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네 식구는 밤마다 마루에서 모여 잠을 잔다.

누운 채로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미모로운 생명체를 볼 수 있다는 게 난 행복하다.

하지만 우리 넷의 적성이 모두 같은 건 아니어서,

나와 털이 있는 두 딸은 더위에 약한 대신 추위에 강하고,

아내는 추운 걸 못참는다.

그래서 난 요즘도 선풍기를 틀고 잠을 자고,

아내는 날이 추워졌다며 캐시미어 이불을 덮고 잔다.


연구비 회의 때문에 진주에 다녀왔다.

아내와 개들이 눈에 밟혀 "하루 자느니 새벽에라도 올라가자"는 생각이 들어 심야버스를 탔고,

새벽 세시가 넘었을 무렵 스위트 홈에 도착했다.

셋이 뭉쳐 자는 틈에 끼어들어 자는데,

어제따라 바람이 많이 불었는지 으슬으슬 춥다.

선풍기를 껐지만 여전히 추웠다.

따스한 이불이 생각나 옆을 보니 아내는 캐시미어 이불을 몸에 둘둘 말고 있다.

이불을 꺼내려니 영 귀찮고 해서, 아내 옆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내가 이불을 말고 자는 탓에 내가 확보할 수 있는 이불은 정말 손바닥만했다.

이불을 조금이라도 더 덮으려고 두어시간 몸부림을 쳤지만

이불은 내 쪽으로 1미리도 오지 않았다.

결국 난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치사하다, 치사해. 같이 덮어도 되겠구만..."






아침에 깼더니 아내는 수영을 하러 나가고 딸들만 열나게 자고 있다.

내가 일어나서 왔다갔다 해도 깨지 않고 잠을 자는 저 뚝심(무슨 개들이 그래?)

아마도 그건 이불을 절대 빼앗기지 않는 아내한테서 배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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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8-2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다 눈 뜨고 자는거에요? ㅎㅎ 눈 살짝 뜨고 안 일어나는게 더 구엽구만요-

마태우스 2008-08-2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사진 찍으려니 눈을 떴답니다. 데칼꼬마니 자세^^

조선인 2008-08-2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 데칼코마니 자세.

Mephistopheles 2008-08-2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분명 아내님이 수영하러 가시기 전에 찍은게 맞습니다.
설마 마태님이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진 않으시겠죠..

비로그인 2008-08-2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손을 맞잡고 잠들어 있어요. 뚝심이 되려면 저정도는 기본이죠 흐흐흐

마립간 2008-08-2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집과 비슷하네요. 저는 12월과 1월만 난방을 하고, 저의 안해는 7월, 8월에도 난방을 합니다.

하루(春) 2008-08-2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얘네 쌍둥이에요? 두분 모두 강아지를 좋아하시는군요. 귀여워라.

무스탕 2008-08-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헤헤... 저도 신랑이 깨거나 말거나 혼자 막 자요 ^^a
좌청룡 우백호 필요 없으니 양쪽에 저런 이뿐이들 끼고 잤으면 좋겠어요..

BRINY 2008-08-2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방에서 주무셔야겠어요 호호호~
강아지들이 너무 귀여게 자는군요~ 사이도 아주 좋나봐요~

순오기 2008-08-23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 둘둘 말고 자는 사람, 여기도 있어요~~ ㅎㅎㅎ
우리도 처음부터 이불은 따로 덮고 잤다는...내가 거실에서 자니까 이젠 방도 따로 쓰지만...ㅋㅋㅋ

마냐 2008-08-24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온도가 안 맞는건 약간 슬픈 일....이다가 어느새 그냥 귀찮은 일...정도.

마태우스 2008-08-2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약간은 슬프지만, 그걸 만회할만한 즐거움이 아주 많아서리 말입니다^^
순오기님/헉...각방을 쓰시는군요. 어떤 연유로 그러신지 나중에 말해 주세요.
브리니님/호호 강아지들 사이 좋다 안좋다 그래요. 질투가 어찌나 심한지... 그래도 귀여워 죽겠어요
무스탕님/그죠? 귀여운 것들이 제 배 위에서, 혹은 옆에서 자니까 어찌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하루님/강아지 좋아하는 것 때문에 제가 미녀와 결혼할 수 있었지요. 개 두마리와 미녀, 그리고 저. 즐거운 가족입니다
마립간님/어...7,8월에 난방을! 심각하시군요!!!
주드님/늘 그런 건 아닌데요 우연히 발견하고 찍었습니다^^
메, 메피님/정말 예리하십니다. 그니까 글에 맞는 사진을 아내 사진첩에서 몰래 퍼와서 올린 겁니다^^
조선인님/저게 인형이라도 귀여울텐데, 살아있다니깐요^^

순오기 2008-08-25 02:09   좋아요 0 | URL
각방 쓰는 거 나중에 말할 필요도 없어요. 경제상황이 최악일때 둘째를 낳고 집을 반 막아서 세를 놨어요. 방이 네 개에서 두 개가 되니까 한방은 물건 쟁여놔야 했고, 일찍 자는 남편 혼자 작은방에서 자고...애가 둘인 나는 넓은 거실에서 애들 끼고 자게 되더라고요. 이게~~ 길들여지니까 옆에서는 잠을 못자요.ㅎㅎㅎ 처음부터 이불도 따로 덮었는데~ 방도 따로 쓰니 정말 심야는 자유시간이라서 이렇게 알라딘 놀이터에서 놀잖아요.ㅋㅋㅋ그래도 우린 삼남매나 두었다고요.ㅎㅎㅎ

전호인 2008-08-26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게 데펴놓았는 데 식어버림 짱나니까 주고 싶지 않은 거져.
아~ 다른 이불 내려서 덮으면 되지 나원참 누가 치사한 건지.....
글지말고 당신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 했음 쉽게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다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니까 새겨 들으세요. ㅋㅋ

마태우스 2008-08-27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어, 일방적으로 미녀아내 편만 드시다뇨^^ 그게 말입니다 새벽에 이불 가지러 가려면 얼마나 귀찮은데요!!!!!! 글구 경험은 더 쌓아볼께요
순오기님/마음 아픈 사연이 있으셨군요 그래도 그 덕분에 알라딘 놀이터 이용이 가능하셨다니, 님과 제가 그렇게 만날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