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연주 - 연주 불안을 겪는 음악가에게 전하는 마음의 지혜
케니 워너 지음, 이혜주 옮김 / 현익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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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연주

 

이 책은 <연주 불안을 겪는 음악가에게 전하는 마음의 지혜>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음악가들에게 연주할 때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엘리자베스 퀸 콩쿠르에 참여한 연주자의 육성 증언을 들은 적이 있다.

다큐멘타리 영화 <파이널리스트>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한국인 3명이 파이널리스트에 올라간다.

임지영이지윤김봄소리.

여기에서 임지영이 우승하는데파이널리스트 12명에 들어간 사람들이 합숙하면서 대회를 준비하고결승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무대에 서서

 

그 중에 한 대목.

이지윤이 무대공포증을 고백하고 있는 장면이다.

 

드레스 때문에 가려서 그렇지

다리가 얼마나 떨리는데요.

그래서 전 무대에서 구두를 못 신어요.

다리가 너무 떨려서 균형을 잡을 수 없거든요.

그래도 그게 제 일이니견디면서 하는 거에요.

 

이 책은 그런 연주자들에게 아주 좋은 가르침을 전해주는 책이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부터연습할 때의 자세그리고 무대에 서서 연주할 때에 어떤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는지아주 세밀하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음악가들의 에피소드를 만나게 된다.

 

호로비츠가 모스크바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157)

 

호로비츠는 60년 만에 고국을 밟았다.

그가 모스크바에 도착해서 가진 연주회는 실황중계되었는데연주 시작 전에 호로비츠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그의 연주회는 그다지 알리지도 않았는데일반 관객에게 배당된 400석이 금새 매진되었다바깥에서는 수백명이 빗속에서 우산을 쓰고 기다렸다그들은 그저 호로비츠의 에너지를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어서 연주회 내내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한 때호로비츠가 느꼈을 중압감은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연주회 무대에 올라서서 보여준 실력을 저자는 이렇게 소개한다.

 

호로비츠는 손이 연주하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그의 두손이 얼마나 절묘한 소리를얼마나 다채로운 소리를 냈던가호로비츠는 기보된 음악을 신들도 도취시킬만한 표현력으로 무심이 연주할 수 있는 경지를 소화해낸 것이다. (159)

 

저자는 덧붙이기를그는 연주 클리닉에서 모든 사람이 명백히 드러난 숙달의 경지를 보고 들을 수 있도록 그 연주회 영상을 자주 활용한다고 한다피아니스트에게는 아주 좋은 샘플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음악을 만난다.

 

이 책에서 듣지 못한나에게는 새로운 음악가를 알게 된다.

바로 호로비츠가 연주한 곡의 작곡가이다스카를라티. (158, 159)

 

스카를라티 장조 소나타 (158)

Scarlatti, Sonate

 

스카를라티는 이탈리아 출생의 작곡가이자 하프시코드 연주자바로크에서 고전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특히 소나타 형식의 정립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안타까움이 있었는데스카를라티를 알게 된 것기쁜 일이다.

 

다행하게도 유튜브를 찾아보니스카를라티 곡이 많이 올라와 있어의미있는 연주들을 들을 수 있었다.

 

색소폰 (191)

 

개인적으로 색소폰을 연주하는데이 책에서 별도로 색소폰을 언급하고 있어서 아주 좋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이런 이야기 들을 만하다.

 

먼저 색소폰 스트랩이 공기가 악기 속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위치에 있는가, 체크해 볼 것.

저자는 많은 연주자들의 스트랩이 자연스럽지 않은 위치에 있다며 주의를 하라고 권면한다.

 

그게 맞지 않으면 연주자는 타조처럼 목을 구부려야만 하고그러면 악기를 입에 대기도 전에 공기를 불어넣을 공간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이러한 사항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다음 연주할 때 새겨야 할 것으로밑줄을 그었다.

 

다시이 책은?

 

나에게는 특히 이런 말이 와 닿았다.

 

연주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193)

억지로 애를 써가면서 소리를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불도록 하라는 가르침이다.

 

이 책은 연주자들에게 유용한 책이다실제 연주를 하는 사람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을 실감하고 있었을 것이기에저자가 주는 가르침에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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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출판사를 유혹하는 웹소설 시놉시스와 1화 작성법 - 인기 작가를 꿈꾸는 웹소설 지망생의 비밀 레시피
13월의계절 지음 / 머니프리랜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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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출판사를 유혹하는 웹소설 시놉시스와 1화 작성법

 

책 읽기 전에 용어 정리

 

읽다보니 내가 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낯선 용어들 때문이었다.

