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달간 학교에서 먹고 자면서, 한가지 기대를 했다.
학교서 먹고자면 살이 좀 빠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그래요 저 아직 포기 안했어요!)
주로 이용하는 학교 식당의 식사가 부실한데다 술도 예전보다 덜먹게 되니
당연히 살이 빠지지 않겠는가.
실제로 그랬다.
살이 약간 빠졌는지 남들로부터 “날씬해졌다”는 말을 듣기 시작한 것.
내 스스로도 광대뼈가 점점 튀어나오는 느낌을 가졌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하지만 종강을 앞둔 시점에서 내 현주소를 평가해 보면 이번 전략도 역시 실패다.
굳이 실패의 이유를 따지자면, 우리 학교 복사집 아주머니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학생의 이름을 다 외우는 유일한 분이자 학생들의 대모이신 그 아주머니는
필기노트, 과거 시험문제 등을 복사하는 외에도 각종 문구류를 판매하는 종합상인이신데,
내 휴대폰에는 그분이 ‘복사여왕님’으로 입력되어 있다
2주쯤 전에 일이 있어 복사집에 갔더니 문이 잠겨 있다.
조교 선생한테 물어봤더니 “남편 되시는 분이 돌아가셨어요”란다.
이미 발인은 끝났기에 갈 수가 없었는데
나랑도 친한 사이니 그냥 보낼 수도 없기에 일주쯤 전 찾아 뵙고
안받겠다는 걸 뿌리치며 봉투를 놓고 왔다.
그 다음날, 조교 선생한테 전화가 왔다.
여왕님이 내게 선물을 했다는 거다.
아이 참 이러시면 안되는데, 하고 가보니 선물은 이거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천하장사 소시지.
어릴 적 어머니가 못먹게 해서 나중에 돈벌면 소시지만 잔뜩 먹어야지,라고 다짐했던,
그리고 한때 그 다짐을 열심히 실천했던 그 천하장사 소시지.
지금도 소시지가 든 빵만 먹고, 안주도 소시지야채볶음만 시키는 건
소시지를 먹을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자리잡고 있었다.
고맙다고 전화를 드리면서 여쭤봤다.
“아니 제가 소시지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다른 선생님은 몰라도 선생님은 이걸 좋아하실 것 같더라고요.”
혹시 정보를 줬냐고 조교 선생한테 물어봤더니 절대 아니란다.
아무튼 난 감사한 마음으로 그걸 받았고
그날부터 강의준비를 하는 새벽마다 소시지를 먹었다.
통 안에 가득 차있던 소시지는 눈에 띄게 줄어 갔고,
이제 남은 소시지는 겨우 여섯 개.
그 댓가는 컸다.
내게 살 빠졌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고
어제 사우나를 마치고 신발을 신던 중
툭 하고 바지 호크가 떨어져버린 사건은
단기간의 다이어트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입증해 준다.
지금 난 호크가 없는 바지를 가리느라 티셔츠를 빼 입었는데,
그러면서도 남아있는 소시지 여섯 개를 다 먹어버리고 싶어지는 걸 보면
소시지는 역시 중독성 있는 음식으로, 다이어트의 적인 것 같다.
다이어트는 실패했지만, 난 여왕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게 아니었으면 야식을 시켜먹었다든지 다른 길을 찾았을 확률이 90%인데다
소시지를 볼 때마다 날 생각하는 여왕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