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책 제목은 본문 내용과 상당히 관계있음

 

어제 점심 때, 회의에 앞서 밥을 먹으면서 알파란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회의 빨리 끝나는 법 가르쳐줄까? 의자를 바짝 붙여 놓으면 회의가 빨리 끝나지”

난 놀라서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젓가락으로 남은 밥을 뜨면서 물었다.

“알파 선생님도 회의가 빨리 끝나는 게 좋으세요?”

알파가 답한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


내가 놀란 건, 알파는 회의 때마다 말을 엄청나게 많이 오래 쓸데없이 함으로써 회의를 길게 늘어뜨리는 장본인이기 때문. 그런 그가 회의가 빨리 끝나길 바란다니 신기한 일이 아닌가. 회의 때 보면 간단히 해도 될 말을 오래 하는 사람이 있다. 길게 해야 할 말도 짧게밖에 못하는 나로서는 그런 재주가 부럽기도 한데, 교수들 중에는 나같은 사람보다 알파 같은 분들이 훠얼씬 많기에 회의는 언제나 길어지고, 난 휴대폰 시계를 들여다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어찌되었건 알파의 활약 덕분에 점심 회의는 한시간을 넘겼는데, 정말로 알파가 회의가 짧은 걸 원하는지 의문스러웠다.


4시 반의 전체 교수회의. 몇 명 안되는 발표자 중에 알파가 첫 주자였다. 사회자의 말이다. “5분 발표하고 3분간 토의 합시다”

하지만 알파는 무려 16분간 단조로운 톤으로 발표를 해 참석자들을 자게 만들었는데, 내가 안잔 건 뒷자리에서 열심히 다른 책을 읽어서였다. 다른 분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회의는 예정된 시각을 넘겨 버렸다. 6시 퇴근버스를 타기 위해 중간에 쓱 빠져나왔다. 그런데 교무과 사람이 버스에 올라타더니 이렇게 말한다. “회의가 아직 덜끝났으니 버스 출발 시각을 20분만 늦춰달라”

이런, 그럼 중간에 나온 나는 뭐야?


다시 알파의 심중을 헤아려 보자. 알파가 짧은 회의를 원하는 건 아마도 진심일 것이다. 단 거기엔 조건이 있다. 알파 당신에겐 말할 시간이 충분히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도 다 그렇기에 마이크만 잡았다 하면 최하 십분이다. 말을 하려고 맘을 먹으면 심장부터 떨리는 나, 그들과 난 다른 종족에 속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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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8-2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하얀마녀 2004-08-2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신 글재주는 마태우스님이 훠얼씬 좋지 않겠어요? ^^

아영엄마 2004-08-2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저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종족이시잖아요~~ (저도 말하려면 가슴이 떨리는데 같은 종족이 아닐까요? ^^;;)

비로그인 2004-08-2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아는 분께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야간 특수대학교에는 연세가 지긋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15분 발표하고 5분 질문받기로 규칙을 정해놓으면 거의 대부분의 분들이 핵심을 집어내지 못한 체 부수적인 것들을 일일이 열거하다 최소한 30분씩 발표를 하신다더군요. 그래놓고나서는 자신이 무지 잘 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신다고.. 요점만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능력인거 같아요. ^^

ceylontea 2004-08-26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회의가 빨리 끝나는 것보다는 회의를 아예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회의 싫어...
간혹.. 회의를 하다가 제일 짜증이 날때는 안건하고 별로 관계도 없는 이야기를 한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해 설명하고 있는 경우랍니다..

starrysky 2004-08-2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실론티님 말씀에 한 표! 회의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 일의 능률이 팍팍 오를 텐데요.. 별 쓸모도 없는 회의 매번 하느라고 시간 낭비, 그 준비까지 해야 되면 더 시간 낭비.. 너무 싫어요!!! 특히 교수님들이랑 회의할 때는 맨날맨날 바쁘다 그러시면서 제시간에 나타나지도 않구.. 우잇!! -_-;;;

털짱 2004-08-2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의중에 책을 읽으시다니.. 당연히 긴 말씀은 못하시겠군요.
알파라는 분께 알라딘 삼류소설묶음집이라도 읽게한다면 좋을텐데.^^

starrysky 2004-08-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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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우와~ 제가 마태님 서재에서 자그마치 1등을 해버렸어요!! >_< (1등놀이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런 인기서재의 1등이라니, 하늘이 밀어주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구요!!
즐거운 지구에서의 2004년 8월 27일 맞으세요!! ^-^


sweetmagic 2004-08-27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의시간에 경고벨을 울리세요~~ ㅎㅎㅎ 타이머 있잖아요 ~ 강의시간에 쓰는거 ㅎㅎ

미완성 2004-08-2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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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등을 하고팠는데 46등을 했어요 ㅜ_ㅜ
저희 과에서의 제 등수랑 몹시 비슷하군요 으흙흙, 그래서 더 슬퍼요-
마태님, 부디 회의시간에 혼자 즐겁게 노는 방법을 더 많이많이 연구하셔요-
제 생각엔 그 분들의 입을 다물라다물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같어요 ㅜ_ㅜ


마태우스 2004-08-2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46이라는 숫자가 요즘 부쩍 소원해진 님과 저의 관계를 상징해 주는 것 같아요. 흐흑, 사과님---------
스윗매직님/좋은 의견입니다. 그런데 잘 될까요?? 그것보단 제가 말하는 사람의 휴대폰에 발신자 제한으로 전화를 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타리님/님 덕분에 오늘 하루가 겁나게 즐거워질 것 같은 전망입니다.
털짱님/우리만 재밌지, 알파는 재미없지 않을까요?
다시 스타리님/아니어요. 회의는 있어야 해요. 밥도 주거든요.^^
실론티님/회의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의를 해야 뭔가 일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평범한여대생님/그럼요, 능력이죠!! 여대생님이 자주 왕림해 주시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아영엄마님/님의 미모로 보건대 저와 한 종족이라고 우기긴 어려울 듯 싶습니다
하얀마녀님/글재주라... 글재주보다 소재를 우려먹는 재주가 더 뛰어나죠^^
폭스바겐님/그래도 님은 저랑 같은 편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