해서 용어에 대한 정리가 무엇보다도 시급했다.

낯선 개념들을 만나면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 의미부터 찾아내 정리해 보았다.

 

투도 투데이 베스트 도전 (203)

후킹 대중을 낚아챈다는 의미

역하림 : (+일본어ハ?レム +하렘물과 정 반대 개념으로한 여자가 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사는또는 가끔 같이 사는 내용을 담은 작품

회빙환 회귀빙의환생의 앞글자를 합쳐 부른 말회귀물빙의물환생물이란 소재가 웹소설의 기본 공식이 될 정도로 너무나 유행하여 장르소설 작가와 커뮤니티 등지에서 흔히 쓰이게 된 용어.

여주판 여주인공이 극을 이끄는 판타지

남성향(男性向) 말 그대로 남성 계층(남덕)을 주 타겟으로 삼은 작품혹은 그 작품들이 띠는 성향반대말은 여성향.‘

로판 : (Romance Fantasy)

로맨스 판타지약칭 로판(Rofan)'은 로맨스를 주제로 하며 판타지 소재를 사용하는 장르소설.

 

남주여주라는 용어도 최근에 주워들었는데이런 용어들 알게 된 것이 신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용어 장착했으니이제 항해에 나설 차례다.

 

제 3, <후킹하는 1화를 작성하는 법>

 

제목부터강렬한 힘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독자와 출판사를 유혹하는 웹소설 시놉시스와 1화 작성법

제목중 <1화 작성법>이란 게 왜 필요하지라는 의문에 대한 궁금증은 곧 풀리게 된다.

이것을 제목에 내세운 이유가 곧 밝혀진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 3장이다. <후킹하는 1화를 작성하는 법>

 

후킹이란 무엇인가? hooking, 독자를 사로잡는 것이다.

웹소설의 특성상 1화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2화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니 1화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잡아채야 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에 대한 세부 방법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한다.

 

01 완벽한 1화를 쓰는 완전한 방법

02 1화는 모든 문장을 하나씩 철저하게 분석하자

03 1화 내용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보고또 보고또 고쳐라

04 스토리의 시작부터 쓰는 것이 아니다

05 Don’t Tell, Show의 법칙

06 어렵다면 프롤로그를 쓰자반쯤은 먹고 간다

07 일인칭 시점의 내적 독백

08 1차원적 서술 vs 3차원적 서술

09 1화에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장면 리스트

10 1화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내용 리스트

 

이 부분을 읽으면서이건 비단 웹소설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웹소설뿐만 아니라 일반 글도 마찬가지다첫 부분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지 못하면 그 글은 독자들에게 아예 다가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항목은 글 쓰는 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서 새겨둘 필요가 있다.

 

이런 말 먼저 새겨두자.

 

책의 뒷부분이나 다음 책에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아껴둬선 안 된다.

무조건 써라전부 써라지금 당장 써라애니 딜러드의 말이다. (93)

 

글쓰기에 있어서 참고가 되는 부분들

 

이 책에서 1차원적 서술과 3차원적 서술에 대해 배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복숭아 먹는 것을 예로 들면,

1차원적 서술은그 복숭아를 어떻게 따는지맛은 어떤지그 먹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그치나

3차원적 서술은복숭아를 먹으며 과거에 있던 인물의 경험을 더해 독자들에게 훨씬 더 풍부한 감정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127)

 

Don’t tell, Show 법칙

 

달이 빛난다고 말하지 마세요.

유리 조각에 반사된 빛을 보여주세요. - 안톤 체호프 (108)

 

예를 들어본다.

 

남주는 분노했다. (말하기의 예)

남주의 숨이 점차 거칠어지더니 크리바트를 풀어 바닥으로 내동이쳤다. (보여주기의 예)

 

이렇게 예를 보여주니훨씬 이해가 잘 된다.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에 대해서

 

이것 역시 구체적으로 잘 모르고 있던 것이다.

스토리와 플롯그게 그것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이 책에서 그 차이에 대해 분명하게 알게 된다.

 

스토리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에 일어날 일을 궁금하게 만든다반면플롯은 스토리와 같이 사건의 서술이지만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춘다플롯과 스토리에 등장하는 사건은 똑같을 수 있지만플롯은 시계 순서보다 사건의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106)

 

예시를 옮겨보면,

 

스토리는왕이 죽었고 그리고 왕비가 죽었다.

