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렬이 번지점프를 하는 걸 TV로 본 그의 아내는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 꼭 그렇게까지 돈 벌어야 해요?"
송윤아는 헬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기 전 눈물을 펑펑 쏟았고, 베이비복스는 눈썰매를 타다가 허리가 부러졌다. 이문세는 불에 타는 스턴트를 하다가 눈썹을 태우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진부한 얘기긴 해도 방송사가 연예인들을 괴롭히면서 시청자에게 만족을 주려는 행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연예인들에게 번지점프를 시키는 일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11미터 모형헬기에서 뛰어내리다 그대로 기절해버린 나로서는 연예인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풀하우스>에 송해교와 비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송혜교를 이용해 몰래카메라를 찍었는데 내용은 이런 거였다. 피부에 좋아지는 특수 약품이 있다고 하면서 그걸 바르게 했다. 그랬더니 피부가 뻘개지고 뭐가 난다. 갑자기 나타난 의사, "이건 영영 고칠 수가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흉터가 덜 나도록 해보겠다"고 말한다. 눈물을 펑펑 흘리는 송해교, 갑자기 나타난 이경규를 보고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내 타입이 아니라 그녀를 좋아하진 않지만 어린애를 그렇게 괴롭혀야 하는지 화가 났다.
하지만 이것도 진우션이 당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내가 본 것 중 단연 최악의 방송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프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션이 스턴트를 한다고 차를 타고 가는데, 차가 폭발해 버린다. 황당함과 슬픔으로 절규하는 진우, "션! 션!"을 외치며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려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뜯어말린다. 나중에 나타난 연예인에 의해 그게 거짓임이 판명되는데, TV로 찍고 있지만 않았다면 그를 몇대 쥐어박았을지도 모른다. 그 연예인은 "션을 생각하는 진우의 아름다운 마음을 확인했다"는 멘트를 했지만, 그걸 확인하기 위해 그딴 짓을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고, 설사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곁에서 죽으면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다들 방송 탓을 하지만, 사실 그건 시청자 책임도 크다. 욕을 많이 먹는 프로일수록 시청률이 더 높은 사실을 방송 관계자가 외면할 수 있을까. 저질이니 뭐니 욕하기 전에, 솔직히 인정하자. 자신에게 남이 괴로워하는 걸 즐기는 가학성이 있다고. 옛날 사람들은 권투를 봤지만, 지금은 돌리는 채널마다 이종격투기니 K-1을 틀어준다. 권투에 열광했던 나지만, K-1의 잔인성에는 그만 눈을 감고 만다. 이런 추세로 나가다가는 로마 시대처럼 사자와 사람이 싸우는 게임까지 나오지 않을까? 가학성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플라시보님은 한 사흘쯤 글을 안써도 방문객 숫자가 매일같이 100명을 넘는다. 그런데 난 하루만 안써도 수십명으로 떨어져 버린다. 방문객 숫자를 들여다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무리해서 쓴 글입니다. 하하하. 또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