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이끌고 테니스를 치고 왔다.

현관문의 버튼키를 눌렀는데 문이 안열린다.

어머니가 위 아래 두개를 다 잠궈 버리신 거다.

다른 날은 몰라도 일요일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힘이 쭉 빠진다.

엄마에게 열심히 전화를 걸었다.

세번째 걸었더니 드디어 통화가 된다. 우리 어머니는 전화하실 때 당신 말씀하실 것만 짧게

얘기하시고 상대방 말은 잘 안듣는 성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나: 엄마, 문이 잠겨서 현관 앞에 앉아 있어요

엄마: 나 지금 일산으로 밥먹으러 간다. 철이(남동생)가 나가서 먹자고 해서 할머니랑 다 간다.

나: 아, 네. 근데 엄마, 지금 저 열쇠를 안가져갔는데 문이 잠겨서 못들어가고 있어요.

엄마: 그래, 너도 밥 맛있게 먹어.

나: 그게 아니라, 문이 잠겨서 못들어가고 있다니깐요.

엄마: 그래, 그럼 푹 쉬고 있어라. 밥 먹고 갈께.

아, 무정한 우리 엄마, 난 전화를 끊고 신촌에 있는 PC방으로 왔다.

엄마에게 내 상황이 전달되었다 해도 간만의 외식이니 "그냥 다녀오시라"고 했을 터,

못알아들으신 게 더 잘됐다.

엄마 성격으로 보아 내가 현관에 앉아 있다는 걸 알아들으셨다면

점심 드시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을 거다.

피씨방은 아주 따뜻하고, 아침부터 게임을 하는 젊은이들이 우리나라가 게임강국임을 말해주고 있다.

엄마, 밥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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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8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7-04-0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런. 마태우스님..정말 효자심다....점심은 드셨어요?

2007-04-08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7-04-0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배고파요 흑.... 근데 꼭 따뜻한 건 아닌게요 엄마한테 말씀드렸지만 엄마가 못알아들은 거자나요..
비연님/배고파요 흑... 아침은 먹었지만 점심은 아직......
속삭님/부끄러워요^^

모1 2007-04-0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많이 안좋으신듯한데 큰일이군요. pc방이 좀 불편하기도 하잖아요. 왜~

다락방 2007-04-0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떡해 ㅠㅠ

마태우스 2007-04-0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자잔...지금은 집에 왔지요
모1님/피씨방에서 알라딘 접속하니 고향에 온 기분이더군요^^

무스탕 2007-04-0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시간이면 집에 들어가셨을까요?
음... 전 20대 초반에 테니스를 배우려고 한 번 시도했다가 하루만에 좌절했다지요 -_-

2007-04-08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7-04-0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음, 전 3시 10분에 들어왔지요 피씨방에선 아팠는데 집에 오니까 열도 내리고...그래서 자려다 말았답니다. 그때 좌절 안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속삭님/에이 설마요 저희 엄만 그런 분이 아니세요. 하여간...엄마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저녁 맛있게 먹겠습니다

히피드림~ 2007-04-08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c방은 다 괜찮은데, 너구리 잡는 사람들이 넘 많아서 비흡연자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장소랍니다... 그나저나 어른들은 전화받으실때 다 그러시져?- 용건만 간단히!! ㅎㅎ

마노아 2007-04-0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역시 맘이 따뜻하세요^^

비로그인 2007-04-0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아프다고 하시니 연민의 정이 생기려하네요.
오늘쯤은 괜찮으신가요?

비로그인 2007-04-0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슷한 상황에서 `나같은 자도 집에 들어갈 자격이 있습니까!'를 하늘에 대고 (물론 마음 속으로) 외쳤는데, 정말 마태우스 님의 고매한 인격에 감동했습니다.

울보 2007-04-0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마음고운아드님,,

마태우스 2007-04-0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아니 그게 아니구요...^^
주드님/아니 그게 아니구요... 하다가 안되서 포기한 건데요^^
승연님/건강을 되찾으면 술이라두 사주실라우?^^ 요즘 왜이리 제 댓글이 작업성이죠 -.-
마노아님/님에 비하면 발끝도 못따라가죠
펑크님/엄마 친구들끼린 오래 하시는데 저랑 할 땐 유독 용건만 간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