플롯은왕이 죽었고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한 왕비도 죽었다. (106)

 

그러니까 두 가지 모두가 사건의 진행은 같은 것이지만 플롯은 인과관계를 분명히 나타내주고 있다.

 

이런 것 매우 유용하다.

 

성격은 얼굴에 나타난다.

생활은 체형에 나타난다.

본심은 행동에 나타난다.

미의식은 손톱에 나타난다.

청결감은 머리에 나타난다.

배려는 먹는 방법에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피부에 나타난다.

차분하지 못함은 다리에 나타난다.

인간성은 약자에 대한 태도에 나타난다. (141)

 

이런 내용은 비단 글쓰는 것에만 소용되는 것이 아니라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 연재할 수 있는 곳

 

카카오 스테이지시리즈네이버 웹소설,’

무료 연재 플랫폼은

문피아 (https://www.munpia.com)

조아라 (https://www.joara.com)

네이버 웹소설,

카카오 스테이지

 

19금 로망띠끄북팔블라이스

 

다시이 책은?

 

무엇보다도 요즘 웹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웹소설에 대하여 그게 어떤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일어 이 책을 잡았다.

 

먼저 이 책은 웹소설에 관심을 가지고더 나아가 글을 써서 연재하려는 사람에게는 아주 구체적인 지침서가 될 것이다더하여서 일반 글쓰는 사람에게도 좋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글은 그저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그 글을 읽는 독자를 후킹할 수 있어야하니까 말이다그런 면에서 다양한 가치가 있는아주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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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늪
안원근 지음 / 문이당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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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늪 

 

몇몇 눈여겨 봐야 할 인물들이 있다.

 

먼저 정교술이란 인물이 있다.

 

정교술은 시대를 읽는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냄새를 잘 맡는다. 어떤 것이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잘 맡아서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

 

헤쳐 나가면서자기 입맛에 맞게 맛있게도 해쳐 먹는다.

 

저자는 그를 이렇게 묘사한다.

 

<어느 시대건 비열한 저류 인생들은 시대를 읽어가는 기술자답게 자신의 탐욕을 채워 나갔다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 속에서 이들은 기민한 촉수를 세워서 자신의 영달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예사로 알았다.>(<작가의 말중에서)

 

그래서 그런 자들의 행동 동기를 욕망으로 파악하고욕망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한다.

<욕망은 인간을 성자로 만드는 원천이며인간을 탕자로 만드는 본원이다.> (<작가의 말중에서)

 

[이건 본론과 관련이 없는 말이지만간혹 책 페이지 매기면서 앞부분 예컨대 <작가의 말>이라든가에 페이지를 매겨 놓지 않는 책이 있는데그건 왜 그런 것일까?]

 

그렇다정교술그는 저류 인생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잘 산다잘 살아간다다른 사람들을 밑에 거느리고 떵떵거리면서 살아간다그에게 당한 사람들은찍소리도 못하고 그저 눈치만 보면서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저류 인생이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줄거리로 삼아우리 시대를 그려낸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해방좌우 대립전쟁그리고 현재까지

저류 인생이 오히려 잘 먹고 잘 산다

 

그의 아들 연호는?

 

그런 시대의 패륜아인 정교술에게 아들이 있다연호.

연호은 아버지인 정교술과는 딴 판이다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

 

왜 그런 것일까?

정교술이란 사람에게서 어떻게 연호라는 아들이 나온 것일까?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연호에게 출생의 곡절이 있는 것이다.

 

여기 리뷰를 쓰면서 대뜸 연호가 정교술의 아들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어찌보면 스포일러에 해당하는지도 모른다저자는 연호를 지칭할 때 성을 붙여 말하지 않는다그저 연호라 부른다. 그래서 독자들은 정교술과 연호가 부자관계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지나가다가어느 순간에서야 비로소 눈치를 채게 된다.

 

저류 인간 정교술이 시대를 헤쳐 나가는 모습과 더불어 그의 아들 연호가 시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무대는 전라북도 전주

 

이 소설의 배경은 전주다전라북도 전주.

해서 전주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거나 전주에 살고 있는 독자들은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마치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해당 지역에 사는 독자들이 읽을 때와 같이 피부로 느껴가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물론 대부분은 슬픈 역사이긴 하다만.....

