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에 관한 기사를 읽었을 때, 별로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다.

차태현이 나오는데다, 과속 3대라는 주제도 유치해 보였다.

하지만 그걸 본 사람들마다 강추를 해댔다.

시네21은 "한국 코미디영화, 이만큼만 만들어라"라며 별 네 개를 줬다.

슬그머니 보고 싶어졌다.

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그렇게들 재밌다고 난리인지.

하지만 몸이 아픈 아내는 "난 못보겠으니 혼자 보던지, 아님 다른 친구랑 봐"라고 했다.


어머니도 마침 그 영화가 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거기엔 약간의 곡절이 있었다.

어머니가 다니는 에어로빅 선생이 이렇게 말했단다.

"과속스캔들 보세요. 강추예요."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강추라는 배우가 나오나보죠?"

다들 웃었다.

어머니는 다음날 씩씩거리며 에어로빅 선생을 찾았다.

"강추라는 말, 내 친구들도 다 모르겠다는데요."


어머니는 친구에게 그 영화를 보자고 하셨단다.

근데 제목이 생각이 안났다.

"그게 뭐더라? 퀵...퀵은 생각나는데...퀵 서비스는 아니고..."

친구분은 용케도 그걸 알아들었다.

"과속스캔들? 나 그거 봤어. 재밌더라."


결국 어머니는 차례 지내기--> 아버님 납골당--> 할머니 문병으로 이어진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나와 영화를 보셔야 했다.

롯데 시네마에 가서 표를 끊었고-경로할인이라 어머니는 4천원이었다!-

그냥 사려면 절대 안드시겠다고 할 것 같아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신 틈에 4천원짜리 카페라테 두잔을 샀다.

어머니는 "이런 걸 뭐하러 샀냐?"고 하시다가

한두모금 드시고는 "아니 뭐 이렇게 맛있는 커피가 있다냐?"며 놀라신다.

그런 커피를 한번도 안드셔 보신 걸까.

영화가 시작되었고,

영화를 보는 동안 어머니는 연방 웃음을 터뜨리셨다.

시나리오가 워낙 탄탄해 "이게 뭐야?"라고 할 부분이 없었고,

딸이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에선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재미있어줘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이러신다.

"오늘 정말 좋았어. 영화도 보고 맛있는 커피도 먹고. 엄마가 네 덕분에 호강했네."

이게 호강이라니, 1월 1일부터 엄마에게 죄송해진다.

"영화를 보면 팸플릿에다 누구랑 봤는지를 다 써놓는다"면서 팸플릿을 챙기는 어머니,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면 또 보여드려야겠다.

이 정도의 호강은 얼마든지 시켜드릴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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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0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제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록큰롤 인생이란 영화를 꽤 감명깊게 보셨다고 하더군요.알라딘에서 열심히 주는 영화 할인권 썩히지 말고 영화 보시는데 쓰시라고 해야 겠어요.^^

마늘빵 2009-01-0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근래 본 영화 중 저도 <과속스캔들>이 제일 좋았습니다. 요새 멀티플렉스에 걸리는 영화 중엔 볼 게 별로 없어요. 내일은 또 휴가인데 - 없는 연차는 자꾸 끌어다 쓴다는 - 씨네큐브나 미로스페이스 같은데서 영화 두 편쯤 볼까 '생각만' 하고 있어요.

마노아 2009-01-01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니는 오스트레일리아 보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자막 영화라 안 내켜하셔요. 함께 보면 좋을 영화를 연구해야겠어요. 마태우스님 새해부터 소박한 효도 하셨어요. ^^

hnine 2009-01-0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어요, 혼자서 ^^
배우들의 연기가 좀 과장된 면이 있지만, 다 용서해줬지요.
부모님 호강시켜드리는 방법은 멀리 있는게 아닌데. 그쵸? 다시 한번 깨닫고 갑니다.

울보 2009-01-0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엄마에게 마음을 써주신 마태우스님은 효자세요,
저는 시어머님댁에 가서 맛나게 밥만 얻어 먹고 왔는데,,ㅎㅎ

다락방 2009-01-0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머니가 굉장히 꼼꼼하시네요. 팸플릿에다 같이 본 사람을 써놓는다니! 저는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인데요. 나중엔 이 영화를 내가 너랑 봤던가? 아니라고? 늘 이런식의 얘기를 달고 다니곤 하죠. 하핫.

작년에 저도 엄마와 함께 콩다방에 가서 녹차라떼 사드렸는데, 세상에 이게 한잔에 오천원씩이냐 하냐고 하시면서 넌 이런거 매일 사먹냐? 하시는데....하핫.

