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했지만 광주에 강연을 간 적이 있었다.
준비물이 많아 차를 가져갔는데, 그 준비물 중에는 쥐도 있었다.
기생충에 걸린 쥐 세마리 중 하나는 래트라고, 좀 큰 쥐였고
나머지 둘은 마우스라는 이름의 조그만 쥐였다.
이게 래트. 구글서 펌
이게 마우스다. '마우스' 검색하니 순전 컴퓨터 마우스만 나오네..
빌려올 때부터 그 세마리가 한 상자 안에 들어 있었는데
마우스가 래트를 무서워할까 싶어 중간중간 보니까
그 셋은 서로 착 달라붙어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연을 하는 곳이 워낙 추웠기에 그랬던 것 같은데,
종의 경계를 넘어 따스함을 나누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강연이 끝난 후 쥐를 돌려주려 하니까
"한번 나갔던 쥐를 다시 들일 수 없다"며 나한테 알아서 하란다.
그래서 난 그 쥐들을 실험실에 갔다놨다.
하루에 한번씩 물과 먹이를 주면서 그네들을 살폈는데
실험실도 난방이 나오다 안나오다 해 그리 따뜻하진 않았고,
그네들 셋은 여전히 착 달라붙은 채 추위를 이기는 중이었다.
아내가 퇴원하는 금요일,
난 정신이 없어서 쥐를 보는 일을 깜빡 잊었다.
주말을 지낸 월요일 아침 그 생각이 나 황급히 쥐 상자에 달려가보니
먹이와 물이 하나도 없었다.
근데 더 놀라운 건, 래트 한마리만 상자에 남아 날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다.
"마우스는 어디 갔니?" 하면서 상자에 깔아둔 깔집을 뒤졌건만
마우스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날 바라보는 래트,
그 녀석은....먹을 게 없어서 그만......
조교 때 그런 말을 들었다.
"얘네들은 물이 떨어지면 서로 잡아먹어요."
한마리가 잡아먹힐 때, 그걸 보는 다른 한마리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전달받을 때 한 상자에 들어있다 해도
난 마땅히 걔네들을 분리했어야 했다.
추울 때 붙어있고, 사이가 좋아 보였다해도
걔네들은 어차피 쥐인 것을 난 왜 생각지 못했을까.
갑자기 그 래트 녀석이 무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