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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이 유쾌하고 용감한 정치학자 전인권씨는 '한국 남자'를 해부했다. 스스로 과거를 샅샅이 파헤쳐 실험대 위에 까발렸다. 책을 읽고 보니, 어떻게 '한국 남자'가 기특하게 이런 시도를 했나 싶기도 하고, 어떻게 다른 '한국 남자'들은 이런 왜곡속에 자라면서도 저자같은 성찰을 한번도 안하고 사나 싶기도 하다. 쓸데없이 목 뻣뻣하고, 무뚝뚝한 남자들, 그대들의 삐딱한 남성성은 그대들 탓이 아니라 '키워진 탓'이라는데, 한국 남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리뷰의 아티스트' 마냐님이 쓴 서평을 보고 대번에 주문을 했다. 이렇게 좋은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 책을 걸고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저자인 전인권 씨가 이벤트 공지-"성적순으로 세명을 뽑아 <남자의 탄생>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를 봤다면 아마도 감격했을거다. 하지만 뒤에 삽입된, "이미 읽으셨거나 맘에 안드시는 분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책을 고르셔도 무방합니다"라는 문구 때문인지, 당첨자 4분은 모두 그 책을 거부했다. 한분은 "마초적인 책은 싫다!"고 거부 이유를 적어 주셨다. 그러면 저자는 슬퍼해야 하는 걸까? 아니다. 일이 잘못되어 그중 한분께 그 책이 발송되었고, 또다른 친구에게 그 책을 선물했으니까. 나까지 샀으니 세권은 팔린 셈이다. 그럼...좋아해야겠네? 아니다. 친구 주소로 주문을 했는데 그 책이 절판되었다고, 주문을 변경하라는 메일이 와서 할수 없이 다른 책을 선물했다. 총 팔린 책은 그러니까 달랑 두권. 하지만 무려 5쇄나 찍을 정도로 잘 팔렸으니, 저자가 슬퍼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이미 절판되었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한들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터, 맘놓고 말하자면 "조금 지루했다!"다.
이 책에서 공감한 대목은 형제간에 싸울 때 대처방법에 관한 부분이었다. [분쟁의 원인과 시비, 곧 싸움의 진실은 나중 문제였다...어머니는 두 아들을 모두 야단치기도 했다. "너는 형이니까 양보해야 한다"느니 "형에게 대들면 어떻게 하니"...라고 말했다..(129-130쪽)]
저자도 말했지만, 이런 식의 대처는 오히려 형제간의 우애를 나쁘게 할 뿐이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싸움이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나한테는 너만한 아들이 있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도 그런 데 있을 듯하다.
사족을 한가지만 달자. 이 책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얘기가 나오는데, 그 단어가 나올 때마다 떠올려지는 사람이 있다. <아날라이즈 디스>에 나오는 로버트 드 니로. 영화 속에서 정신과 의사가 그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얘기를 하자 그가 이런다. "내가 엄마를 좋아한다고? 그 뚱땡이를?" 웃기지 않는가? 참고로 그 영화는 내가 재미있게 본 10대 영화에 당당히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