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이>에 나오는 섹시스타 브래드 피트가 무려 40세란다. 그 얘기를 우리 조교에게 했더니 그녀가 이런다. "그게 어때서요? 그래도 멋있어요"
그전에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선생님 벌써 서른 xx이네요? 나이 캡 많다"
그러니까 멋있으면 나이가 많아도 별 상관이 없는가보다.
외국 배우들은 도대체 나이를 종잡을 수가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1930년생, 우리나라의 신구와 동갑이라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한때 최고의 섹시가이였던 리차드 기어는 1949년생, 그러니까 벌써 55세다. 그러고도 <unfaithful> 같은 데 나와서 섹시함을 과시하는 걸 보면, 마흔도 안돼서 풋풋한 매력을 잃어버린 나로서는 부럽기 그지없다. 소년같은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도 55년생, 거의 50이 다됐다. 지구의 운명을 그런 나이든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좀 미안해지는 대목. 지구상 최고의 다리 킴 베신저가 <배트맨>에 나왔을 때 거의 마흔이 다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는데, 여전히 귀여움을 과시하며 <프렌치 키스> 같은 것만 찍는 맥 라이언도 61년생, 벌써 마흔셋이다. <귀여운 여인>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줄리아 로버츠는 67년생이니 무려 서른 여덟, 서른 다섯만 넘으면 여자 취급을 안하는 나로서는 그들의 불로장생이 신기하기만 하다.
외국 배우만 그런 건 물론 아니다. 잘생긴 배우 한진희는 1949년생, 벌써 55세건만 여전히 멋있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건 70년대 후반에 방영된 <하얀날개>라는 드라마에서였다. 어린 것이 그런 거나 본다고 눈치를 주는 어머님의 꾸지람을 들어가며 열심히 봤는데, 그때 그는 내가 그때까지 본 가장 잘생긴 남자였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잘생겼다는 알랑 드롱은 내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한진희는 정윤희를 좋아하고, 정윤희는 노주현을 좋아하는 삼각관계였는데, 그때 한진희는 괴로운 나머지 꼭 침대에 엎드려 자곤 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저사람, 침대를 정윤희로 생각하는 거 아냐?" 내가 좀...조숙했다. 어쨌든 난 싫다는데 끈덕지게 따라붙는 한진희보다는 정윤희가 좋아했던 노주현을 정의의 편으로 생각했고, 그 이후에도 노주현을 훨씬 더 좋아한다. 그러던 노주현이 이젠 모 방송사의 시트콤에 나와 웃기는 연기를 하고 있다니, 세상은 참 알 수 없다.
연예인들의 불로장생은 아마도 피나는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얼굴 하나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니 거기에만 온 신경을 다 쓰는 것이겠지. 언젠가 예식장 엘리베이터에서 정혜선을 만난 적이 있다. <완전한 사랑>에서 못사는 김밥집 주인으로 나온 정혜선이건만, 실물로 보니 아주 근사했다. 42년생이니 벌써 환갑이 넘었지만, 그녀는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공주처럼 서 있었다.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말았다. "안녕하셨어요" 하면서. 그러고 말기에 멋쩍어서 "저희 어머님이 좋아하세요"라고 덧붙였는데, 집에 가서 엄마한테 여쭤보니 정혜선을 별로 안좋아한단다. "난 전원주나 한번 만나고 싶다"라고 하셨던가.
연예인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아무리 "못생겼다"느니 "내 타입이 아니다"느니 하는 말을 해도, 일반 사람들 틈에 섞이면 그들의 미모는 찬란한 광채를 발한다. 그렇다고 그들 중 하나와 결혼을 하거나, 연애를 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다 (그들도 그렇겠지만). 서로의 삶이 너무 다른지라 적응이 안될 것 같아서다. 연예인들은 그저 멀리서 바라보면서 감탄을 하고, 어쩌다 직접 보면 남들한테 자랑하고픈 그런 존재다. 달리 '스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