 

승암산중바우를 무대로 사는 거지들

아중 저수지,

한벽루,

노송천,

미원탑

 

전주역 앞에서 벌어진 처녀 납치 사건

그리고 그 근처의 창녀촌

 

따뜻한 해장국물 냄새가 인정으로 풍겨나는 남부 시장.

그리고 이웃 지역인 소양까지 저자는 사람 사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지명이 등장하면서 각개인의 역사가 이루어지니우리나라 역사의 미시사로 읽어도 좋을 듯하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 특히 폭력적 인간들은 자신이 저지른 비행을 숨기기 위해서 굳고 강하게 엮어진 울타리를 치려고 하거든. (39) 

타민족은 이 땅에서 몰아냈는데 내 민족이 두 패로 나뉘고 내 땅이 두 쪽으로 갈라져 버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땅을 치고 발을 굴러 통곡해도 조상님들께 무어라 할 말이 업었다. (206)

 

다시이 책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연호에게는 연화라는 연인이 있다.

연화는 남부시장 청과점의 딸이다.

 

(연화의아버지나 어머니는 지금까지 살아 온대로 큰 욕심 없이 남부시장에 작은 청과점을 차려놓고 .....시장에서 집으로 왔다갔다 하는 게 하루의 전부였다손님이 없는 시간이면 ,,,,,,둘이서 손을 꼭 잡고 전주천을 바라보며 한벽루까지 산책하는 것을 가장 뜻있고 즐거워했다. (243)

 

연화의 연인 연호그의 아버지인 정교술은?

 

해방을 맞아 일본이 달아나자 정교술은 맹렬한 우익 전사가 되었다. (259)

 

우리가 살펴볼 대목은 이 부분이다두 남녀의 아버지어머니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과연 정교술은 그다음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 인생이 편하게 살아지는가아닌가?

 

저자는 이 책의 마무리에 정교술이 남의 손에 칼 맞는 것으로 했지만,

어디 인생이 그리 만만하던가?
우리 역사가 그런 식으로 정리가 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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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에 귀 기울일 때 푸르른 숲 43
안드리 바친스키 지음, 이계순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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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에 귀 기울일 때

 

주인공 세르히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평범한 소년이었다그날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아버지는 클라리넷 연주자어머니는 바이올린 교사였다거기에 여동생까지 있는 아주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나피아노 연주로 이제 폴란드에서 열리는 콩쿠르를 앞두고 있었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콩쿠르라면 당연히 쇼팽 피아노 콩쿠르일 텐데거기 나갈 정도면 그야말로 장래가 촉망되는 인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나서세르히를 제외한 모든 식구가 죽었다그리고 세르히의 청력도 죽었다사고로 목소리와 청력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세상은 갑자기 적막한 세상이 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적막에 귀 기울일 때이다.

 

그런 사고를 당하여 사고무친이 된 데다가 청력까지 읽게 된 세르히는 특수 학교에 보내져서 생활하게 된다거기에서 만난 선생님이 미콜라 선생님이다연구 책임자이자 청각 전문가이다그 선생님은 세르히를 잘 보살펴준다.

 

불안해하지마시간이 지나면 적막의 세계도 소리의 세계 못지않게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될거야. (23)

 

그러나 그런 희망적인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고어려운 일이 계속 일어나는데그래서 올리버 트위스트가 연상되는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 주인공을 괴롭히게 된다.

 

이 소설에서 극적인 장치를 작가가 배치해 놓는데어느날 그 학교에 야린카라는 아이가 들어온다그 아이 역시 청력과 말에 문제가 있는데 아버지가 폭력을 쓰는 문제 가정에서 지내다가 결국 그 학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야린카는 다른 아이들과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데어느날 세르히와 접점이 생기게 된다바로 피아노다.

 

피아노와 세르히의 다시 만남

 

세르히는 강당 한 구석에 방치되다 시피 놓여있는 피아노를 발견하고그 피아노를 쳐본다비록 청력은 잃었을지라도 예전의 손놀림은 계속해서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다음 눈을 감고 연주를 시작했다피아노 선율이 퍼지면서 텅 빈 강당을 가득 채웠다세르히는 폴란드 콩쿠르를 위해 연습했던 쇼팽의 왈츠를 연주했다. (48)

 

그러자 뜻밖에도 야린카가 피아노 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피아노를 등지고 무심히 앉아있던 야린카가 갑자기 긴장했다그러고는 뒤를 돌아 천천히 피아노 쪽으로 걸어가더니 피아노 몸체에 귀를 바짝 붙였다잠시 후에는 아예 두 팔을 벌려 피아노를 온몸으로 감쌌다야린카의 두 눈이 낯선 빛으로 반짝였고입술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49)

 

기적이 일어나려는 걸까?

