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문은 그 반대다. 세상은 위선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게 이 글의 주제다.
우리 학교에는 14개의 동아리가 있다 (나 때는 ‘써클’이라고 했었다. ‘동아리’란 말이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아주 친숙하다. 써클은 동아리만큼 정겨움을 전달해주지 못한다). 한 학년 학생수가 40명인데 동아리가 14개나 된다는 건 좀 많은 감이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두세개의 동아리에 드는 일이 다반사인데, 3개의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의대공부를 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 학교의 의사고시 합격률이 탑 클라스가 아닌 이유를 동아리에 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선생님들은 ‘동아리 망교론’을 펴면서 동아리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동아리를 인위적으로 폐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시험을 자주 본다든지 해서 동아리를 못들게 하는 방법을 강구 중에 있다.
엊그제, 숙제로 받은 대학평가 자료를 교정하다 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띈다.
[우리 대학에는 학생 정원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14개의 많은 동아리가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동아리는....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도가 이루어지도록 배려하고 있다...대학은...(동아리 활동에 대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읽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난다. 동아리 등 학생들 스스로 하는 활동이 많을수록 대학평가에 유리한 법이니 이런 구절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동아리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동의하는 사람이라, 글을 읽으면서 학생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세상이란 이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