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2를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수가 있을까? 며칠 전에야 슈렉1을 보았던, 그래서 전편의 기억이 누구보다도 강렬히 남아있는 나도 "속편이 훨씬 재미있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순전히 재미만을 따진다면 그렇다는 거다. 비율을 얘기하자면 한 열배쯤? 보고나니까 슈렉1이 몹시 초라해 보일 정도다.



웃기려고 작정을 하고 만들면 이런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구나 하는, 인간 능력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품고 영화를 봤다. 전문기자도 아니면서 영화를 볼 때 노트에다 영화 중간중간의 느낌을 적던 나는 이 영화만큼은 노트에 쓴 말이 없다. 엄청난 유머에 압도당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뭔가를 쓰느라 잠깐 한눈을 팔다간 쉴새없이 나오는 재미있는 장면을 놓치기 십상이었으니까. 1에 나오는 동키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뒤집어질 지경인데, 2에서는 그와 쌍벽을 이루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당신 정도라면 내가 기꺼이 슈렉이 되어 드리리라"는 고양이의 대사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나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산의 높이와 유머 내공이 비례한다면, 히말라야까지는 아니라도, 킬리만자로 등성이 정도는 올랐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슈렉의 유머는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나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내게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이런 유머들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내가 말만 하려고 해도 웃어버리는, 주위 사람들의 오버에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내공을 쌓아야겠다. 난 아직 우리 동네에 있는 성미산도 채 오르지 못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렌초의시종 2004-06-18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말만 하려고 해도 웃어버리는, 주위 사람들의 오버에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내공을 쌓아야겠다.-그래도 이런 분들이 있는게 어디에요? 정말이지 마태우스님는 항상 추종자들을 이끌고다니시는 듯,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그런데 그렇게 재미밌나요? 의무방어전 차원에서 보기는 봐야겠는데 말이죠^^;

호랑녀 2004-06-18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주도 못생길 수 있다는 그 하나만 가지고도 슈렉1이 좋았습니다. 제 딸이... 공주병이 좀 심했거든요. 다음주에 시험 잘 보면 2탄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무래도 시험을 잘 볼 리는 없을 것 같고, 영화는 보여주게 될 것 같고...ㅠㅠ

가을산 2004-06-1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여기저기서 슈렉2가 재미있다고들 하는데, 왜 오마이뉴스에서는 그렇게 '늙었다'고 평했을까요? 역시 슈렉은 재미있을거야.... 우리도 주말에 보러갈 예정입니다. ^^

하얀마녀 2004-06-1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슈렉2... 봐야겠군요. 혹시 아직 안 보셨다면 니모를 찾아서도 추천해드립니다.

플라시보 2004-06-1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슈렉 2 봤는데 재밌더군요. 님의 감상문을 보니 저도 조만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그리고 저도 하얀마녀님이 추천하신 니모를 찾아서 강추합니다.

마태우스 2004-06-1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저 니모 봤어요. 푸른 물결이 정말정말 인상적이더군요. 영화도 참 재미있구요.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빠질 만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플라시보님/어머나, 저랑 같은 날 슈렉2를? 반갑습니다!
가을산님/님의 주말이 재미있을 것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호랑녀님/어느 책에서 읽었는데요, 공주병은 좋은 거랍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너무 없는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얼마나 좋냐고 하더군요.

부리 2004-06-1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마태우스 자네가 슈렉을 좀 닮았군!

sweetmagic 2004-06-1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렉은 눈 큰데.....

starrysky 2004-06-1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슈렉은 눈 대따 커요. 머리에 뿔도 있고 피부도 초록색이고.. 암튼 매력적이예요. ^-^
근데 그 고양이 안토니오 반데라스 목소리죠? 와우, 그 느끼함에 다시 한번 기절~!

LAYLA 2004-06-19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스윗매직님 코멘트 와따!! ㅎㅎ 저는 겁나 먼 왕국 부분에서 웃었다는..^^ 정말 왕국 이름이 겁나 먼 왕국일줄 누가 알았겠어요!! ㅎㅎ

마태우스 2004-06-1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겁나먼도 그렇고, 헐리우드를 풍자한 부분도 그렇고, 진짜진자 웃겨요.
스타리님/고양이가 압권이었지요 정말.
sweetmagic님/아, 알았어요. 저 눈 작아요. 흐흐흑. 삐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