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있으면 5월이다. 5월에 가까워질수록 늘 걱정이 앞선다. 날씨가 더울까봐 그런 건 아니다. 돈 문제 때문이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아이는 없지만, 그리고 벤지가 뭐 사달라고 조를 애는 아니지만, 내겐 여섯이나 되는 조카들이 있다. 그 녀석들에게 얼마씩이라도 쥐어 줘야 하는 건 당연지사, 특히 누나 둘째는 통이 커서 몇만원짜리 장난감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본다. 대충 생각을 해보면 2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5월 8일, 어버이날. 날 낳으시고 길러 주시고, 지금도 먹여 주시는 어머님께, 그리고 어머님을 낳아 주신 할머니께-내게 할머니는 외할머니 뿐이다. 친할아버지.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아마도 아홉이나 낳으시느라, 무리하셨던 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 10만원씩 드리면 20만원이지만, 어머님께는 조금 더 써야겠다. 30만원 소요.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나의 오늘을 있게 해준-내 오늘이 어떤데?-선생님들께 감사 표시를 하는 날. 지난번 사건의 앙금이 남아 왕래를 끊어버렸지만, 그래도 이날을 지나치긴 내 양심이 용납지 않는다. 철이 없을 때는 과일을 하거나 골프공을 드리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백화점 상품권으로 통일해 버렸다. 내 지도교수의 말이다. "내 마누라가 서선생 선물을 가장 맘에 들어하더군!!" 이상한 선물만 사는 내 친구 들으라고 한 말씀이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나도 상품권을 안할 도리가 없어져 버렸다. 10만원씩 세분이니까 30만원.
아버님 생신이 5월 23일이라, 그때도 형제들끼리 돈을 모았었지만, 지금은 선물할 아버님이 계시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세 건의 이벤트를 합치면 무려 80만원. 책 사재기 하느라, 술 마시느라 돈을 다 썼는데 어쩐담? 어쩌긴 뭘 어째. 모자라면 현금서비스라도 받아서 해결해야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의 5월은 언제나 건전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술마신 횟수도 가장 적고, 이상한 술집에 간 기억은 더더욱 없다. 그게 다 5월의 이벤트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사람이 건전해지니까. 그나저나 원망스럽다. 도대체 누가 5월에 그런 행사를 다 몰아넣은 걸까? 어린이날이 5월이면 스승의 날은 6월, 어버이날은 8월, 이렇게 분산해 놓으면 더더욱 큰 감사를 할 수 있을텐데. 몽땅 몰아넣은 덕분에, 올해 역시 나의 5월은 퇴근하면 바로 집에 들어가곤 하는 건전한 한달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