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네 식구는 밤마다 마루에서 모여 잠을 잔다.
누운 채로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미모로운 생명체를 볼 수 있다는 게 난 행복하다.
하지만 우리 넷의 적성이 모두 같은 건 아니어서,
나와 털이 있는 두 딸은 더위에 약한 대신 추위에 강하고,
아내는 추운 걸 못참는다.
그래서 난 요즘도 선풍기를 틀고 잠을 자고,
아내는 날이 추워졌다며 캐시미어 이불을 덮고 잔다.
연구비 회의 때문에 진주에 다녀왔다.
아내와 개들이 눈에 밟혀 "하루 자느니 새벽에라도 올라가자"는 생각이 들어 심야버스를 탔고,
새벽 세시가 넘었을 무렵 스위트 홈에 도착했다.
셋이 뭉쳐 자는 틈에 끼어들어 자는데,
어제따라 바람이 많이 불었는지 으슬으슬 춥다.
선풍기를 껐지만 여전히 추웠다.
따스한 이불이 생각나 옆을 보니 아내는 캐시미어 이불을 몸에 둘둘 말고 있다.
이불을 꺼내려니 영 귀찮고 해서, 아내 옆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내가 이불을 말고 자는 탓에 내가 확보할 수 있는 이불은 정말 손바닥만했다.
이불을 조금이라도 더 덮으려고 두어시간 몸부림을 쳤지만
이불은 내 쪽으로 1미리도 오지 않았다.
결국 난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치사하다, 치사해. 같이 덮어도 되겠구만..."


아침에 깼더니 아내는 수영을 하러 나가고 딸들만 열나게 자고 있다.
내가 일어나서 왔다갔다 해도 깨지 않고 잠을 자는 저 뚝심(무슨 개들이 그래?)
아마도 그건 이불을 절대 빼앗기지 않는 아내한테서 배운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