새초롬너구리 2009-01-0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마태우스님글 밑에 붙은 댓글수는 제 글에 붙은 댓글수랑 비슷한데, 저보다 늦게 글 쓰시고도 추천을 받아 화재의 서재글 new에 뜨시다니. 흑, 전 인맥이 없는 저로선 화제의 서재들에 올라가기 너무어려워요. 마태우스님이 어머니랑 영화본 내용이 아무도 안나오고 아무 영화도 안본 페이퍼보단 조금 낫지만, 추천 7과 0의 차이는...흑흑흑=3=3=3

paviana 2009-01-0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재벌님께서 어머니 카페라테도 영화볼때 안 사주신거에요?실망이에요.
다음번에는 cgv 골드 클래스에서 어머니 영화보여드리세요. 아마 깜짝 놀라실거에요.

soyo12 2009-01-0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우리는 죄 많이 짓고 살아요. 저도 님의 글을 읽고 반성 중입니다.^.~

L.SHIN 2009-01-02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영화표는 꼬박꼬박 모아두는데~ ^ㅡ^
아마도 어머니는, 영화보다는 자식과 함께 한 시간이 즐거우셨던 것은 아닐까요?

무스탕 2009-01-0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1일부터 멋진 데이트도 하고 효도도하셨네요.
저도 영화를 보고 엄마가 봐도 좋겠다 싶은건 가끔 권하는데 마지막으로 엄마가 극장에서 본 영화가 '웰컴투동막골'이네요. 너무 오래됐다...;;;
글고.. 마태님 아내님. 어여 털고 일어나세요~~

BRINY 2009-01-02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어머니, 연말 친구분들과의 모임에서 [오스트레일리아]보고 오셔서는 저한테도 니콜 키드먼같은 머리 스타일과 옷(그 영화 배경 2차 세계대전 아닌가요?)을 강요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플레어 스커트 정장을 샀답니다~

앨빈악플러 2009-01-05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은 잘 안보시나봐요 ㅋ
저희집은 엄마가 저보다 영화관에 더 자주 가신답니다
제목 보고 과속스캔들은 별로 안땡겼는데 마태우스님께서 추천해주시니 보고싶어지네요ㅋ

2009-01-05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1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1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광사장 2009-01-1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들이 많이 보시는 거 같아요
저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엄만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효도를 해야 할 텐데

2009-01-20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9-01-2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앗 안녕하셨어요? 답이 늦었지요?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님이랑 좀 친하게 지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광사장님/뭐, 다른 좋은 영화도 많이 있으니깐요^^
속삭님/정말 효도는 별 게 아닌 걸로도 충분히 할 수 있지요.
속삭님/간만의 댓글 고마워. 니 딸 진짜 이쁘고, 사자는 글렀어 이미ㅠㅠ 난 너무 게을러졌걸랑. 공룡이 된듯해...
미즈행복님/카페라테...저도 맘이 아팠답니다. 님 댓글 간만에 받으니 반가워요 글구 저 효자 아니어용...ㅠㅠ
악플러님/거기서 뵈용^^
브리니님/속편이 자체 내장된 그 영화를 보셨군요 호호.
무스탕님/아 네 감사합니다. 꾸벅. 그 후로도 엄니한테 효도 한번 크게 했지요^^
엘신님/그, 글쎄요. 영화에 흠뻑 빠지셨던데...^^ 울엄니, 저랑 있어도 드라마 보실 땐 말도 못붙이게 해요
소요님/어...전 어쩌다 저러는 거예요. 반성하실 필요 없어요 저 평소에 나쁜놈이걸랑요
파비님/고, 골드클래스는 좀 거시기하지 않나요...
너구리님/님의 미모에 늘 감사드립니다 꾸벅
다락방님/제가 좋아하는 다락방님, 말씀 감사합니따
울보님/음, 평소에 불효하다가 제가 효도할 때만 글쓰는 거거든요^^
hnine님/정말 효도하는 게 그리 어려운 건 아닌데, 마음을 안먹어서.....ㅠㅠ
마노아님/님은 훨씬 더 효녀시잖아요 제가 다 알아봤어요!
아프님/아...저도 님처럼 일년에 100편씩 영화보믄 좋겠는데...작년엔 책도 안읽고 영화도 십여편...흑흑
메피님/님같은 아들이 있다면 어느 어머니든지 다 뿌듯하실 듯... 열심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