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상하다?”

오늘, 난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평상시에 그랬던 것처럼, 2분만에 나올 생각이었다. 근데 뭔가가 이상했다. 묵직한 것이 들어앉은 듯했고, 힘을 쓰는 사이 시간은 2분을 지나 5분을 향해 내달렸다. 이건 결코 내 모습이 아니었다.

“야, 나야, 나. 나란 말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도 그 묵직한 것은 도무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 말이 떠올랐다. 어제 종합검진을 받을 때, 위장관 촬영해주는 사람이 하얀 약을 주면서 했던 말이.

“이거 끝나고 물을 많이 드세요. 변비 걸릴 수도 있으니까.”




그 말을 듣고 난 피식 웃고 말았다. 나란 놈은 하루 세 번, 좀 필을 받는다 싶으면 다섯 번, 여섯번씩 일을 보는 그런 종류의 인간인데, 변비라니. 밥만 먹으면 “사정이 어렵다”고 둘러대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내가? 속으로 이랬다.

“제발 변비 좀 걸려 봤으면 좋겠다. 고속버스도 못타고, 화장실이 좋은 술집만 찾아다니는 것도 지겨우니.”

십분이 지나고 내 이마에 땀이 배겼을 때, 난 비로소 변비가 얼마나 큰 고통인가를 깨달았다. 평소 난 화장실에 오래 들어앉아있는 사람들을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당신들 때문에 나같이 급한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잖아. 딱 힘줘서 아니다 싶으면 일단 나갔다가 다음 기회를 노리란 말야. 왜 되지도 않는 걸 앉은 김에 끝장을 보려고 해?”

하지만 아니었다. 묵직한 게 들어앉아 있는데 출근을 할 수는 없었다.




아내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노크를 한다.

“자기, 뭐해?”

아이 참, 아직 신혼의 잔영이 남아 있는데,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데. 난 힘에 겨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별 거 아니야. 좀 강적을 만났거든. 음하하하.”




십오분쯤 지났을까. 요 묵직한 것은 도무지 끄덕도 하지 않는다. 잠시 옷을 입고 나가서 휴대폰을 가지고 왔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기차 시간을 미뤄야 하나....’

안되겠다 싶어 더 힘을 줬다. 별의별 걱정이 다 되었다. 거기가 파열되는 건 아닌지, 안그래도 혈압이 높은데 이러다 뇌혈관이 터지기라도 하는 게 아닌지. 옷을 입고 잠시 밖으로 나갔다. 안되겠다. 이 상태로는 출근은커녕 걷기도 힘들다. 변비 환자들이여, 당신들은 늘 이런 고통에 시달렸군요.




이십분이 지났다. 평소 같으면 열 번을 다녀왔을 시간, 물을 좀 많이 먹어둘 걸 후회가 되었다. 지금이라도 먹으면 어떨까? 아니야, 그냥 하자. 아내가 다시 노크를 한다.

“그 강적은 어떻게 됐어?”

난 다시금 힘겨운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어, 지금 물리치려고 해...”

힘을 주는 와중의 노크는 집중력을 흐뜨려트린다. 미안해요, 변비 환자님들. 당신들이 안나올 때, 난 당신이 안에 있는 걸 알면서 노크를 했었어요.




삼십삼분 쯤 되었을 거다. 그 묵직한 것이 내 몸에서 나간 건. 늘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그 일이 춤을 추고 싶을만큼 좋았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갑자기 시가 한 수 생각났다.

“꽃이 피네, 한 잎 한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그 일이 있은 후 난 좀 겸허해졌다. 내가 평소 얼마나 축복받는 삶을 살고 있었는지를 깨달았기에. 난 변비에 시달리시는 어머니한테 문자를 넣었다.

“어머니, 건강은 좀 어떠세요? 저는 잘 있답니다.”

세상에는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변비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생충을 이용한 변비 치료제의 개발, 앞으로 내 연구 테마는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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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9-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그 연구에 성공해주세요, 마태우스님!!

