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TV에서 보던 탤런트들을 직접 보면 놀라는 게 있다. TV에서 볼 때와는 달리 얼굴이 너무 작다는 것. 4등신 정도로 보이던 채시라나, 얼굴이 꽤 커 보이는 김혜수도 직접 보면 전혀 다르다. 그러니 웬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카메라를 피해다니는 게 좋을 성싶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달덩이같은 얼굴'은 칭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소리를 했다간 돌이 날라오기 십상이다. 큰 얼굴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린 듯, 얼굴이 크게 나올까봐 사진도 뒤에서 찍는 실정이다. 주먹만한 얼굴이 찬사의 대상이 되었다. 그건 남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지라, 나 역시 얼굴을 최대한 작게 보이려 애를 쓰고 있다 (배 가리랴, 얼굴 작게 보이랴, 바쁘군..)
고속철도를 타고 서울로 오려다, 놀라서 턱이 빠질 뻔했다. 기차에 타는 승객들에게 배시시 웃으며 인사를 하는 승무원 때문이다. 미모도 뛰어났지만 얼굴이 어찌나 주먹만한지, 나와는 다른 인종 같았다. 예전에 나이트 클럽을 홍보하려 거리를 쏘다니던 러시아 여자들을 보면서 "저렇게 얼굴이 작고 키가 크니 8등신이 가능하겠구나"며 감탄한 적이 있는데, 요즘 젊은 애들은 그 러시아 여자 못지않게 얼굴이 작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걸까. 중국인들이 발에 전족을 하는 것처럼, 얼굴이 커지지 못하게 투구라도 쓰는 걸까?
십년쯤 전에 소개팅을 나갔다가 기절 직전까지 갔던 적이 있다. 상대자로 나온 여자의 얼굴이 당시 유행하던 14인치 모니터만해서. 그때 알았다. 못생긴 것보다 더 나쁜 건 얼굴이 큰 거라고.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한두시간 있다 도망치듯 빠져나온 기억이 난다. 다리는 점점 길어지고, 얼굴은 작아지고. 이런 추세로 간다면 먼 미래에 출현할 인류는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나뭇잎을 따먹던 공룡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