 적까지 견제하고 있으니 일석이조. 놀고 있네에 원츄 백만표.

어쩌면 이런 정권이 더 위험하고 힘든 존재일 수도 있죠. 왜냐면 고기까지 먹힌 양은 더 이상 착취당할 게 없지만, 털만 깎이는 양은 자신이 왜 착취당하는지 모르면서도 철마다 헐벗어야만 할 테니까.

진/우맘 2004-09-0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늬만 좌파...에서 뜨끔. -.-;;
하지만, 나는 무늬만 좌파여도 정치하는 니네는 좌우 확실히 챙겨 잡아야 하지 않겠냐고...버럭....떠넘기는.-.-

2004-09-03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완성 2004-09-03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에 오마이뉴스에서 언론사들이 착복한 혈세가 몇백억? 몇천억? 이란 기사를 보고는 남몰래 분개했는데, 마침 님의 글을 보니 씁쓸합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데, 몸에 나쁜 말도 쓰네요. 요걸 어떻게 구분해야한다죠? 거참 고민이네---

저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실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국민연금문제는 좀 해결되었으면하는 바램도 있고, 저희동네 가까이서 버스비관련 시위가 벌어진다면 용기를 내서 참여할 용의도 있는....뼈속까지 차가운 개인주의자랍니다. 그런 제가 무식한 소리 하나 내뱉어보자면...'대체 지구에, 한 나라를 경영할만한 지도자가 그것도하필이면왜 "인간"중에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인간이 몇천만이 넘는 제 동족들 위에서 뻘짓하지 않고 그야말로 민족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후덕한 종족일까요? 아유, 웃겨라;;;'
험. 무식한 소리하고나니 굉장히 민망스럽군요.

2004-09-03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3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9-03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 입장에선 노무현도 좌파로 보이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평화 통일 어쩌고 저쩌고를 이야기하지만 조중동은 항상 앞장서서 불안 정세를 창조하지요. 마치 전 세계가 평화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이 냉전을 유지하려 들듯...

노부후사 2004-09-0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가 내뿌리는 독의 중독성은 가히 엄청난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보면 비판의 내용은 오로지 '좌익'이면 되더라구요. ㅋㄷ

하얀마녀 2004-09-04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추천 -_-+

마태우스 2004-09-0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늘 추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도 님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요
에피메테우스님/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수 최대의 일등신문을 자처하고 있으니, 마음이 아픕니다.
쥴님/히히, 쥴님에게 칭찬을 받다니^^ 게다가 추천까지!!!
여대생님/늘 느끼는 거지만 대학생의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한 이 시점에, 어떻게 그런 고강한 내공을 가질 수 있는지, 역시 책의 힘은 위대한 건가요?
사과님/그래도 변함없는 제 좋은 친구가 되어 주실 거죠?? <--뜬금없는 부탁...^^
진우맘님/진우맘님 무늬는 '미녀'잖습니까^^
피델한님/더 위험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개혁세력도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원츄 백만표' 감사드려요^^
깍두기님/5만126등, 설마 진짜로 믿으시는 건 아니죠? 궁금해서 친구에게 오늘 물어봤더니 "설마 니가 5만등이나 할까?"라고 하더군요. 100만등 안에도 못들 거라는데요? 강남.종로에 빌딩 한채씩 있는 사람도 많다구....
로렌초의 시종님/하하, 우리가 원래 생각이 비슷했죠. 쭈욱---요.
마크님/저 사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든요. 부연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물만두님/부리만 이뻐하시는 물만두님이 동감이라고 해주시니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