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이 2년 하고도 5개월이 경과했다.
아내에게 한 약속 중 “하루 열 번씩 웃게 해주겠다”는 건 유머의 고갈로 인해 못지키고 있지만
집안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건 나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래봤자 애들 뒷바라지 하는 것과 설거지가 고작이지만 말이다.
내가 약속이 없는 날이면 아내는 늘 나를 위해 맛있는 저녁을 차려준다.
전화로 그날의 메뉴를 미리 말해 주는데, 이런 식이다.
“오늘은 쭈꾸미야!”
아쉬운 건 아내와 함께 식사하는 일은 드물다는 것.
내가 일반인의 저녁 시간을 지나 귀가하는 것도 이유지만,
아내의 말에 의하면 “요리하는 동안 냄새를 너무 맡아서, 먹기가 싫다”는 게 더 큰 이유다.
옛날에 술만 퍼마시지 말고 요리라도 배울 걸 그랬다.
주말엔 내가 손수 만든 식사를 아내에게 갖다바치면 멋있잖은가?
하지만 내가 할 줄 아는 요리라곤 라면과 김치찌개가 전부고,
그나마도 지금은 못하게 됐다.
라면은 냄비가 바뀌니 물을 못맞추는 신세가 됐고,
김치찌개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시도했다가 참담하게 실패한 이후 다시 엄두를 못내고 있다.‘
엘신님을 보면서 부럽다고 느낀 건,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페이퍼 곳곳에 묻어 있어서다.
예컨대 ‘가오리’가 들어가는 글의 결론; 지적이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수선님 책의 리뷰에는 이런 말을 했다. “근데, 떡이라니! 평소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을 명절 선물로 주는 사람이 어딨어요?”
오늘 쓴 ‘나는 오늘도 다슬기를 굽는다’에서는 “살아 있는 것을 봤는데 어떻게 먹어?”라고 한 적 있고,
두달 전에 쓴 ‘수닭의 벼슬’이란 글에서는 ‘음식의 맛은 혀가 닿기 전에 결정된다’고 했다.
‘레시피의 두얼굴’이란 주옥같은 글의 주제는 ‘레시피는 음식의 20%에 불과하다.’였듯이
요리에 대한 주옥같은 글들이 서재를 수놓고 있다.
이러니까 엘신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거다.
대표적으로 마기님이 계시고, 마녀고양이님도 열렬한 팬이고,
루체오페르님도 은사(은근히 사모함)고 있는 듯하고,
여기서 그만두면 스텔라님처럼 “저도 팬이어요”라고 서운해할 사람이 아주 많을 듯하다.
2004년 내가 약간의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남자가 드물었던 희소성 때문이지만
남성의 비율이 31%를 넘은 현재(2010.5월 통계)는 더 이상 희소성만으로는 인기인이 될 수 없다.
벤쟈민 드 보부아르(1214~1278)는 “21세기를 지배하는 단어는 요리다”라고 했다.
그러니 젊은 남자들이여, 인기인이 되고 싶으면 요리를 배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