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많은데 이 영화에 대해 리뷰를 쓰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관객들이 다 어린애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다지 재미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특히나 영화를 집중해서 봐도 줄거리를 파악 못하는 나에게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그 영화가 버거웠다. 아즈카반 감옥을 탈출한 죄수가 해리포터를 죽이러 오는데, 그걸 포터와 친구들이 잘 막아내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한 줄거리였다. 하지만 그 죄수가 사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서 난 헷갈리기 시작했다. 누가 악인지 모르는 것, 내겐 이것만큼 갑갑한 건 없다.
이런 나를 보니 내가 그동안 너무 선악 구도가 뚜렷한 것만을 즐겨했는가보다. 아무 고민도 없이 그저 선 쪽에 있는 주인공만 응원하면 되는 그런 영화(드라마)들을. 슬며시 궁금했다. 내가 이 정돈데, 애들은 과연 재미있을까? 책까지 다 읽은 중1 조카에게 물어봤다. "재미 하나도 없어!" 과연 그렇군. 29세 조교, "이번 건 별로예요" 역시!!! 12세, 29세, 38세가 모두 재미가 없는 걸 보니 이건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재미없다는 말이 되는군. 하지만 나이어린 애들은 재미가 있다는데, 그건 왜? 후후, 원래 그 애들이야 줄거리보다는 새가 날고 마술을 부리고 하면 무조건 좋아하지 않는가.
하지만... 누나가 부탁을 했다. 둘째 조카가 그 영화를 못봤는데, 다음 주에 좀 봐달라고. 아이로봇을 두번 보라면 모를까, 그 재미없는 해리포터를 또 봐야 하나? 하지만 그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책을 두번 보면 이해가 잘 되듯, 혼란스러운 영화도 두번 보면 빠삭하게 이해가 될 수도 있겠지. 그래, 그러자. 다음주에 또 봤는데 여전히 재미가 없다면 이건 분명 재미없는 영화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