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가까이 지내는 주위 사람을 제외하고
누굴 제일 좋아하냐고 물으면 난 아마도 김두식 선생(이하 존칭생략)이라고 답할 것이다.
난 그처럼 겸손하고, 그처럼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이를 보지 못했다.

학교로 배달된 <인물과 사상> 5월호를 보면서 “역시 김두식이야!”라며 웃음지었다.
"김두식 교수는 실천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내의 뒷바라지를 위해 검사직을 사임하고 2년간 아이의 양육, 식사준비, 빨래 등
가사에 종사했던 그의 실천보다 눈부실 수는 없다."(인물과 사상 5월호, 17쪽)
요리에는 잼병이라 성탄절 때 딱 한번 시도했다 망친 김치찌개 이후
설거지만 조금 하는 정도면서
'그래도 집안일 좀 한다'며 자부심을 갖는 난
김두식 앞에서 부끄럽다.
언젠가 이사집을 보러 갔을 때 초등학교 학생이 분명한 그 집 딸에게
존댓말을 했다가 아내에게 혼났다.
"걔네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잖아!"라는 게 아내의 말인데,
김두식은 여기서만큼은 내 편이다.
"미국 생활을 오래 한 제 형이 한국에 와서 제일 분노했던 게 영화 속 영화 대사를 반말과 존댓말로 구분해서 번역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여자는 남자에게 존댓말을 쓰고 남자는 여자에게 반말을 쓰는 것으로 번역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존댓말을 쓰다가 한번 자고 나면 꼭 그렇게 바뀐다고 했어요.
모두가 반말 하는 사회가 이상적이지만, 그게 안된다면
모두가 존댓말이라도 써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김두식은 학생들은 물론 딸에게도 존댓말을 쓴다.
나 또한 학생들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라 김두식이 반갑다.
반가운 건 또 있다.
내 아내는 내가 쓴 글을 가장 먼저 봐주는 독자이자 편집자다.
어찌나 열심히 봐주는지 그게 늘 고맙다.
아내가 특히 관심 깊게 보는 건 글이 쉽냐 어렵냐인데
아내 덕분에 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김두식의 부인께서도 역시 좋은 편집자다.
"아내는 ...책을 쓸 때마다 교정을 열심히 봐주는 좋은 동료입니다.
오탈자 교정이 아니고 과격한 내용을 부드럽게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주로 해요."
그래서일까? 이것 역시 김두식과 난 닮았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함께 살면서 아내를 더 사랑하게 되는데..."라고 말하는데
나 역시 그렇다.
아내는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이쁘고 귀여운지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강아지 두 마리와 아내, 이렇게 넷이 있으면 행복감으로 세상이 꽉 찬다.
김두식과 난 87년생 동년배다.
물론 김두식이 저 높은 곳에 반짝이는 별인 데 반해 난 땅 위의 돌맹이에 불과하지만,
내 마음속에선 이미 그를 친구로 여기고 있다.
동년배에서 그런 멋진 친구가 있다는 게 내겐 큰 기쁨이다.
언젠가 그가 내 알라딘 서재에 들렀던지
“나도 그렇지만 마태우스는 참 글을 솔직하게 쓰더군.”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가 날 안다는 것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급’은 무시하고 우리가 동갑이란 것에만 관심을 둔 모 잡지 편집자가
“두분이서 의학계와 법학계에 관한 얘기를 번갈아 편지 형식으로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가 바빠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난 그 제안을 아직도 커다란 영광으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술을 좋아하지 않는 건 나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인데,
그와 함께라면 술이 없이도 즐겁게 수다를 떨 수 있을 것 같다.
뭐, 김두식이 로스쿨 강의 때문에 엄청나게 바쁘고
지리적으로도 좀 떨어져 있는지라 만나는 건 힘들겠지만
마음으로 좋아하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두식씨, 자기 짱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