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몸을 이끌고 테니스를 치고 왔다.
현관문의 버튼키를 눌렀는데 문이 안열린다.
어머니가 위 아래 두개를 다 잠궈 버리신 거다.
다른 날은 몰라도 일요일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힘이 쭉 빠진다.
엄마에게 열심히 전화를 걸었다.
세번째 걸었더니 드디어 통화가 된다. 우리 어머니는 전화하실 때 당신 말씀하실 것만 짧게
얘기하시고 상대방 말은 잘 안듣는 성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나: 엄마, 문이 잠겨서 현관 앞에 앉아 있어요
엄마: 나 지금 일산으로 밥먹으러 간다. 철이(남동생)가 나가서 먹자고 해서 할머니랑 다 간다.
나: 아, 네. 근데 엄마, 지금 저 열쇠를 안가져갔는데 문이 잠겨서 못들어가고 있어요.
엄마: 그래, 너도 밥 맛있게 먹어.
나: 그게 아니라, 문이 잠겨서 못들어가고 있다니깐요.
엄마: 그래, 그럼 푹 쉬고 있어라. 밥 먹고 갈께.
아, 무정한 우리 엄마, 난 전화를 끊고 신촌에 있는 PC방으로 왔다.
엄마에게 내 상황이 전달되었다 해도 간만의 외식이니 "그냥 다녀오시라"고 했을 터,
못알아들으신 게 더 잘됐다.
엄마 성격으로 보아 내가 현관에 앉아 있다는 걸 알아들으셨다면
점심 드시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을 거다.
피씨방은 아주 따뜻하고, 아침부터 게임을 하는 젊은이들이 우리나라가 게임강국임을 말해주고 있다.
엄마, 밥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