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뭘까?
미녀와의 데이트, 술마시기, 스포츠관람, 독서...
이 모든 것들을 난 좋아하지만,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라켓을 들고 테니스 코트에 있을 때다.
평소 난 "이번주는 어떻게 한번(주중에) 테니스를 쳐보나"를 궁리하느라 머리를 굴리고
결정을 하고나면 그날 비가 올까봐 떨리는 마음으로 일기예보를 듣는다.
하지만 지난주엔 그러면 안되었다.
아픈 게 다 나은 게 아니었던만큼 집에서 쉬었어야 했다.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애들이랑 엠티를 가는 계획이 잡혔을 때
내 머리속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금요일날 좀 일찍 나와서 테니스 치자!"
난 목요일날 새벽 두시 정도까지 술을 마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간 선생들을 꼬드겨 7시 반 경 그곳을 출발했다.
(학생들은 하나둘씩 잠에 빠져, 그 시간 쯤엔 사고의 위험성이 희박했다)
먼 길을 재촉해 테니스장에 도착한 건 오후 한시 경,
점심을 먹자마자 난 쉴새없이 게임에 임했고
'세계테니스 협회에서 권장하는 하루 적정게임'을 두게임이나 오버한 7게임을 쳐버렸다.
그날 저녁, 술을 마시면서 다시금 병이 도진 걸 알았고
양해를 구하고 일찍 집에 갔다.
집에 가는 길은 거의 죽음이었다.
평소같으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열이 나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기에
난 끙끙 앓는 소리까지 내면서 집에 가야 했다.
다음날, 애들이 모의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봐서
관리요원인 난 출근을 해야 했고
타이레놀을 때려먹으면서 근근히 버텼다.
오후 7시 반 경, 내 임무가 끝이 났을 때
난 혼미한 정신으로 고속버스를 탔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잠에 빠졌다.
다음날인 오늘, 난 친구의 전화에 잠을 깼고
"오늘 테니스 칠 수 있냐?"는 물음에 "당연하다"고 대답을 했다.
약을 먹고 코트에 나갔고,
평소보다 격렬한 게임을 다섯번이나 치뤄 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난 지금 다시 아프다.
그리고 지금 아픈 건, 아파도 싸다고 할만하다.
더 이상 젊지 않으며, 예전의 용수철같던 난 예전에 사라졌음에도
테니스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이 말은 하련다.
"두 발로 설 힘만 있으면 난 라켓을 들고 코트에 설 거다. 난 테니스 매니아니까."
* 참고로 마지막 말은 골프선수 커티스 스테리인지가 했던 말의 변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