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8월 11일(수)
마신양: 겁나게 많은 양....
내게 존재하는 단점 중 치명적인 것 하나가 코를 심하게 곤다는 것이다. 이 주제로 내가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놀랍게도 없다! 어떻게 내가 이걸 안썼을까? ‘코곯이’ ‘곤다’ ‘코를’ 등 갖가지 단어로 검색을 해봐도 안뜨는데, 이미 들은 분은 그냥 넘어가 주시면 안될까요? 하여간 내 코곯이가 어느 정도로 심하냐면...
-작년 며칠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깨어났더니 다들 나만 본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옆의 할아버지가 입을 여신다.
“젊은이, 뭔 코를 그리 곯아? 뭣 때문에 입원했는지 모르지만 그거부터 고쳐! 그거 병이야!”
-군대에 갔을 때 20명이 한 내무반에 있었다. 그들은 첫날부터 내 코곯이에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이불을 덮어씌워보기도 하고 목을 제끼기도 하는 등 갖은 노력을 했단다. 그래도 안되겠어서 “제발 좀 일어나세요!”라고 애원까지 했다는... 그 뒤부터 난 밤에 후래쉬를 이용해 책을 읽으며 남들이 자기를 기다렸고, 다들 잠든 12시 무렵에야 잠을 자곤 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내가 잠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고.
-내 코곯이는 술을 마시면 더 심해진다. 내가 군대에서 중대장을 할 때 얘긴데, 송편을 안주삼아 교관들과 우리가 선물로 준 시바스리갈을 마신 적이 있다. 다른 소대장들은 그냥 마시는 척만 했지만, 술만 보면 환장하던 난 750ml 짜리 양주를 반병 가까이 마셨던 것 같다. 그날밤 우리 내무반 친구들은 꼴딱 밤을 샜다. “내 생애 너같이 코고는 놈은 처음 본다”는 게 그들의 말이었다.
-내가 코를 고는 까닭은 대학 때부터 시작된 내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이다. 지금은 괜찮지만 그땐 가을만 되면 늘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콧물에 시달렸는데, 내 가방에 언제나 휴지가 잔뜩 들어 있는 건 그 때문이다. 난 냄새도 맡지 못하며, 숨도 코로 쉬지 않는다.
-코곯이가 병으로 분류된 건 오래 전의 일이다. 그래서 코를 안곯게 하는 수술도 나오고 있는데, 내가 아는 방법은 목젖을 어찌어찌 해서 호흡을 편하게 해주는 거다. 하지만 나처럼 비염으로 인해 코를 고는 건 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냥 살고 있다. 여럿이 자는 경우야 지극히 드무니까 큰 문제는 없었지만, 어쩌다 나랑 잠을 한번 자고나면 다들 혀를 내두르곤 했다. 결혼을 한다면 고치고 해야겠지... 갑자기 벤지 생각을 한다. 사람에 비해 4배 이상의 청력을 지녔다는 개, 그러니 벤지는 내가 코고는 소리를 4배의 강도로 들을지도 모른다. 나와 같이 잔 16년 동안 녀석은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내 곁에서 잠을 자는 벤지, 언제부터인가 벤지는 내가 아무리 불러도 잘 듣지 못한다. 그게 내 코고는 소리 때문에 귀가 먹어버린 직업병이 아닐까. 흐흑, 벤지야!
-확실하진 않지만 수업 때 존다든지, 기차에서 잔다든지 할 때는 평소보다 코를 덜 곤다. 그건 아마도 자세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대학 때 콘퍼런스를 하는데 그만 졸아 버렸다. 그런데 레지던트가 날 깨우더니 화난 표정으로 노려본다. 나만 잔 게 아니라 좀 억울했는데, 수업이 끝난 후 다른 레지던트가 내게 오더니 이렇게 말한다.
“세미나 때 코 곯고 자는 놈은 처음 봤다.... 그래도 헛소리 안한 게 어디야!”
-내 코곯이 스타일은 흔히 말하는 “드르렁 드르렁”이 아니다. 무호흡과 호흡이 반복되는, 그러니까 꺼어어어억 하다가 갑자기 숨을 안쉬고, 옆 사람이 “저러다 죽는 거 아니야?”라고 걱정할 때쯤 다시 숨을 내쉰다. 그렇게 자면 깊은 잠을 못자는 수가 많지만, 난 잠도 겁나게 깊이 들어,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세상 모르고 자며, 다섯시간만 자도 아주 기분이 상쾌하다. 내가 병원에 안가는 이유는 바로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 사는 데 불편이 없다해도 세상 일은 모르는 법이고, 다른 사람과 자야 할 때를 위해서도 코곯이는 고치는 게 좋다. 방법은 찾으면 있을거다. 당장 귀찮고, 무섭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