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파란여우님이 쓰신 ‘첫사랑도 공부한댄다’란 페이퍼에 화들짝 놀라서 냉큼 장정일의 <공부>를 주문했다. 난 장정일의 소설은 딱 한권-<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밖에 안 읽었지만, 그의 <독서일기> 시리즈는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 산다. 제목은 <공부>지만 읽은 책에 대한 심도 깊은 독후감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실 그의 독서일기 7권에 해당되며, 예전의 책들이 그랬듯이 이번 책도 내게 많은 공부가 됐다. 여우님의 지적처럼 이전의 독서일기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다면, 이 책의 주제는 국가주의에 집중된다.


먼저 시오니즘. 책을 웬만큼 읽은 사람이라면 어릴 때 배운 것과는 달리 이스라엘이 진정한 깡패국가라는 건 다 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던 부분을 알게 됐다. “미국이 두 차례나 이라크 침공을 하면서 이스라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유는...이스라엘의 팽창주의에 불을 지르는 게 두려워서였다(222쪽)”는 대목은 무릎을 치게 만들지만, 다음 구절을 읽고나니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시오니즘 운동이 나치와 적극적으로 결탁했다는 역사적 사실....(222-223쪽)”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스라엘은 나치의 최대 피해자인데 결탁이라니.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설명을 읽어보면, 그 말도 안되는 주장이 사실이라는 게 납득이 된다. 시오니즘 운동의 결실로 유대인의 거주지를 얻게 된 이스라엘, 하지만 이미 유럽에 자리잡은 유대인들은 살던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한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들은 유대인을 박해하는 나치에게 협력했고, 영국과 미국이 “유대인들을 돕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하려 했을 때...조직적으로 그 법안을 저지했다.”

이스라엘은 그러니까 생각보다 훨씬 나쁜 나라, 이 책이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이 사실을 알았겠는가? 그래서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하며, 원전으로 공부하기가 어렵다면 이렇듯 친절하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책을 읽어야 하는 법이다. 장정일과 더불어 국가주의를 공부하고픈 분이여, 이 책을 선택하시라. 


사족: 실제로 본 장정일은 늘 수줍은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싸인을 안해주는 걸로 유명한데,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장정일과 만난 모 여인이 뭘 질문해야 좋을지를 내게 물어봤다.

“싸인 왜 안해주냐고 좀 물어봐.”

결과는? 그녀가 “저...싸인(을 왜 안해주세요?)”까지 말했을 때 장정일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들어가 버리더란다. 하지만 그런 장정일이 독서일기에서는 놀라운 카리스마를 내뿜는데, 언젠가 읽은 독서일기엔 이런 구절이 있다. 김형경이 쓴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국민일보에서 내건 1억원 고료 장편소설에 당첨된 책, 장정일은 단칼에 잘라 말한다. “이 책은 상금이 크다고 꼭 그만큼 훌륭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는 김형경의 <세월>에도 쓴소리를 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김형경에 대한 부정적이 평가는 대충 다 장정일의 독서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중에 읽어보니 뭐 그런대로 재미있더만....

 

사족 둘. 리뷰 쓰기 전에 고수가 쓴 리뷰를 읽어서는 안된다. 여우님 리뷰를 미리 읽었더니 도무지 리뷰가 안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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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13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우스님 리뷰도 좋아요. 이 책에도 관심이 생겼는 걸요^^

로쟈 2007-01-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훨씬 좋은 나라'라는 게 있을까요? 시오니스트들이 나치에 협력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인데, 그렇다고 해서 나치보다 더 나쁜 걸까요? 질문을 멈추지 말라는 게 또한 '공부법'이기도 해서요.^^

미즈행복 2007-01-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읽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어서 손에서 떼놓기가 힘들더군요. 정말 강추에요. 그런데 그 전 독서일기들은 안 읽어서 잘 모르겠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김형경씨 너무 좋아해요. 위에 언급된 두 책은 안 봤지만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과 그 이후의 "사람풍경" "천개의 공감"은 정말 강추인걸요. 정신분석을 이렇게 쉽게 그리고 유용하게 우리의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책은 아마 없을거예요. 그 책들로 인해 제 삶도 많이 달라졌고요. 혹시 읽으셨나요? 안 읽으셨음 제게 멜 보내세요. 당장 보내드리지요. 그럼 또 미녀에게 책선물을 받으시는건가?(헤헤)

다락방 2007-01-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이 책도 또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렇지만 저도 김형경의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흐음. 리뷰가 안써진다는 말씀 치고 참 잘쓰셨는데요. 재미있게. :)

레와 2007-01-1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도 장정일 작가에게 빠져볼까하고 열심히 읽고 있었는데,
마테우스님 리뷰를 보니 더욱 땡기는 군요~

헤헤..:)

유부만두 2007-02-2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저 빨간 책표지가 무서워서 못 건드리고 있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책 제목이 "공부"는 참 살벌한 느낌입니다.

누미 2007-02-2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스라엘이 진정한 깡패국가라는 속이 다 시원해지는 내막을 제대로 알고싶어서라도 읽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