하이드 2008-09-1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기생충 얘기하니깐, 궁금해서요 -
기생충에는 어떻게 생기나요? 라는건 농담이구요, 집에서 사료만 먹는 고양이나 개에게 기생충이 생길 확률은?음.. 사료보다는 캔종류가 생기기 쉬울까요? 기생충은 통조림 안에서도 살 수 있나요? 마태님댁 흰둥이 두마리는 한달에 한번씩 애드보킷 하세요?

전호인 2008-09-1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혹시 똥꼬에 아까징끼발라야 하는 건 아닌 지 오므렸다 펴보시면서 확인해 보세요.
저는 아침마다 비데물총을 혹사시키는 방법을 활용합니다.
물총이 지나치게 강하면 아까징끼 바를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부드럽게 반복적으로 하면 효과만점이지요. ㅋㅋ

섣달보름 2008-09-1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기생충을 이용한 변비치료제.. 기대하겠습니다.
근데 상상해 보면, 좀 무서운데요.
덕분에 웃고 갑니다.
즐변하시길~ ㅎㅎ

마노아 2008-09-1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애가 넘치는 페이퍼였어요. 꼭 개발해 주세요!

마태우스 2008-09-1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아..네 자신은 없지만요^^
하이드님/사료만 먹으면 저얼대 안생깁니다. 애드보킷이 뭐죠 근데? 뭔지 모르지만 프론트라인은 한달에 한번씩 해요. 고수부지 산책을 많이 가서요..
전호인님/저희집엔 비데가 없어서요 ㅠㅠ 전 휴지 세대입니다. 글구 아직 괜찮은 것 같은데요 아까징께까진...ㅆㅆ
섣달보름님/네, 되기만 하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거죠 호홋.
마노아님/많이 성원해 주십시오 호홋.

레와 2008-09-1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부디 그 연구에 성공해주세요, 마태우스님!! _2


메르헨 2008-09-1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거의 쓰러졌습니다.^^;;
초딩때 한달씩 못가던 그때가 떠올라...
지금은 멀쩡해요. 하핫...^^
아침에 사과 갈아서 먹거나 바나나 푹...익혀서 우유에 갈아먹으면 직빵인뎅...^^

마태우스 2008-09-1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메르헨님, 안녕하세요? 님도 그런 아픈 기억이 있으시군요. 한달이면 좀 심하셨다... 많이 어려우셨겠군요. 사과와 바나나 요법은 어머님께 말씀드릴께요 감사.
레와님/오오 님도...! 꼭 성공하겠습니다! 불끈.

sweetmagic 2008-09-1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변비 걸린 적은 없는데...저희 엄마는 찬 물을 많으 그시던데요~ ㅎㅎ
(애도 나도 장담하다 변비 걸릴라...부르르르르)

paviana 2008-09-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그 연구에 성공하시면 노벨평화상 수상하실거에요. 온 세상에 평화를...
이제서야 님이 제 아픈맘을 이해하시겠군요.음화하핫

웽스북스 2008-09-18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ㅋㅋㅋㅋ

나야 나 나란말야, 부터 강적이었어요 이글 ㅋㅋㅋㅋㅋ

순오기 2008-09-18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야에 낄낄거리고 웃었다니까요~~~~ㅋㅋㅋ

최상의발명품 2008-09-18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변비는 정말 고통스럽죠.
쾌변을 축하드립니다 (^^)
추석 잘 보내셨어요?

락스 2008-09-1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저를 웃게 하셨어요.^^

마태우스 2008-09-1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스님/오오,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발명품님/뭐 그럭저럭 잘 보냈습니다. 둘이 보내니 좋은 것 같습니다^^
순오기님/오오 재미있었다니 저도 좋습니다.
웬디양님/헤헤, 하지만 그 묵직한 건 더 강적이었어요...
파비님/평화상씩이나....그나저나 님도??? 매일 고통스럽겠군요
매직님/흠, 미녀님께선 의외로 변비가 아니시군요 호홋. 찬물이 그럴듯한 처방 같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