소설은 그렇게 무언가 적막이란 공간에 피아노 선율이 기적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어놓는다.

 

세르히와 야린카는 피아노로 우정을 쌓게 되고서서히 피아노와 춤으로 연결이 되어 세상을 소통하게 된다.

 

피아노와 야린카와의 만남

 

야린카의 뇌는 세르히가 연주하는 피아노 음악만 인식할 수 있는 것 같았다. (54)

 

야린카와 세르히에겐 공통의 언어가 있었고말이 필요 없었다. (55)

 

세르히가 연주한 곡들

 

쇼팽의 왈츠 (48)

 

쇼팽은 모두 19개의 왈츠를 작곡했는데왈츠 리듬이 경쾌하게 적막한 그곳에서 어둠을 뚫고 울려나왔을 것을 생각하면 저자가 왈츠 곡을 선정한 게 의미가 있다 하겠다.

 

에드바르 그리그의 <노르웨이 무곡> (64)

 

그리그의 무곡즉 춤곡은 모두 4개가 있는데이 역시 왈츠처럼 춤곡이라 세르히의 이런 경우에 알맞은 곡이다게다가 야린카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고 있으니 더더욱 알맞은 선곡이다.

그 둘은 한 학기의 끝날에 학부모를 초청하는 자리에서 피아노와 춤을 선보이기로 하고연습에 열중하는데문제가 생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세르히는 죽을 힘을 다하는데과연 그 둘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다시이 책은?

 

이 작품의 배경은 우크라이나이다.

해서 등장인물들의 동선에 우리 귀에 익숙한 지명이 등장한다이건 안타까운 일이다우리가 언제 우크라이나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가다 푸틴이 일으킨 전쟁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도시 이름들이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예컨대키이우(52, 54), 르비우(71), 프란키우스크 (71)

이 작품에서 키이우는 우크라이나의 수도르비우는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최대도시라고 소개되고 있다지금은 전쟁의 참화로 얼마나 망가지고 있을까?

 

그렇게 우크라이나를 무대로 하는 이 소설은 찰스 디킨슨의 올리버 트위스트가 연상된다.

어린아이들을 욕망의 도구로 사용하는 소매치기 일당의 모습들을 보면서 특히 더 그랬다. 

이 책은 그런 올리버 트위스트의 우크라이나 판인데 거기에 음악이 더해졌다고나 할까.

 

어서 빨리 전쟁이 끝이 나고 세르히 같은 아이야린카 같은 아이가 음악으로 앞날을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란다.

 

음악으로 치자면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같이 고통을 이겨내려는 세르히의 모습이 잘 그려진한편의 서사시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적막을 뚫고 피아노의 선율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처럼 독자들은 이 책에서 베토벤과 쇼팽그리고 그리그의 선율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아름다운, 그리고 힘찬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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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쓸모 - 귀하지만 쓸모없는, 쓸모없어도 중요한 유용하고 재미있고 위험한 금속의 세계사
표트르 발치트 지음, 빅토리야 스테블레바 그림, 기도현 옮김, 김경숙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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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쓸모

 

역사 공부를 하면서 신구석기 시대와 청동기철기 시대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시대를 구분하는 중요한 물질이 있는데바로 금속의 유무다.

금속즉 철을 가지고 시대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 철이 없던 시대가 바로 구신석기인데이 책에서는 도입부에 재미난 가정을 제시하고 있다바로 철금속이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가정이다.

 

금속이 없으면애시당초 우리 지구가 존재할 수가 없다. (10) 

왜냐하면?

철과 니켈이 주성분인 지구의 핵이 텅 빌테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칼슘이 없어져 치아와 뼈는 부서져 가루가 되고철분이 없으면 혈액이 몸 전체에 산소를 운반할 수 없다. (10)

 

그러니까 금속이 없다는 생각은 가정일지라도 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금속은 우리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금속을 주제로 하는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 금속이란 무엇일까?

2장 금속을 어떻게 찾아낼까?

3장 금속 산업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4장 금속을 어떻게 얻을까?

5장 금속을 어떻게 활용할까?

6장 금속을 어떻게 보호할까?

