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의학 선생님이 해준 말씀.
"남자가 부인 손을 붙잡고 왔는데, 여자 팬티를 한 장 들고 왔더라고. 거기 묻은 정액이 자기 건지 확인해 달라는 거야"
상황을 보니 그게 남편의 정액일 리는 없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선생님은 "물에 젖어서 알 수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서 남편을 돌려보냈다.
의사를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한 의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인턴 시절 예비군 훈련장에서 정관 수술을 받은 예비군이 부인과 함께 병원에 왔다. 이유인즉슨 부인이 임신을 한 것이다. 일단 남편을 검사해 수술이 잘못됐다고 남편을 안심시킨 후 다시 수술을 해줬다. 이후 부인이 다시 찾아와 "가정의 평화를 지켜 줘 고맙다"며 인사했을 때]
정관수술을 해도 잔류정자가 있기 때문에 몇 달간은 임신을 할 수 있지만, 부인의 말을 들으니 다른 남자와 자서 임신을 한 모양이다. 한번의 정사에 따르는 임신 확률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배란기라고 해봤자 3-6일밖에 안되고, 그때 한다고 다 임신이 되는 건 아니다. 애를 낳기로 마음을 먹고 배란기마다 일을 벌인 내 친구는 6개월만에 뜻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니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확실한 통계는 아니고 내 생각인데-대충 잡아 한번 자서 임신할 확률은 기껏해야 10%가 못된다. 아마도 부인은, 순간의 실수로 임신한 것은 아니었을 거다. 사람은 어떨 때 바람을 피울까. 멋진 이성이 나타났을 때? 그보다는 배우자에 대해 싫증을 느낀 게 다른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는 건 아닐까. 그렇게 따졌을 때, 의사가 지켜준 그 가정의 평화가 얼마나 지속되었을지 회의적이다. 그때 일로 깨달음을 얻어 잘 산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참고로 그 부인은 바람 피울 상대를 잘못 골랐다. 임신을 한 걸로 보아 그 남자는 콘돔을 끼지 않고 일을 벌였고, 기어이 임신까지 시켰다. 도무지 여자에 대한 배려가 있긴 한걸까. 남자가 바람피우는 건 당연한 일로 간주되고, 여성의 바람은 '이혼당해도 싼' 행위가 되어 버리는 이 나라에서, 피임도 안하고 일을 벌이는 사람과는 바람 같은 건 피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 생각이 없었던 그 여자도 마찬가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