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2를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수가 있을까? 며칠 전에야 슈렉1을 보았던, 그래서 전편의 기억이 누구보다도 강렬히 남아있는 나도 "속편이 훨씬 재미있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순전히 재미만을 따진다면 그렇다는 거다. 비율을 얘기하자면 한 열배쯤? 보고나니까 슈렉1이 몹시 초라해 보일 정도다.

웃기려고 작정을 하고 만들면 이런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구나 하는, 인간 능력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품고 영화를 봤다. 전문기자도 아니면서 영화를 볼 때 노트에다 영화 중간중간의 느낌을 적던 나는 이 영화만큼은 노트에 쓴 말이 없다. 엄청난 유머에 압도당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뭔가를 쓰느라 잠깐 한눈을 팔다간 쉴새없이 나오는 재미있는 장면을 놓치기 십상이었으니까. 1에 나오는 동키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뒤집어질 지경인데, 2에서는 그와 쌍벽을 이루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당신 정도라면 내가 기꺼이 슈렉이 되어 드리리라"는 고양이의 대사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나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산의 높이와 유머 내공이 비례한다면, 히말라야까지는 아니라도, 킬리만자로 등성이 정도는 올랐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슈렉의 유머는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나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내게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이런 유머들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내가 말만 하려고 해도 웃어버리는, 주위 사람들의 오버에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내공을 쌓아야겠다. 난 아직 우리 동네에 있는 성미산도 채 오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