7장 금속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 책에서 인류 역사의 주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기마다 금속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저자는 금속과 관련아주 흥미있는 이야기를 펼쳐놓았다그중 몇 가지만 적어본다.

 

헤파이스토스가 비소 중독(?)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다리를 저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데이를 금속과 연관시켜 본다면? (49)

 

아마 비소중독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비소에 중독되면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비소는 유독한 물질이기 때문에 비소가 녹은 물에 오래 노출되거나 비소 가스를 마신 대장장이는 비소 중독 증세를 흔히 겪는다.

 

이런 사실생각해 본 적이 없다그리스 신화에서는 헤파이스토스가 절름발이가 된 것은 그를 낳은 헤라가 그의 생김새를 보고 땅으로 내던져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데이렇게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추리를 해보니신화를 과학으로 해석할 수가 있겠다이런 논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트로이 전쟁에 대한 언급

 

후기 청동기 시대에 철기를 가진 민족이 다른 민족을 침략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히타이트 족이 바로 그런 민족인데그런 히타이트 민족도 다른 민족 -  이 책에서는 해양민족이라 나온다 - 에게 멸망한다. (62)

고대 국가중 이집트만이 바다의 침략자로부터 살아남았다이 당시 일어났던 전쟁중 하나가 아카이아인에 의해 트로이가 함락된 사건인데이 전쟁은 신화로 다뤄지기도 한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트로이 전쟁은 실제 있었던 것이라는 말이 된다.

 

고대 로마의 수도관 때문에 로마가 쇠퇴했다.(?)

 

고대 로마의 수도관은 여러 가지로 유명한데그 수도관이 문제가 되었다는 기록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다.

 

로마 시대에 로마 시민의 목욕탕 문화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한 수도관그것은 또한 멀리서부터 물을 끌어오는데 아주 정교하게 설계 제작되었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게 문제?

 

어떤 사연인가 

고대 로마가 쇠퇴한 이유 중 하나가 납으로 만든 수도관 때문일 수 있다수돗물에 녹아 있던 소량의 납이 로마 시민에게 납 중독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것다른 중금속과 마찬가지로 납 역시 유독성 물질이다. (79)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고대 로마에서는 식수를 얻기 위해 칼슘염이 풍부한 물즉 경수를 수도관으로 끌어왔다그리고 경수는 납으로 된 수도관에서는 경수가 생명의 은인이 된다. 흰색 침전물이 층층이 쌓여 파이프 내부 벽을 뒤덮음으로써 납 성분이 수도관의 물에 녹는 것을 막아줘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납으로 만든 식기류 때문에 로마인은 자연스레 독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림의 색이 변하는 이유는?

 

이 것 역시 관심이 있던 사항이다그림의 색은 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일까?

예컨대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을 색이 변색되어 복원작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왜 그련 일이 생기는 것일까?

내 생각으로는 물감과 금속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이 드는데....

 

실상은 이렇다.

그림의 색이 어두워진 이유는? (177)

첫째그림을 덮고 있는 광택제가 산화되어 어두워진 것이다.

둘째물감 성분인 안료가 공기 중에서 황화 수소와 반응한 것이다.

이런 화학 반응은 급속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수백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이 된다오래된 그림 중에 어두운 색을 띠는 그림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복원을 할까?

과산화 수소를 이용해서 어둡게 변했던 색을 다시 흰색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178)

 

은으로 화산 폭발 예측할 수 있다.

 

화산은 분출되기 며칠 전부터 황화 수소나 기타 가스를 방출하기 시작하는데, 사람의 후각으로는 이 가스를 감지하기 어렵다은은 농도가 낮은 가스에도 무조건 반응한다그래서 화산 근처에 은 포크를 가져다 놓으면 화산 분출을 예측할 수 있다. (189)

 

다시이 책은?

 

위에 기록한 것처럼금속의 쓸모는 다양하다.

이 책에 언급된 금속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현대인은 금속에 대한 지식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금속을 쓸모있고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은 여러분이 금속과 금속 화합물의 특성을 얼마나 아는지에 달려있다. (221쪽)

 

그렇다금속이 다양한 쓸모가 있지만그것을 알지 못하면 써먹지 못할 것 아닌가?

예컨대 위에 예를 든 화산 근처에 은수저가 아무리 많이 있어도 화산 분출시 은수저가 반응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그 은주저를 차라리 엿바꿔 먹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이처럼 금속의 쓸모를 알려주는 이 책참으로 쓸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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