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8월 13일(금)

마신 양: 소주--> 맥주, 집에 가니까 새벽 한시.


1) 오늘 아침

비 때문에 테니스를 못친 오늘 아침, 애들이랑 나눈 대화는 대충 이랬다.


A: 85학번 중에 네이버 검색엔진 만든 사람이 있거든. 재산이 몇천억인가 그래. 그런데도 그사람 술마시면 더치페이를 하더라.

B: 야, 몇천억...

C: <범죄의 재구성> 봤냐? 우리도 그렇게 뭔가 하나 하면 어떨까.

A: 25억만 있으면 조그만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작전을 들어갈 수 있어.

D: 25억은 어떻게 모아?

A: 빌리면 되지. 100억 벌고나면 빠지는 거야.

C: 걸리면 어떡해?

A: 덕수 7인방이라고 있어. 덕수상고 나온 일곱명이 하는 건데, 한명이 모든 걸 책임지고 감옥에 간데. 그리고 뒤는 확실히 봐주지. 민아, 니가 가족도 없고 하니 감옥에 가라. 우리가 뒤는 확실히 봐준다.


대충 이런 식이었다. 돈을 크게 벌어야 하는데, 어떻게 버느냐는.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결국 단란주점을 운영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D: 강남에 BMW라는 곳이 있어. 아주 싼 게 특징이지. 아가씨들도 이쁘고. 그래서 늘 사람들로 바글바글하잖아? 지금은 체인점도 냈고, 사장은 BMW 타고 다녀.

B: 그럼 우리는 강북에 혼다 어코드라는 이름으로 내면 어떨까.

A: 혼다는 지명도가 낮잖아. 아우디가 어떠니?

C: 그거보다는 페라리가 낫지.

뼈다귀해장국을 먹으면서 우린 시종일관 이런 얘기를 했다. 얘기를 하는 동안 난 돈이 내게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들떴지만, 잠에서 깨자 남는 건 허망함 뿐이었다.


2) 어제

어젯밤 문학계에 있는 분들과 술을 마셨다. 어제 나온 대화는 이랬다.


나: 함정임의 소설은 어떤가요?

A: 전 함정임 좋아해요. 김소진에게 많이 가려서 그렇지, 소설 참 좋아요.

D: 오정희님 책은 읽어보셨나요? 그분이 글을 많이 안써서 그렇지, 글쓰는 사람들에게 교본 같은 분이죠.

나: 사실 이름도 처음 들어봐요. 부끄럽습니다.

B: 제가 오정희님 책 하나 드릴게요. 어디 있더라... 여기 있네요.

나: 어머나 정말 고맙습니다 (난 어제 귀한 책을 세권이나 받았다)

 

7시 넘어 시작한 대화는 밤 12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내 주변 친구들 중 문학평론가 이명원을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권성우는 물론이고 그 유명한 김현님도 친구들은 모른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니까. 하지만 밤이 새도록 문학에 대해 얘기하고픈 갈망을 가진 나로서는 친구들 중 문학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내가 읽고 들어서 알게 된, 문학에 관한 얘기들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제 만난 분들을 또 뵐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자고 나니 허무했던 오늘 아침의 얘기들과는 달리, 어젯밤 나눴던 얘기들은 지금 생각해도 절로 미소가 난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연우주 2004-08-1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원은 국어교육과 출신들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 많아요...^^
그나저나 오정희는 꽤 괜찮은 소설가인데...^^ 페미니즘과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좋은 책 받으셨네요.
문학계 사람들과의 술이라. 부럽군요...^^

연우주 2004-08-14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마당발은 따라갈수가 없어요...^^

마태우스 2004-08-1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도 제게는 문학계에 종사하는 분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님과 만나면 문학 얘기보다는 님의 미모에 관해서만 얘기를 하게 되지요^^

하얀마녀 2004-08-1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데도 대화가 통한다니 마태우스님 내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starrysky 2004-08-1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이 아플 정도로 신나게 떠들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면 마음이 허-한 대화.
난 거의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주억거렸는데도 나중에 생각하면 입가로 마구 웃음이 비져나오는 대화.
뭐, 전 둘 다 좋습니다. 나름의 효용이 있으니까. ^^ 근데 저도 책 얘기 하는 게 너무 좋아요. 그래서 책과 관련된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간혹 좀 깝깝하다는..

2004-08-14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4-08-1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덩말 책을 사랑하시는군요.. 문학을 멀리한지 어언 십여년이 된지라 흑흑... 미안해요, 민. 이렇게 답답하게 아무말도 못 알아들어서.. 미모에 유머, 털까지 갖추느라 그리 된 걸 이해해줘요.

stella.K 2004-08-1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권성우씨나 김현씨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요. 마태님한테 문학에 대한 갈망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존경합니다.^^

반딧불,, 2004-08-1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오정희라...책 내용도 까마득합니다^^;;;

그나저나...최근에 어지간히 안 읽고 살았었지요..공백이 참 아쉽고, ....


그런 이 만나면 행복하지요???
무언가 서로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 기분...
즐거우셨겠어요.

참참...저 오늘 이벤트 책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2004-08-15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4-08-1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현선생님만큼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면
그게 아니라면 일찍부터 그런 깊은 글을 맛볼 수 있었다면
삶이 좀 더 풍부해졌을텐데, 아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부리 2004-08-1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을 보며님/네, 그 분이 이명원이지요. <파문>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어요, 전.
털짱님/님의 글은 김현님과 또 다르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요. 그리고 전 털만 있으면 됩니다. 다른 게 또 뭐가 필요하겠어요..
반딧불님/아, 잘 왔군요! 그래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겁나게 즐겁지요...
스텔라님/갈망만 있죠... 부끄러워요...
스타리님/언제 스타리님과 지리산 노고단에서 책 얘기를 하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하얀마녀님/참고로 전 전공 분야에서는 찍소리도 못한다는 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